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29)
지난 달에 갑자기 참여하게 된 작업이 다문화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덕분에 관련된 종교시설 현장을 직접 누비고 다닐 기회가 있었다.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보고서로 제출한 글을 아래 덧붙여 놓는다. 딱딱하고 특정 목적을 위한 글이라 생각대로 쓴 것은 아니지만 따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어 상부(?)에 제출한 내용 그대로 참고삼아 실어놓는다.
아래는 원불교 서울 외국인센터에서 찍은 사진들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1) 현황
서울외국인센터는 2001년 스리랑카 교화를 준비 중이던 최서연 교무가 국내에 5000여 명의 스리랑카 이주민들이 한국에 체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실을 개설한 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되었다.
설립 이후 이곳은 최서연 교무의 독자적인 노력을 통해 운영되어 왔다. 교사 업무를 하는 봉사자들이 있긴 했지만 지속적인 도움을 받기는 힘들어 지금은 대부분 교무 혼자 꾸려나가는 편이다. 운영자가 “알아서 오시는 분들”이라고 표현하는 시설 이용자들은 이주노동자들과 그들의 배우자, 자녀들이다. 현재는 15명 정도가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국적은 중국,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이다. 그 중 여성 배우자의 비중이 높고 그들을 위한 활동이 주로 이루어진다.
센터에서는 한국어 교육을 비롯해 이주민들이 한국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제공한다. 이주민들에게는 임금 체불, 공장 이전, 자녀 교육, 가정 폭력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센터에서 하는 일은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고 일대일 상담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해당 기관과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는 다른 시설과 중복되는 사업을 벌이지 않는 대신에 이용자들이 마음의 안식과 정서적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삶의 의미를 확립하도록 한다.
2) 독립적인 운영
이곳은 교단의 지원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무의 개인적인 관심과 재정적 뒷받침에 의해 설립되었다. 현재 센터는 3층 건물의 1층에 입주해 있는데, 이 건물은 교무 어머니의 소유이다. 센터 설립에서 운영에 이르기까지 교단이 아니라 개인의 재정과 후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자체와 교당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익산, 남원 등지의 다문화 관련 사업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교단의 재정 지원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센터의 운영은 자유로운 면이 많다. 그러나 이것이 교단과 무관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운영자는 사업 계획을 교단에 이야기하여 본부로부터 ‘사령장’을 받아 이 사업을 개척하였음을 강조한다. 재정적 지원은 없어도 본부에서 뜻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사업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단과의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독립성을 갖는 시설이라고 볼 수 있다. 몇 해 전부터 이 시설이 ‘교당’으로 지정된 것도 교단 차원의 공식적 인가의 성격을 보여준다.
3) 신앙의 공존을 지향하는 지원 사업
이 시설의 명칭으로 “원불교외국인선교소”라는 이름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는 교단의 입장이 반영된 이름이다. 그러나 운영자는 “외국인센터”라는 명칭을 선호한다. 이 사업과 이주민에 대한 선교 혹은 포교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운영자는 단호하게 관계가 없다고 대답하였다. 대 이주민 활동은 원불교 개종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곳의 기본적인 입장은 이주민들 고유의 신앙생활을 잘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이곳 법당에는 동남아시아 불자들이 가져온 불상들이 원불교의 상징인 일원상 아래 함께 놓여 있어, 신앙의 공존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운영자는 활동 중에 개종자가 없었음을 자랑하며 이곳을 “교도 하나 없는 교당”이라고 불렀다.
현재는 다문화 공동체를 위한 종교계의 사업이 초기단계라서 종교 간의 충돌이 일어나는 일이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종교 간 경쟁으로 인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선교나 포교를 전적으로 배제하고 철저하게 이주민들이 원래의 신앙을 지킬 수 있도록 장려하는 이곳의 정책은 종교 공존을 추구하는 모델로서 의미가 크다.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