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영화’ 수업에서 가르치는 것”이라는 다음 글에서는 수업 시간에 종교와 영화가 관련을 맺는 방식을 네 가지로 정리해서 제시한다. 이 글의 저자 중 한 명은 <Religion and Film>이라는 웹진을 통해서 이 분야를 선도해온 인물이기도 해서, 이 분야에서 쌓은 경험이 배어 있는 글이기도 하다.
William L. Blizek & Michele Desmarais, “What Are We Teaching When We Teaching ‘Religion and Film’?,” Gregory J. Watkins (ed.), <<Teaching Religion and Film>>(Oxford, 2008), 17-33.
나는 짧은 기간 동안 별 이유도 없이 이 분야의 수업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그동안 경험해왔던 영화들 중에서 기억에 남고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골라 수업 준비를 했다. 거의 본능적으로 강의를 만들어왔던 한 학기였고 그것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런 위미에서 위의 글은 그런 내게 종교와 영화를 관련시키는 방식을 정리하는 데 꽤 도움을 주었다. 글에서 종교와 영화라는 주제의 결합을 다루는 방식은 다음 네 양상으로 정리된다.
1) 영화를 해석하는 데 종교를 사용하는 것Using religion to interpret movies
종교에 대한 지식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우. 예를 들어 예수의 이미지를 통해 <메트릭스>의 네오를 설명하는 것, 선불교 세계관을 통해 <매트릭스>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것 등. 나 역시 얼마 전에 <슈퍼맨>에 깔린 메시아적인 주제에 대해 강의한 적이 있다.
저자들은 이런 접근이 가지는 한계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1)“영화를 종교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영화가 종교적 이야기나 관점을 얼마나 근접한 것이어야 하는가?” 영화가 얼마나 종교적이냐에 대한 정확한 기준은 없으며, 그 정도는 개인의 관심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2)“종교적 이야기나 관념과 영화 사이의 유사성을 찾는 것이 영화 해석에 종교를 사용하는 것의 전부인가?” 다른 방식의 사용법들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2) 종교를 비평하는 데 영화를 사용하는 것Using movies to critique religion
우리가 종교 영화라고 부르는 것들은 일반적으로 종교를 비평하는 기능을 갖는다. <미션>이나 <로메로>를 통해 가톨릭교회 내에서 위계제도가 야기하는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내가 <밀양>에 대해 강의할 때도 한국 개신교회가 개인의 구원에만 관심을 갖고 사회적 의미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비판한 적이 있는데, 이 역시 영화의 이런 쓰임새에 해당할 것이다.
3) 종교를 믿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Religion Uses the Movies
신앙의 입장에서 영화를 사용하는 것.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신앙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으며 그런 식으로 관람되고 있다. 종교 신앙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에서 영화를 독해하는 작업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이루어지고 있으며 소개도 어느 정도 되어 있다. <영화관에서 만나는 기독교 영성>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책에는 이러한 독해가 가득하다. 신학대의 영화 강의를 바탕으로 저술된 <영화, 신학에 말을 걸다>도 이런 접근을 잘 보여준다. 종교학자가 썼다는 표제를 달고 있지만, 나는 <영화는 세상의 암호>라는 책도 이런 맥락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4) 문화적 가치를 드러내는 데 영화를 사용하는 것Using movies to expose cultural values
일반적인 영화 비평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영화 독해를 통해 이데올로기적인 비평을 시도하는 작업들이 있다. 예를 들어 젠더, 인종, 동성애, 정의 등의 사회 문제들을 다루는 작업들이 있다. 아무래도 서양에서는 종교 연구에서 윤리학이라는 분야가 강하다 보니까 이렇게 윤리적 실천에 관심을 갖고 영화 비평에 임하는 종교연구가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저자들은 (1)과 (2)가 학문적 관심에 해당하는 것이고 (3)은 종교적 관심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4)는 둘 다에 걸쳐 있고. 돌이켜보면 내가 본능적으로 영화와 종교를 연결시킬 때도 (1)과 (2)가 사용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모든 게 정리된 것은 아니다. 위의 정리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작업들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까지 제시된 것은 아니다. 내 견해로는 종교와 영화가 종교학 수업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영화가 ‘종교’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종교학’, 다시 말해 종교들을 설명하는 ‘종교학 이론’을 설명하는 데 이르러야 한다고 본다.(나의 성근 도식) 내가 이해하는 ‘종교와 영화’는 위장된 신학이 아니라 위장된 종교학이기 때문이고 결국 설명해야 할 것은 종교학 이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