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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173

메시아(=알마시히) 1. 넷플릭스 드라마 (2020)는 스릴러물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종교 스릴러”인데, 여기서 긴장은 “이 사람이 진짜(real)일까, 아닐까”에서 조성된다.(영어 표현으로는 “conceive or con”) 종교 스릴러라니, 신선한 긴장이다. 이 드라마의 매력이자 논란거리는 무려 이슬람과 기독교를 아우르는 메시아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 남자를 추종하는 사람은 시리아의 무슬림과 미국의 개신교도이다. 두 회중을 동시에 이끄는 종교 지도자! 이 기묘한 결합을 위해 드라마는 공을 들였고, 이 상상력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히 볼 만하다. 2. 한 북미 학자의 글 “Netflix’s Iranian ‘Messiah’ Is a Gift to Trump and His Evangelical Base”에서는 이란 출신.. 2023. 6. 4.
라즈니쉬가 꿈꾼 유토피아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는 다루는 자료의 깊이에 있어서나 그 문제의식에 있어서나 놀라운 작품이다. 나는 이 다큐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넷플릭스에 지불한 돈이 아깝지 않았다. 이 다큐는 라즈니쉬가 미국에 설립한 공동체가 설립되었다가 와해되는 1980년대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놀랍게도 이미 죽은 라즈니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핵심 인물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당시의 영상 자료들이 상당히 충실하게 보존되어 적절하게 활용된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다큐의 차분한 관점이다. 다큐는 반대 입장을 충분히 전하면서도 라즈니쉬 교단 추종자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았다. 교단이 당시 미국 사회에 일으킨 파문도 놀랍지만, 그보다 핵심적인 것은 추종자들이 어떻게 라즈니쉬에 매력을 느꼈는지, 어떻게.. 2023. 6. 4.
치통의 기원 신화 전에 스치듯 읽고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던 이 이야기가 올해 내게 운명처럼 강렬한 울림을 주게 될 지는 생각도 못했다. 나는 갑자기 치의대학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고, 그날 밤 이 신화를 떠올렸다. 종교학과 치의학을 연결해주는 가느다란 끈! 고대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의 아슈르바니팔 도서관에서 발굴된 토판문서에 기록된 이야기이다. 기원전 7세기경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화로 설명되어야 할 근원적 고통 가운데 이빨 아픈 것도 한 자리 차지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한국어 번역은 , 에 수록된 것이 있으며, 다음의 영어 번역을 참조하여 수정하였다. R. Paulissian, "Dental Care in Ancient Assyria and Babylonia," 7-1 (1993). 2023. 6. 3.
피케이가 본 종교 올 가을에 아주 잠시 개봉했던 인도 영화 (2014)는 지구에 온 외계인 피케이가 종교를 관찰하고 연구한다는 내용이다. 종교학의 입장에서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종교를 묘사한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1. 종교현상학적 상황[51:30-1:16:40] 우주선 리모컨을 되찾아야 하는 피케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신에게 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도 자신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신을 찾아 나선다. 종교에 대한 관찰이 시작된다. 이것은 종교학이 꿈꾸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무런 문화적 전제가 없는 관찰자의 눈에 종교라는 현상은 어떻게 묘사될 수 있을까? 영화적 상상력에 의해 내가 완벽한 ‘종교현상학적 상황’이라고 부르고 싶은 상황이 설정되었다. 외부인인 학자가 종교를 연구하는 상황과 크게 .. 2023. 6. 3.
학문적 강의와 종교적 청중 팔만대장경에 대한 KBS 다큐 (2011) 제1편의 한 장면. 이 다큐는 오랜 세월 팔만대장경을 연구한 미국인 학자 랭커스터 교수의 강연 내용을 중심으로 제작되었다. 아래의 장면은 랭커스터 교수가 승가대에서 승려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 모습이다. 나는 그의 강연을 한 번 들은 적이 있어 내용을 대강 알고 있다. 승가대의 강연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 짐작된다. 강의 내용은 불교 경전이 담겨온 매체의 발달사, 그 중에서도 획기적인 성취를 이룬 팔만대장경, 앞으로의 매체의 발달과 새로운 개념의 불경에 대한 전망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위의 영상에서도 랭커스터 교수는 승가대 학생들 앞에서 그런 내용을 강의하고 통역을 통해 전달된다. 학생 스님들은 눈을 반짝이며 강의를 듣는다. 긴장감이 충만하다.. 2023. 6. 3.
