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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돌아다니다가40

허 본좌와의 만남 지난달 있었던 뜻밖의 만남. 이 만남은 두 결과물을 남겼다. 하나는 내가 남긴 학문적 메모. 온갖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근거가 부족한 추측은 자제하고 주관도 배제하고 학술적인 폼을 부려 점잖게 쓴 글이다.(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로 게재) 또 하나의 결과물은 그쪽에서 유튜브에 올린 영상. 낚시성 제목에 야릇한 썸네일로 많은 조회수를 올린 영상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쓰겠다는 양해 없이 종교학자 타이틀을 자기들 맘대로 소비한 것이라 기분이 좋지 않지만 그냥 참는 중이다. [첫째 결과물] 허 본좌와의 만남 1. 정치인 허경영이 얼마 전부터 종교인으로 등장했다. 본인은 이러한 규정을 달가워하지 않겠지만, 일단 세상의 분류를 따라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는 여러 번의 대선 출마와 파격적인 선거 공약.. 2023. 6. 4.
고대 한국 기독교 유물 숭실대학교에 있는 한국기독교박물관에 갔다 왔다. 기독교를 전문으로 다루는 박물관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기독교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참 즐거운 구경이었다. 말로만 듣던 자료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 뭐 눈에 한 번 들인다 해서 더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물리적 경험이 묘한 쾌감을 준다. 이곳에 있는 귀중한 전시물 중에서 하필 논란이 되는 것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박물관을 처음 들어서면 만나는 전시물이 경주에서 출토된 돌십자가, 성모상 모양의 조각, 그리고 십자가 문양이다. 십자가라고는 하지만 정말 그러한 지는 잘 모른다. 십자 모양의 돌조각이야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십자가로 믿도 보면 그렇게 보이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보면 그렇지 않게 보인다. 사실상 다른 근거 자료 없이 .. 2023. 5. 27.
서울시내 답사(1) 2018년 11월 3일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답사에서 들린 서울 시내의 종교시설들(1) 종묘, 천도교 중앙대교당, 조계사 1. 종묘 답사날에 때마침 가을 제향이 있어 영녕전에서 진행된 의례 관람. 제실이 열려 있는 모습, 제상, 희생에 쓴 고깃기름을 태우는 장면, 축문 읽는 장면, 춤과 음악 등을 볼 수 있었다. 2. 천도교 중앙대교당 종교로 인정받고자 한 염원이 만들어낸 건물. 1920년대 시민운동을 주도하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쓸쓸한 공간. 3. 조계사 경내가 화사한 꽃천지였다. 사람들을 끌여들여 연신 사진을 찍게 만드는 곳. 대중의 공덕을 물질적 형식으로 전환하는 작업의 최첨담에 있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2023. 5. 26.
서울시내 답사(2) 2018년 11월 3일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답사에서 들린 서울 시내의 종교시설들(2)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대한성공회 성가수도회 4.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갈 때마다 경탄하는 아름다운 교회. 최근에 교회 앞을 가리는 건물이 철거되어 그 아름다움을 시민에게 더욱 드러내고 있다. 이번 방문에는 건물 내부구조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빛의 각도에 따라 실내 분위기가 어떻게 조성되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5. 대한성공회 성가수도회 도심 한복판에 이런 정갈한 공간이 있다니. 이런 공간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더 대단함을 방문을 통해 배우게 됨. 2023. 5. 26.
서울시내 답사(3) 2018년 11월 3일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답사에서 들린 서울 시내의 종교시설들(3) 정동 덕수궁 주변에 빼곡히 들어찬 기독교 답사지들 3. 덕수궁 후문쪽 돌담길 -2017년 8월에 개방한 100미터 구간이다. 석조전 뒤에 난 문부터 시작되는 길. (영국대사관 안의 70미터는 아직 개방되지 않아 주교좌성당까지가는 길은 막혀있다.) -이 작은 길은 고종이 선원전에 드나들던 길이다. 서원전은 조선의 왕들을 모신 사당으로 고종이 의욕적으로 덕수궁으로 옮기고 다주 찾은 것 같다. 기록에는 이런 형태로 나온다. “회극문에 나아가 선원전 각실의 영정을 맞이하다.” 4. 구세군 역사박물관 덕수궁 소유였다가 친일기업인에 넘어간 부지를 구세군에서 매입하여 1928년에 부스(Bramwell Booth) 대장 방문 기념으로 .. 2023. 5. 25.
