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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320

The Invention of World Religions에 대한 서평 마쓰자와의 최근 저서, 에 대해서 험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런 식의 원색적인 비난은 생산적이지 않은, 감정의 분출일 따름이다. 나의 심리 상태상 필요한 발언일 뿐이다. 그런데 내가 존경하는 학자인 슈미트(Leigh E. Schmidt, 이 사람은 19세기 미국 종교사 전공자이다)가 그 책에서 대해 쓴 서평(JAAR(2006) 74-1: 229-232)을 읽었다. 생각했던 대로, 책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으로 가득 차 있는데, 대학자가 나같은 피라미와 다른 것은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분이 부족하므로 어떤 작업이 필요한지를 지적하는 생산적인 비평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슈미트는 이 책을 종교 담론에 대한 거대한 수술 작업이라고 비유하면서, 이 수술이 때로는 멋지지만 때로는 “느려터진 수술 .. 2023. 5. 16.
신화 번역에서 잃는 것, 신화의 키취 웬디 도니거의 2023. 5. 16.
세계 종교 담론이라는 희망(?) 마쓰자와(Tomoko Masuzawa)의 (세계 종교의 창안)을 읽기 시작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갖는 포부(?)는 다음과 같다. 미국 대학 종교학과의 교양 수업에서 세계 종교 수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미국에서 세계 종교 수업은 명실 공히 종교학의 밥줄로 기능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미국으로 오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종교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고, 그래서 어느 대학이나 세계 종교에 대한 강의를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그리고 그러한 기본적인 수요가 종교학자의 존재 근거가 된다. 일반 대학은 물론이고 조그만 커뮤니티 칼리지들까지도 세계 종교 강의를 제공하기 때문에, 종교학으로 학위 받고 나서도 직장 구할 곳이 이곳저곳 없지 않다... 2023. 5. 16.
엘리아데의 꿈 요즘 올리는 글들 대부분은 수업 시간에 제출하기 위해서 작성된 과제들을 손봐서 올리는 것들이다. 글 내용 딱딱하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고, 결정적으로 책 읽은 사람을 대상으로 쓰는 글이기 때문에 불친절하다. 약간 살을 붙여 올리긴 하지만 설익은 인용으로 이루어진 글이 잘 읽힐 거라는 기대는 않는다. 그래도 요즘 글 쓰는 것이 이런 것뿐이니, 다른 글 쓸 (시간은 있지만) 힘이 부족하니 학기중에는 어쩔 수가 없다. 안 올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혼자 생각하니까. 아래 글은 후반부에 실린 빈, 알렌, 케이브, 페이든의 글에 대한 논평 과제인데, 글 읽으며 들었던 생각, 특히 엘리아데에 대한 나의 입장 정리가 글 내용과 섞여서 서술되었다. 매우 거칠긴 하지만, 나에게 엘리아데의 의미는 이러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 2023. 5. 16.
엘리아데 읽기의 어려움 아래 글은 엘리아데에 대한 서평 과제를 채점한 후 들었던 생각 정리와, 엘리아데에 대한 논쟁 모음집인 의 전반부에 대한 논평이 짬뽕된 글이다. 학생들이 어려워했던 그 부분이 학자들의 논쟁이 집중되었던 그 부분이기도 하고,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혹은 창조적으로 읽어낸 그 대목이 학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새로 발전시켜 나간 그 대목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엘리아데, 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동시에, 숱한 오독(誤讀)을 남긴 학자이기도 하다. (과제에 사용된 책은 (심재중 옮김, 이학사)이다. 내가 간직하고 있는 번역은 (정진홍 옮김, 현대사상사)이다. 두 번역의 차이는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 엘리아데의 를 읽으면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2023. 5. 16.