종교학의 자리와 김구라 종교학은 종교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비평적 역할을 하는 학문이다. 흔히 메타meta 학문이라고 부른다. 종교학이 무엇인지를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찾다가 최근에 내가 빠져 있는 프로그램 에서 재료를 찾아보았다. 다소 무리는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종교학의 이미지가 솔직히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나는 요즘 아이돌의 언어를 들으면 종교인의 언어를 듣는 느낌을 받는다. 언제나 ‘팬분’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간다는 그네들의 말의 진실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언어는 기획사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제한된 문법 안에서 제작된 언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만약 그네들의 공식적 발언만이 그들에 대한 유일한 정보라면 얼마나 답답할까? 종교적 언어(종교인들의 고백적 언어)만으로 종교를 알려고 하는 것은 .. 2023. 6. 3.
마젤란이 파타고니아에서 만난 '귀신' 파타고니아는 남아메리카 남부를 일컫는 지명으로 아르헨티나와 칠레 남부 지역이다(브리태니커 항목). 얼마 전 ‘신데렐라 언니’가 스페인어를 배워서 가고 싶어 했던(제3회, 극중에서는 우수아이아라는 그 지역 도시 이름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지역이기도 하다. 1519년 스페인에서 출발한 마젤란 선단船團은 대서양을 거쳐 남미 남단을 돌아 태평양으로 가게 된다. 이 때 남미 남단을 돌아가는 것이 이 항해의 첫 고비였다. 그전까지 남미의 ‘남쪽 끝’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 그전의 배들은 긴 남미 대륙을 더듬다 중간쯤에서 포기하고 되돌아가곤 했다. 마젤란 선단 역시 마젤란 해협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느라 남미 남부 지역에서 몇 달간 머무른다. 그 동안 그 지역 사람들과 접촉하였는데, .. 2023. 6. 3.
<아트라하시스>의 결정적 장면들 메소포타미아의 대표적인 신화 는 와 더불어 창세기 홍수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인들의 독서는 대부분 이 지점에 집중된다. 를 통해 안티기독교인들은 성서의 이야기가 이전부터 존재한 신화를 베껴먹은 날조된 것이라는 증거를 잡았다고 흥분하며, 어떤 기독교인은 성서의 이야기가 그 이전의 역사책(?)에 기록된 문자 그대로의 진실임이 증명되었다고 감사드린다. 그러나 는 창세기가 형성되기 천년 이전(기원전 1700년 경)에 기록된 문헌이고, 그 자체를 이해하는데 있어 성서와의 관련성이라는 현대 독자의 논쟁들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성서의 유사한 대목과의 비교는 우리에게 ‘재미’를 주는데, 여기서 재미란 같은 신화적 재료를 갖고 고대의 신화저자들이 자신의 지적인 맥락에서 .. 2023. 6. 2.
메소포타미아의 질펀한 이야기와 창조 모티브 신화에서 창조신화를 가장 우선적인 것으로 놓는 것은 성서 차례에 익숙한 사람들이 갖기 쉬운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우선성의 문제와는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엘리아데도 창조신화를 가장 중심적인 신화로 보았는데,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창조신화는 가장 먼저 상상된 신화가 아니다. 신화는 삶의 문제에 대한 설명으로 출발하며, 창조신화의 우주론을 생각할 정도로 인식이 추상화되는 것은 후대의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창조신화는 신화적 사유의 열매에 해당하지 뿌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후대에 집성된 신화 자료에서 창조 이야기는 첫머리에 온다. 그것은 성서뿐만 아니라 많은 신화 자료들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그것은 형식논리상 창조 이야기가 우선하는 것이지, 실제 신화 형성의 차원에서는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다. 성.. 2023. 6. 2.
대박(大舶)의 꿈 앞의 글에서 초기 천주교와 정감록 전승의 관련성을 언급한 鈴木信昭의 이라는 논문 중에서 내 관심을 끌었던 작은 대목이 있다. 강이천은 중국으로부터 서학 자료를 많이 구해온 사람이고, 그래서 그의 집에는 서학책과 세계 지도가 있었던 모양이다. 강이천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은 김건순은 강이천 집에 있는 세계지도를 토대로 서양 선박에 대한 확신을 깊게 하였다고 한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강이천은 정감록적인 예언 전통을 천주교의 도래와 연결지어 생각하였는데, 그 중요한 매개가 된 것이 당시 서해와 남해에 출몰한 이양선(異樣船)이었다. 정감록 전승에서 진인이 오는 경로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가장 많은 것은 진인이 서해나 남해의 어느 섬으로부터 군사를 이끌고 들어온다는 내용이었다. 강이천을 비롯한 신자들은 서해 쪽.. 2023. 6. 1.
