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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_자료/영상39

메시아(=알마시히) 1. 넷플릭스 드라마 (2020)는 스릴러물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종교 스릴러”인데, 여기서 긴장은 “이 사람이 진짜(real)일까, 아닐까”에서 조성된다.(영어 표현으로는 “conceive or con”) 종교 스릴러라니, 신선한 긴장이다. 이 드라마의 매력이자 논란거리는 무려 이슬람과 기독교를 아우르는 메시아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 남자를 추종하는 사람은 시리아의 무슬림과 미국의 개신교도이다. 두 회중을 동시에 이끄는 종교 지도자! 이 기묘한 결합을 위해 드라마는 공을 들였고, 이 상상력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히 볼 만하다. 2. 한 북미 학자의 글 “Netflix’s Iranian ‘Messiah’ Is a Gift to Trump and His Evangelical Base”에서는 이란 출신.. 2023. 6. 4.
라즈니쉬가 꿈꾼 유토피아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는 다루는 자료의 깊이에 있어서나 그 문제의식에 있어서나 놀라운 작품이다. 나는 이 다큐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넷플릭스에 지불한 돈이 아깝지 않았다. 이 다큐는 라즈니쉬가 미국에 설립한 공동체가 설립되었다가 와해되는 1980년대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놀랍게도 이미 죽은 라즈니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핵심 인물들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당시의 영상 자료들이 상당히 충실하게 보존되어 적절하게 활용된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다큐의 차분한 관점이다. 다큐는 반대 입장을 충분히 전하면서도 라즈니쉬 교단 추종자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았다. 교단이 당시 미국 사회에 일으킨 파문도 놀랍지만, 그보다 핵심적인 것은 추종자들이 어떻게 라즈니쉬에 매력을 느꼈는지, 어떻게.. 2023. 6. 4.
피케이가 본 종교 올 가을에 아주 잠시 개봉했던 인도 영화 (2014)는 지구에 온 외계인 피케이가 종교를 관찰하고 연구한다는 내용이다. 종교학의 입장에서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종교를 묘사한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1. 종교현상학적 상황[51:30-1:16:40] 우주선 리모컨을 되찾아야 하는 피케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신에게 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도 자신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신을 찾아 나선다. 종교에 대한 관찰이 시작된다. 이것은 종교학이 꿈꾸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무런 문화적 전제가 없는 관찰자의 눈에 종교라는 현상은 어떻게 묘사될 수 있을까? 영화적 상상력에 의해 내가 완벽한 ‘종교현상학적 상황’이라고 부르고 싶은 상황이 설정되었다. 외부인인 학자가 종교를 연구하는 상황과 크게 .. 2023. 6. 3.
학문적 강의와 종교적 청중 팔만대장경에 대한 KBS 다큐 (2011) 제1편의 한 장면. 이 다큐는 오랜 세월 팔만대장경을 연구한 미국인 학자 랭커스터 교수의 강연 내용을 중심으로 제작되었다. 아래의 장면은 랭커스터 교수가 승가대에서 승려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 모습이다. 나는 그의 강연을 한 번 들은 적이 있어 내용을 대강 알고 있다. 승가대의 강연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 짐작된다. 강의 내용은 불교 경전이 담겨온 매체의 발달사, 그 중에서도 획기적인 성취를 이룬 팔만대장경, 앞으로의 매체의 발달과 새로운 개념의 불경에 대한 전망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위의 영상에서도 랭커스터 교수는 승가대 학생들 앞에서 그런 내용을 강의하고 통역을 통해 전달된다. 학생 스님들은 눈을 반짝이며 강의를 듣는다. 긴장감이 충만하다.. 2023. 6. 3.
종교학의 자리와 김구라 종교학은 종교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비평적 역할을 하는 학문이다. 흔히 메타meta 학문이라고 부른다. 종교학이 무엇인지를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찾다가 최근에 내가 빠져 있는 프로그램 에서 재료를 찾아보았다. 다소 무리는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종교학의 이미지가 솔직히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나는 요즘 아이돌의 언어를 들으면 종교인의 언어를 듣는 느낌을 받는다. 언제나 ‘팬분’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간다는 그네들의 말의 진실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언어는 기획사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제한된 문법 안에서 제작된 언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만약 그네들의 공식적 발언만이 그들에 대한 유일한 정보라면 얼마나 답답할까? 종교적 언어(종교인들의 고백적 언어)만으로 종교를 알려고 하는 것은 .. 2023. 6. 3.