청평성지에 다녀와서 (2015.11.3) 지난 10월 23, 24일에 통일교(정식명칭: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청평성지를 다녀왔다. 가고 싶다고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닌데,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서 마련한 기회에 편승해서 좋은 체험을 했다. 그저 장소만 방문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인사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사전 공부 없이 간 주제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아래의 글은 연구소 뉴스레터에 싣기 위한 답사후기이다. 핵심적인 교리 변화에 대해서는 공부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인상 중심으로 간단히 남긴 기록이다. 보고 든 생각은 더 많았지만 정리되지 않아 몇 가지만 글로 남겼다. 1. 살금살금 밞아야 할 곳 이번 청평성지 답사(11차 종교문화탐방, 10월 24-25일)는 특별한 만남이었다. 연구소 쪽에서.. 2023. 5. 25.
프로이트의 도시 수업 시간에 애니메이션 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주인공 마르잔이 유학 간 유럽 도시가 오스트리아 비엔나임을 새삼 알게 되었다. 어두침침한 색채로 묘사된 그 도시가 내가 다녀온 그곳이었다니. 다시 찾아보니 만화는 도시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었다. 며칠 머물렀던 비엔나는 내게 음악의 도시로 경험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커피의 도시로 경험되기에는 돈이 부족했다. 내 일정상 이 도시는 "프로이트의 도시", 정신분석학의 본향이었다.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어 프로이트의 흔적을 따라가 볼 수 있었다. 빈 대학 회랑에는 여러 학자들과 함께 프로이트의 흉상이 전시되어 있다. 빈 대학에서 길을 건너면 프로이트의 이름이 붙은 작은 공원이 있다. 이곳에서 잠시 목을 축인 후 프로이트 박물관이 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박물관 .. 2023. 5. 25.
다문화사회 종교시설: 이슬람 (2012.10.29) 지난 달에 갑자기 참여하게 된 작업이 다문화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덕분에 관련된 종교시설 현장을 직접 누비고 다닐 기회가 있었다.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보고서로 제출한 글을 아래 덧붙여 놓는다. 딱딱하고 특정 목적을 위한 글이라 생각대로 쓴 것은 아니지만 따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어 상부(?)에 제출한 내용 그대로 참고삼아 실어놓는다. 아래는 안산 이슬람성원에서 찍은 사진들 이슬람 안산 성원 1) 현황 이슬람 안산 성원은 안산 지역 무슬림들의 모금과 서울 중앙 성원의 지원으로 2002년에 건립된 종교시설이다. 모스크는 무슬림 공동체 소유의 3층 건물의 2층에 위치해 있다. 이 건물의 1층에는 아랍 식료품점과 사무실이, 3층에는 거주 공간이 있으.. 2023. 5. 25.
다문화사회 종교시설: 원불교 (2012.10.29) 지난 달에 갑자기 참여하게 된 작업이 다문화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덕분에 관련된 종교시설 현장을 직접 누비고 다닐 기회가 있었다.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보고서로 제출한 글을 아래 덧붙여 놓는다. 딱딱하고 특정 목적을 위한 글이라 생각대로 쓴 것은 아니지만 따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어 상부(?)에 제출한 내용 그대로 참고삼아 실어놓는다. 아래는 원불교 서울 외국인센터에서 찍은 사진들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1) 현황 서울외국인센터는 2001년 스리랑카 교화를 준비 중이던 최서연 교무가 국내에 5000여 명의 스리랑카 이주민들이 한국에 체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실을 개설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되었다. 설립 이후 이곳은 최.. 2023. 5. 25.
다문화사회 종교시설: 불교(2) (2012.10.29) 지난 달에 갑자기 참여하게 된 작업이 다문화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덕분에 관련된 종교시설 현장을 직접 누비고 다닐 기회가 있었다.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보고서로 제출한 글을 아래 덧붙여 놓는다. 딱딱하고 특정 목적을 위한 글이라 제대로 된 글은 아니지만 따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어 상부(?)에 제출한 내용 그대로 참고삼아 실어놓는다. 아래는 부천 석왕사에서 찍은 사진들 부천 석왕사 ㅇ현황 석왕사는 부천 지역의 대표적인 조계종 사찰로 장례식장, 룸비니 어린이집을 비롯한 다양한 생활시설과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1995년부터 외국인노동자의 집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석왕사에서는 불교.. 2023. 5. 25.
