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9 투산 교구가 파산하다니! 우리 동네 유력 일간지 "The Arizona Republic"의 9월 21일자의 탑으로 오른 기사가 “투산 교구 파산하다”(Diocese files for bankruptcy)였다. (투산 교구는 피닉스, 갤럽 교구와 함께 애리조나의 3개의 교구 중 하나이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교구이다. 옆의 지도 참조.) 아니, 가톨릭 교회가 파산하다니? 어이가 없어서 내 영어 독해를 의심해 보았지만, 정말 말 그대로 파산하였다는 기사였다. 교구 재산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파산 신고와 그 갱생의 경제적 절차가 어찌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이해도 안 가고 모르겠다. 내가 눈여겨 본 것은 파산하게 된 이유였다. 그 이유가 파산이라는 사실 자체보다 더 놀랍다. 투산 교구는 신부들의 신자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 2023. 5. 27. 사슴 계곡 암각화 (The Deer Valley Rock Art Center)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북부에 위치하는 디어 밸리 암각화 센터(The Deer Valley Rock Art Center)는 북미원주민들이 남긴 바위 그림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입구를 지나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사막 벌판을 조금 걸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바위들로 온통 뒤덮힌 기이한 언덕이 나타난다. 특이한 바위들이 범상치 않은 느낌을 주는데, 이곳은 애리조나 지역에 살던 여러 북미원주민들에 신성한 장소였고 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부족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서 그림들의 의미를 새기고, 그림을 그리고, 의례를 행했던 장소였다. 이곳에만 모여 있는 이 검은 바위는 오랜 동안의 태양열의 작용에 의해 검게 변색된 것이라 한다. 변색 작용에 의해 이 바위 표면에는 주황색과 검은색의 두 층이 형성되.. 2023. 5. 24. 산 자비에르 성당(Mission San Xavier del Bac) 1860년대 멕시코 전쟁으로 미국에 편입되기 이전에, 미국 서남부 지역은 스페인에 의해 식민화된 지역이었고, 예수회(나중에는 프란체스코회) 선교사들에 의한 가톨릭 선교가 이루어진 곳이다. 애리조나 투산 남쪽, 산 자비에르 보호구역 내에 있는 산 자비에르 성당은 이 지역 밑바탕에 덧칠되어있는 가톨릭 문화를 대표하는 유적이며 애리조나 역사를 대표하는 건물이다. 산 자비에르 성당(Mission San Xavier del Bac)이 있는 지역에 키노(Kino) 신부가 들어와서 토호노 오담(Tohono O'odham) 사람들에게 선교하며 가톨릭 공동체를 형성한 것은 1692년의 일이다. 이후 1700년대 중반부터 이 성당 건설에 들어가 1797년에 완공하게 된다. 정치적 사정 때문에 1820년대에 버려진 적도 있.. 2023. 5. 24. Mission in the Sun 애리조나 남쪽 투산 북쪽 교외에 작고 예쁜 예배소가 있다. "미션 인 더 선"(Mission in the Sun)이라는 곳이다. 그라지아(De Grazia)라는, 애리조나에서는 가장 이름난 예술가가 자신의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평생을 바쳐 만들고 가꾼 곳이다. 예배당 옆에는 그의 갤러리가 있다. 실용적 측면이나 종교 행사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이 예배당은 상당히 예쁘다. 선인장들로 둘러싸인 곳에 진흙으로 빚어만든 작은 건물이 서 있다. 건물의 외관상 특징은 토착적인 아도브(adobe) 양식을 취하고 있다. 작은 나무문으로 내부가 엿보인다. 문을 장식하고 있는 꽃들은 양철을 잘라 만들어붙인 것들이다. 내부 공간. 현관에 어둡고 작은 기도실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지금 보이는 것이 내부의 거의다이.. 2023. 5. 24. 카사 그란데 유적 ‘큰 집’이라는 뜻의 카사 그란데(Casa Grande Ruin National Monument)는 1300년대에 호호캄 인디언들이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4층짜리 거대한 건물이다. 애리조나 피닉스 남쪽, 투산 가는 길 중간 쯤, 쿨리지라는 작은 도시에 있다. 오늘날 남아있는 북미원주민 유적지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건축물일 것이다. 