영화 [오아시스]에서 빛나는 것 1. 주물숭배(fetishism) 판 데르 레이우는 릴케의 동화 한 소절을 통해서 주물숭배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그가 인용한 동화에서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주님을 믿지? 그보다 더 쉬운 게 어디있어! 모든 게 하나하나 주님일 수 있지. 적어도 그 물건에게 그렇게 말하기만 하면 되는 거지. 그리하여 아이들은 어머니의 골무가 은빛으로 빛나고 너무 예쁘니 사랑하는 주님으로 삼자고 했다. 아이들은 차례차례로 주님을 끼고 다녔는데, 꼬마 마이가 그만 사랑하는 주님을 잃어버렸지..." 레이우는 이 구절을 인용한 후에 다시 강조하여 말한다. "신이라고 말하면 모든 것이 신이 될 수 있다. 특히 아름답게 빛나면 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동화의 한 구절을 이용하여 한 종교 현상을 와닿게 설명하.. 2023. 5. 31.
기적을 쟁취하려는 경쟁사회 1. 는 제목 그대로 프랑스의 유명한 성지 루르드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우리나라에서는 대구 성모당이 이곳을 본떠 만들어졌다.) 전신불수인 주인공이 루르드에서 기적적으로 치유 받아 몸을 움직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까지만 보면 하느님의 기적을 찬양하는 전형적인 종교영화이다. 그래서 나도 심드렁하게 보고 있었는데, 갈수록 영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2. 순례단을 이끄는 수녀는 엄격한 사람이다. 엄격함이 심해 신앙 언어로 구성된 폭력을 휘두른다.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이에게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운명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당신이 겪는 고통엔 깊은 뜻이 있어요.”라고 못박으며, “난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라는 성 바오로의 말을 인용한다. 아픔을 주.. 2023. 5. 31.
캐리 엄마의 종교 영화 (1976)에서 월경에 대한 종교의 부정적 해석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영화는 주인공 캐리가 학교에서 초경을 하고 반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캐리가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왜 월경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따졌을 때, 엄마 마거릿 화이트는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참고해서 그녀의 설교(?) 장면을 반추해보았다. (0) 마거릿 화이트의 종교적 배경. 소설에는 ‘근본주의 기독교인’으로 명명되어 있다. “한때 침례교인이었지만 침례교가 적그리스도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면서 교회를 나왔다.”고 하며 그 이후 집에서 딸과 독자적으로 예배를 드리며 종교 생활을 하고 있다. 종교적 배경은 그럴 수 있는데, 정작 이 인물을 기괴하게 만드는 허구적 요소는 광.. 2023. 5. 30.
그의 엔딩은 언제나 슬펐지만 1. 내 삶에 영향을 준 그 엔딩 흔히 김병욱 피디의 새드 엔딩을 이야기할 때 마지막의 박정수의 죽음을 언급한다. 내 경우엔 두고두고 머릿속에 남은 것은 다른 장면이었다. 이 엔딩은 김민정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다른 사람들의 소식을 전한 후 마지막으로 자신과 애인의 소식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난 [유학 떠나는] 재황 오빠와 예정된 이별을 했다. 몇 년이 될지 모르는 유학을 앞에 두고, 우리는 서로에게 질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약속이나 기다림에 관한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자기 앞에 주어진 길을 최선을 다해 걷자는 말을 눈물 속에서 주고받았다. 유학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때라서 그랬던지, 내겐 이 이야기가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나는 드라마에서 연인이 유학을 위해 깨끗하게 헤어지는.. 2023. 5. 22.
Gregorian "Sound of Silence" 수도사들이 부른 “Sound of Silence”를 듣는 순간, 거의 얼어붙은 듯이 꼼짝 않고 노래를 들었다. 멋진 어울림이다. 수도사만큼 침묵의 소리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수도원에서 오래 세월 동안 침묵 안에서 영성을 추구해온 내공이 빛을 발하는 듯한, 인상적인 공연이다. 찾아보니 이 노래는 “Gregorian Masters of Chant”라는 그룹이 불렀다. (http://www.gregorian.de/) 거창한 이름, 폼잡는 앨범 자켓 사진, 인기 팝송으로 채워진 목록. 실제 수도사를 초빙하여 부른 것이긴 하지만, 상업적인 의도가 다분하다. 그레고리 성가라는 게 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어떠랴. 나는 이런 식의 상업적인 기획을 무척 좋아한다. 가야금으로 캐논 협주곡.. 2023. 5. 21.