도구상자 은유 6장에는 도구상자(toolbox)라는, 방법론에 대한 은유가 나온다. 내 주변에서 여러번 회자되었던 은유이고, 그게 좋니 나쁘니, 정확하게 말하면 누가 그걸 좋게 보았느니 아니니 말들이 좀 있었던 개념이라서 그 부분을 좀 주의 깊게 읽어보았고 다른 글들도 좀 찾아보았다. 내 입장은 좀 냉소적이다. 그런 논쟁은 하수들의 슬픈 이야기라고. 바둑에선 고수의 기풍(碁風)을 말한다. 조훈현은 발빠르고 이창호는 실리적이면서도 두텁다. 박영훈은 타개에 능하며 최철한은 축, 장문 안 되면 끊고 싸우고 보는 힘바둑이다. 그러나 하수가 고수의 기풍을 안다고 생각하고 무턱대고 따라했다가는 낭패를 본다. 기풍은 바둑이 일정한 경지 이상이 되었을 때 구분가능한 미세한 차이다. 기본이 갖추어진 이후에야 의미를 갖는 언어이다. 하.. 2023. 5. 16.
신화, 집단적 창작물 지난번 글의 연장선상에서 혼합현상에 대한 설명에는 창조적 개인과 비창조적인 대중의 구분이 남아있고, 이를 넘어서 대중의 창조성을 어떻게 설명할까 하는 여러 생각을 해보는 중인데, 에 실린 웬디 도니거의 논문 "Post-modernism and -colonial -structural Comparison"에 눈길이 가는 부분이 있어 옮겨놓는다. 가고일님이 지적한 개미떼가 모여 하나의 ‘초지성’을 만들어 다른 상대와 대화를 한다는 이야기도 귀에 들어오고, 대세 놀이니 드라군 놀이니 하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개인적 차원과는 다른 집단적인 결과물이 생성되는 과정에도 관심을 갖는 중인데, 웬디 도니거는 “신화는 집단적 창작”이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상기시켜주면서 이 문제에 대해 값진 통찰을.. 2023. 5. 16.
종교 현상에서 행위 주체(agent)의 문제 탈랄 아사드의 (Formation of the Secular) 2장에서는 “agent” 개념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고, 개념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agent”, 어려운 개념이다. 영어 사전이 해석에 도움이 안 되는 단어인데, 나는 사회학 공부하시는 분들을 따라 ‘행위 주체’로 옮긴다. (그렇다면 'agency'는 'agent'가 하는 짓이므로 ‘행위’가 된다.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의미상 그러하다.) 종교학에서 행위 주체 개념이 왜 중요한가를 생각하다가, 최근 몇 년간 내가 물음으로 품고 지냈던 문제를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석사논문에서, 한국 개신교 의례 형성 과정에서 나타난 혼합현상(syncretism)은 개신교 대중 전통(popular traditio.. 2023. 5. 16.
신화에서 여성의 목소리 찾기 (Implied Spider) 5장, ‘마더 구스와 여성의 목소리’를 읽으며 든 잡생각. 여기서 도니거는 남성 텍스트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찾고 여성 텍스트에서 남성 목소리를 찾는 교차적인 작업을 보여주는데, 신화에서 화자의 목소리가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알아보려는 일은 글을 통해서 미지의 상대방의 성별을 짐작하는 블로그질과 비슷한 면이 있다. 아래는 쿨짹님의 글. + 성별을 밝힐 필요는 없다. 굳이 숨기시는 건 아니라도 되도록이면 드러내지 않으려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다. + 어딘가에서는 밝혀졌을지도 모르지만 포스팅을 띄엄띄엄 읽는다던지 예전 포스팅을 마스터하지 않았다면 성별을 알게해주는 그런 구절들을 놓쳤을 수도 있다. 물론 중요한 건 아니다. + 가끔 난감할 때가 있다. 꼭 한 블로거가 성별을 숨기려.. 2023. 5. 16.
아사드의 통치술 논의 정치적인 이야기들이 나오면 아무래도 독서 강도가 떨어지는 편인데, 탈랄 아사드의 최근 책 (Stanford University Press, 2003) 서문을 읽을 때는 정신이 바짝 들었다. 이 사람이 우리나라를 들여다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드는 서구 이론가들이 이야기하는 민주주의 사회 구성원리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즉 서구 지식인들이 이야기하듯이, 개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독자적인 자율성을 지니며 이들의 의견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공동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우리가 시민 사회의 원리라고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 아사드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롤즈(Rawls)의 중첩적 합의(overlapping c.. 2023. 5. 16.