이곳은 1892년에 보호대상으로 지정되었다. 미국 정부가 처음 지정한 보호 유적이다. 지금은 커다란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있지만, 원래는 대규모의 주거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많은 양의 집터가 주변에 남아있어 당시의 마을의 규모와 형태가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금 카사 그란데는 황야 복판에 서있지만, 이 마을에 사람들이 살았을 때에는 강물이 이 근처를 지났다. 호호캄 사람.. 2023. 5. 24. 몬테주마 못, 주거지 / 버드 요새 애리조나 중부, 피닉스와 플래그스탭을 잇는 고속도로 주변, 세도나에 조금 못 미친 지역에 몇 곳 한적하고 아름다운 유적지들이 흩어져 있다. 캠프 버드(Camp Verde)라는 작은 마을과 시나구아 인디언 유적지인 몬테주마 못[淵]과 주거지가 그들이다. 백인들의 근대와 북미 원주민의 중세가 묘한 불협화음을 이루며 공존하는 곳이다. 1. 버드 요새 유적지 (Fort Verde State Historical Park) 북미 원주민 부족 중에 미국에 최후의 항전을 벌인 이들이 아파치족이다. 용맹스러운 지도자 제로니모(Geronimo)를 중심으로 벌인 아파치족의 투쟁은 꽤 유명하다. 제로니모를 소재로 한 영화가 최근에 제적되기도 했다. 실제로 확인하진 못했지만, 미국애들이 높은 데서 떨어질 때 “Geronimo”.. 2023. 5. 24. 후기성도교회 애리조나 메사 성전 근처에 있는 몰몬교 애리조나 메사 성전(The Mesa Arizona Temple)을 방문했다. 이곳은 이 근처에서 명소이다. 12월이 되면 화려한 등불 장식을 하고 저녁 7시마다 무료 콘서트를 열어주기 때문에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든다. 내가 찾아갔던 것은 낮이지만 밤의 모습을 찍은 사진도 찾아 같이 올린다. “예수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몰몬교의 본 명칭이다.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보니 후기성도라는 번역을 사용하고 있다. 편의상 몰몬교로 부른다. 정식명칭이 너무 길고 어느 것이 올바른 줄임말인지 몰라 편의상 애칭을 그대로 사용한다.]에서 성전(temple)은 그냥 교회 건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침례 의식을 행할 수 있는, 매우 중심적인 장소이다. 회중들이 .. 2023. 5. 24. 피닉스 민속촌 미국 서남쪽 구석의 사막지대인 애리조나는 가장 뒤늦게 미국 땅이 된 곳 중 하나라서, 미국 사람들 들어와 근대적인 삶을 구가한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곳이다. 대략 19세기 말부터 미국 사람이 들어와 살았는데, 이 시기는 우리나라가 문호를 열고 근대화를 시작한 시점과 얼추 비슷해 약간이나마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 있다. 지금의 애리조나가 미국 땅이 된 것은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미국이 이겨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지역을 획득한 1850년이다. 1863년에 애리조나라는 이름의 준주(準州, territory)로 지정된다. 그 이후 캘리포니아로 가는 66번 길(Route 66)을 타고 사람들이 몰려와 여기저기 금광을 찾아 정착하면서 조그만 도시들이 생겨난다. 피닉스 지역에 마을이 생기고 애리조나의 중심지로 지.. 2023. 5. 24. 애리조나 드림을 잠시 접으며 (2006.6.19) 어찌 보면 우울한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줄도 몰랐던 고장을 떠나, 이상하리만치 들떠있는 한국에 들어와 일주일을 보냈다. 지난 일 년 동안, 나는 남들에게 뭐라고 이야기하기 까다로운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사고 휴유증이라 할 만한 것인데, 어디가 특별히 아픈 것은 아니고 힘이 나지 않을 뿐이다. 힘이 안 나니, 먹고 자는 생활은 그럭저럭 유지하지만 책이 눈에 안 들어오고 글을 써나갈 힘이 나지 않아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까먹고, 써야할 논문 다 못 쓴 채 한국 가서 써서 보내주겠노라고 배째고 돌아와 누워있는 형국이다. 그나마 작년 말에는 블로그 쓸 여력은 충분했는데, 최근에는 그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이제 “재기”를 하겠노라고 부모님 집에 돌아온 마당이니, 글쓰는 준비.. 2023. 5.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