영화 [오아시스]에서 빛나는 것 1. 주물숭배(fetishism) 판 데르 레이우는 릴케의 동화 한 소절을 통해서 주물숭배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그가 인용한 동화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주님을 믿지? 그보다 더 쉬운 게 어디있어! 모든 게 하나하나 주님일 수 있지. 적어도 그 물건에게 그렇게 말하기만 하면 되는 거지. 그리하여 아이들은 어머니의 골무가 은빛으로 빛나고 너무 예쁘니 사랑하는 주님으로 삼자고 했다. 아이들은 차례차례로 주님을 끼고 다녔는데, 꼬마 마이가 그만 사랑하는 주님을 잃어버렸지..." 레이우는 이 구절을 인용한 후에 다시 강조하여 말한다. "신이라고 말하면 모든 것이 신이 될 수 있다. 특히 아름답게 빛나면 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동화의 한 구절을 이용하여 한 종교 현상을 와닿게 설명하.. 2023. 5. 31.
기적을 쟁취하려는 경쟁사회 1. 는 제목 그대로 프랑스의 유명한 성지 루르드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우리나라에서는 대구 성모당이 이곳을 본떠 만들어졌다.) 전신불수인 주인공이 루르드에서 기적적으로 치유 받아 몸을 움직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까지만 보면 하느님의 기적을 찬양하는 전형적인 종교영화이다. 그래서 나도 심드렁하게 보고 있었는데, 갈수록 영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2. 순례단을 이끄는 수녀는 엄격한 사람이다. 엄격함이 심해 신앙 언어로 구성된 폭력을 휘두른다.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이에게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운명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당신이 겪는 고통엔 깊은 뜻이 있어요.”라고 못박으며, “난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라는 성 바오로의 말을 인용한다. 아픔을 주.. 2023. 5. 31.
캐리 엄마의 종교 영화 (1976)에서 월경에 대한 종교의 부정적 해석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영화는 주인공 캐리가 학교에서 초경을 하고 반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캐리가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왜 월경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따졌을 때, 엄마 마거릿 화이트는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참고해서 그녀의 설교(?) 장면을 반추해보았다. (0) 마거릿 화이트의 종교적 배경. 소설에는 ‘근본주의 기독교인’으로 명명되어 있다. “한때 침례교인이었지만 침례교가 적그리스도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면서 교회를 나왔다.”고 하며 그 이후 집에서 딸과 독자적으로 예배를 드리며 종교 생활을 하고 있다. 종교적 배경은 그럴 수 있는데, 정작 이 인물을 기괴하게 만드는 허구적 요소는 광.. 2023. 5. 30.
개신교회의 약광고(1920년대) 188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언론에서 가장 활발한 광고주가 되었던 것은 제약업자들이었다. 학질에 신효(神效)한 ‘보화단’, 콜레라를 쫓는 약을 광고한 ‘북해산인’의 광고, 종기치료제 ‘이명래고약’ 등의 약 광고들이 개화기 신문에 등장했다. ‘팔보단’을 파는 이응선의 화평당약방, 이경봉의 남대문 제생당약방이 주요 광고주였다.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활명수’를 동화약방에서 내놓은 것은 1897년이었다.(동화약국의 활명수 정보) 부채표를 로고로 사용한 것은 1912년경부터였다. (마정미, (개마고원, 2004), 25-34 참조.) “한국광고 100년”이라는 글에도 구한말과 일제시대의 광고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다. 다른 종교들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약은 기독교의 전통적인 은유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서 1.. 2023. 5. 29.
어디에나 있는 그 분 얼굴 우리에게 예수님은 어떤 모습일까? 신학적인 질문을 던지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예수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상상하는가를 묻는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흔한 답은 아마 다음 그림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만나왔던 예수님 얼굴이다. 교회나 교회 단체들은 물론이고 기독교인 가정에서, 그리고 각종 기독교 용품이나 서적에 널리 이용되어온 도상이다. 도대체 이 그림은 누가 언제 그린 것일까? 별로 유명한 화가는 아니다. 이 그림은 미국 시카고에서 활동했던 워너 살만(Warner Sallman, 1892-1968)이 1941년 그린 (The Head of Christ)이다. 살만은 20세기 중엽에 활동한 일러스트 제작가로 이 작품이 인기를 끄는 바람에 비슷한 이미지의 작품을 더 만들었다. 이후에 제작된 라든지 .. 2023.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