다문화사회 종교시설: 불교(1) (2012.10.29) 지난 달에 갑자기 참여하게 된 작업이 다문화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덕분에 관련된 종교시설 현장을 직접 누비고 다닐 기회가 있었다.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보고서로 제출한 글을 아래 덧붙여 놓는다. 딱딱하고 특정 목적을 위한 글이라 생각대로 쓴 것은 아니지만 따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어 상부(?)에 제출한 내용 그대로 참고삼아 실어놓는다. 아래는 관악구 명락사에서 찍은 사진들 명락사 명락빌리지 ㅇ현황 명락빌리지는 천태종이 서울 지역에서 운영하는 결혼이주민 여성의 쉼터이다. 이곳에서는 가정폭력에 시달리거나 이혼 후 갈 곳이 없는 이주민 여성들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취업을 위한 도움을 제공한다. 명락빌리지는 명락사에서 약간 떨어진 별도의 건물을 임대해 .. 2023. 5. 25.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에서 생산되는 신앙 더운 여름날 찾아갔던 용인의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 눈길을 끄는 전시물들이 많지는 않았다. 순교자에 관련된 유물들이 적어서 그랬는지 개신교사에 관련된 사진이나 전시물들로 공간을 많이 채웠는데, 오히려 그쪽에 더 눈이 갈 정도였다. 돌아와서 검색을 해보니 이 기념관은 1989년에 개관되었다. 상당히 놀랐다. 내가 실제 이곳에서 가장 많이 받은 느낌은 급조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곳이 20년이 넘은 곳이었다니! 꽤 오래되었음에도 급조된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컨텐츠의 부족이 이 공간의 고유한 속성에 가까움을 암시한다. ‘비어있음’을 이 공간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면, 이를 잘 보여주는 전시물은 내가 무심코 찍어두었던 거울이리라. 거울 아래에는 “나도 순교자가 될 수 있다!”라는 인상적인 글귀가 쓰.. 2023. 5. 24.
토제인면상이 말해주는 종교 휴가지 양양에서 우연히 들른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 종교 관련 유물도 하나쯤 있으려니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정말로 딱 하나 있었다. 그러나 그 하나 있는 것이 이 박물관을 대표하는 유물이었고, 딴 것에는 흥미가 없는 나로서는 그 하나만 유심히 쳐다보고 나왔다. 그 유물은 ‘흙으로 빚은 사람얼굴상’(土製人面像)이었다. 전시된 모습은 다음과 같다. 사진이 흐릿하기 때문에 모조품 사진을 제시한다. 이 사진은 박물관에서 판매하는 냉장고 자석이다. 내 방 냉장고에 부착된 모습. 사람 얼굴상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표제어가 없다면 사람 얼굴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찰흙 판에 손가락으로 구멍 다섯 개를 눌러 놓은 것이 다다. 입은 그럴 듯하지만 구멍 네 개를 눈이라고 어떻게 봐주어야 할지 난감하다. 공식적.. 2023. 5. 24.
이스라엘수도원 서울 집회소 자리(상도동) 교세는 거의 없었지만 한국 기독교계 신종교사 흐름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녔던 김백문의 이스라엘수도원. 해방 직후에 이스라엘수도원은 경기도 파주 파평면에 본부를 두었지만 서울 집회소는 상도동에 있었다. 내 주거지와 가까운 곳이라 구체적인 주소가 어디인지 찾아보았는데, 매우 불확실한 자료(인터넷 게시판의 찌라시성 글)에 따르면 그곳은 “상도동 494-1번지”였다. 확인이 필요하고 현재 주소와 일치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보를 따른다면 이곳은 현재 숭실대입구역 근처 우리은행 뒤의 건물(금정빌딩)이 있는 곳이다. 맨날 지나다니는 곳이다. 당장 나가 사진을 찍어 왔다. 1. 김백문 이스라엘수도원의 위상을 간단히 말하면, 김성도(새주파, 성주교회), 백남주, 김남조, 예수교회 그룹(이용도와 관련된) 등 신유 계.. 2023. 5. 24.
사육신묘, 신화와 역사 종교학에서는 가끔 신화와 역사의 관계를 논하기도 한다. 얼핏 보기에 이 둘은 대립되는 것 같다. 신화는 허구이고 역사는 진실이라는 식으로. 그러나 이런 이분법은 금세 한계를 드러낸다. 우리가 생각하는 역사는 얼마나 많이 믿음에 근거하고 있으며, 신화는 또한 생각보다 많은 현실의 재료를 사용하고 있는가. 이 말을 역사가 허구라는 뜻으로 오해말기를 바란다. 역사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기 위해서는 믿음이라는 요소가 개입한다는 말이다. 역사와 신화의 대립이 그리 유용하지 않은 사례를 우리 동네에서 만나게 된다.동작구 노량진동에 있는 사육신묘에 대한 공식적인 안내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선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희생된 70여 명 중 젊은 육신의 묘역이다. 사육신의 충절과 의기를.. 2023.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