성경 변개에 관한 책 바트 어만의 가 번역되어 서점에 나와있는 것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이 책이 미국에 나온 것은 2005년 말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2006년 5월에 우리말 책이 나왔다. 학술서적에서는 보기 힘든 속도이다. 그렇다고 책이 어설픈 것도 아니다. 좋은 책이 선택되었고, 번역이 썩 잘 되었다. 전문성 면에서나 수월하게 읽히는 면에서나 탁월하다. 딱딱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성서 본문비평을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책이다. 본문비평은 모든 비평의 기본이 되는 작업이지만 다소 지루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수많은 사본들을 대조해보면서 다른 부분을 찾아내고 비교하는 작업은, 난해한 그리스 본문들을 베끼다가 꾸벅꾸벅 졸아 실수를 하는 필사가들의 모습만큼이나 고달파 보인다. 그렇게 찾아낸 수만개의 이문(異文)들의 대부분.. 2023. 5. 16.
피에트로 성인의 믿음 화가 모로니(Giovanni Battista Moroni, 1529-78)가 그린 (Martirio di San Pietro da Verona)라는 그림이다. 성 피에트로는 숲 속에서 박해자들을 만나 순교를 앞두고 있다. 이마에는 이미 큰 상처를 입어 갈라진 사이로 피가 나온다. 박해자가 마지막 일격(가슴에 칼이 꽂힐 예정)을 가하려는 찰나, 이 성인은 바닥에 글씨를 남기고 있다. "CREDO"(나는 믿는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믿음을 증거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과연 무엇을 믿었던 것일까? 위 그림에서는 그냥 "Credo"라고 쓰는 것으로 나오지만, 다른 전승에서는 "Credo in deum"(나는 하느님을 믿는다)라고 썼다고 전하는데, 이는 사도신경의 첫구절이다. 또 다른 전승에는 "Credo .. 2023. 5. 16.
Whose Bible is it? 기독교 교리사 분야에 있어 대가인 야로슬라브 펠리컨(Jaroslav Pelikan)의 최근 책 는 내 기대에는 어긋난 책이었다. (방금 검색하다가 알게 된 것인데, 이 양반 올해 5월달에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이 책이 그 양반의 많은 저서들 중 마지막으로 쓴 책이 되겠다.) 이 책이 펭귄 북으로 편집되어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진작 알아보았어야 했는데(싸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사기도 한 거지만), 이 책은 일반 대중을 위한 입문서 성격을 지닌다. 이 양반 책 중에서는 가장 눈높이를 낮춘 책이라 생각되는데, 그런 책을 써 본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좀 들쑥날쑥하다. 너무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 부분에서는 고차원적인 문장이 튀어나온다. 일반인을 상대로 했다고 책이 재미없을 이유는 없는데,.. 2023. 5. 16.
나시레마 사람들의 몸 의례 수업 때문에 (Vol.58, No.3, 1956, pp.503-507)에 실린 “나시레마 사람들의 몸 의례”(Body Ritual among the Nacirema)라는 글을 읽었다. 이상한 글이었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간 어디엔가 사는 나시레마 사람들은 몸을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미개인들로 몸을 학대하는 갖은 의례를 지니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육체가 아름답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마조히즘과 새디즘이 동반된 온갖 의례들을 몸에 수행한다. 몸에 대한 거리낌 때문에 노출이나 배설 행위는 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져 개인적인 비밀 의례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데, 의료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에서만은 예외가 된다고 한다. 특히 이상한 느낌이 든 대목은 다음이었다: “뚱뚱한 사람들은 날씬하게 만.. 2023. 5. 16.
신화의 망원경 기능 웬디 도니거는 1장에서 신화에는 현미경의 기능과 망원경의 기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신화는 일상의 작은 행위들이나 주관적 경험의 의미들을 밝혀준다. 그것이 현미경 기능이다. 반면에 신화는 일상을 초월한 보편적인 의미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것이 망원경 기능이다. 나는 웬디 도니거의 이 표현들을 참 좋아한다. 신화가, 그리고 종교가 우리에게 주는 매력을 너무나도 적절하게 나타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망원경 기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도니거가 든 예는 성서의 욥기와 바가바드 기타이다. 욥기는 하느님과 사탄이 욥이라는 사람의 믿음을 놓고 내기하는 이야기인데,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은 욥이 고난에 시달리다가 하느님과 마침내 대면하는 장면이다. 그 전까지 욥은 재산을 잃고, 병을 앓고, 자식까지 .. 2023.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