이슬람에 관련된 미국 대중문화 William Lafi Youmans, “Islam,” (Routledge, 2015), 460-76. 1. 사이드와 헌팅턴 이론의 대중화된 형태들이 이슬람 묘사에서 긴장관계에 있는 두 축을 이루고 있다. 이슬람애호Islamophilia는 사이드 후기 저작에서 지적했듯이 ‘착한’ 이슬람의 특징에 대한 잘못 설정된 감상이나 낭만화로 변질되며, 이슬람혐오Islamophobia는 헌팅턴 예측의 글자 그대로의 캐리커처로, 사회 내 무슬림의 역할과 증가에 대한 대중의 패닉에 가까운 공포이다. 2. 이슬람포비아는 이슬람에 대한 근거 없는 적대감, 무슬림 모두에 대한 공포나 혐오이다. 이슬람필리아는 근거 없는 환대와 감정 과잉이다. 이슬람에 대한 오해에 방어하거나 변호화는 과정에서 나오며, 이슬람포비아를 비판하는 논.. 2023. 5. 13.
그들의 신이 우리의 괴물로 Timothy K. Beal, (London: Routledge, 2002), 103-21. 저자는 이 글에서 다른 전통의 낯선 신격이 서양 문화의 관점에서 괴물로 둔갑하는 과정을 재미 있는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괴물은 한 사회에서 타자로서 인식되는 것이 드러난 것인데, 그 타자성 중에는 “종교적" 타자성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1. 저자가 논의의 실마리로 사용한 사례는 뜻밖에도 미국의 고전 영화 (1939, 영화의 줄거리는 이 글 참조)에 나오는 악한 마법사의 부하, 원숭이 사령관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텔레비전에서는 매년 명절마다 이 영화를 틀어주어서 저자를 포함한 미국인들의 머릿속에는 상당한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특히 저자는 어릴 때 나로서는 전혀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날개 달린.. 2023. 5. 11.
종교와 영화를 논하는 방식 “‘종교와 영화’ 수업에서 가르치는 것”이라는 다음 글에서는 수업 시간에 종교와 영화가 관련을 맺는 방식을 네 가지로 정리해서 제시한다. 이 글의 저자 중 한 명은 이라는 웹진을 통해서 이 분야를 선도해온 인물이기도 해서, 이 분야에서 쌓은 경험이 배어 있는 글이기도 하다. William L. Blizek & Michele Desmarais, “What Are We Teaching When We Teaching ‘Religion and Film’?,” Gregory J. Watkins (ed.), (Oxford, 2008), 17-33. 나는 짧은 기간 동안 별 이유도 없이 이 분야의 수업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그동안 경험해왔던 영화들 중에서 기억에 남고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 혹은 그럴.. 2023. 5. 11.
종교 호러 영화가 먹고 사는 것 아래 인용문은 종교 관련 호러영화에 관한 것이지만, 사실 종교에 관련된 영화 일반을 접하면서 많이 느끼던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 잘 모른다. (아래 글에서는 자기 종교에 대해서만 안다고 얌전하게 말하지만 사실 자신의 전통에 대한 무지도 덜하지 않다.) 그래서 영화에서 심각한 척하면서 종교에 대해 뭐라 뭐라 말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순전히 허구가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고, 약간의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지어낸 이야기라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가 지어낸 것인지 분간하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를 기독교의 숨겨진 비밀을 폭로하는 영화로 받아들이기도 했고, 역시 잘 모르는 기독교인들은 이 영화에 대해 “분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영화는 종교.. 2023. 4. 30.
예수 영화 제작의 문화적 맥락 다음 인용문에서는 텍스트가 제작된 시대적, 문화적 맥락이 예수 영화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설명된다. 예들이 디테일하다. 신경 쓰지 않으면, 그리고 상당한 감각이 없으면 흘려버릴 내용들이다. 이런 부분들도 찾아보고 확인해야 할 숙제로 내게 주어진 내용. (아래는 의 마지막 식사 장면) 예수 영화들이 우리의 문화적 경험에 의존하며 그에 대해 직접적으로 발언한다는 사실은 영화들에서 잘 알려진 문화적 생산물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언급이 많다는 점에서 분명해진다. 영의 에서 요셉은 어린 예수와 사촌 요한(미래의 세례자 요한)을 데리고 처음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한다. 도시가 시야에 들어왔을 때 요셉은 성전을 가리키며 이렇게 소리친다. “예수야, 요한아, 우리는 더 이상 나사렛에 있는 것이 아니란다.” 시청자들은 이것.. 2023.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