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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기독교세계38

요가와 혼합현상 1. 2018년 2월호에 “한국 기독교의 혼합주의, 혼합현상”이라는 내 글이 실렸다. 편집장 선생님의 배려 덕이다. 나로서는 혼합주의 담론의 주무대 중 하나였던 유서 깊은 잡지에 그에 대한 다른 시각을 담은 내 글이 추가된 것에 의미를 둔다. 2. 그런데 나조차도 이번호에서 눈길이 가는 쪽은 요가를 다룬 특집 기사이다. 아래 기사는 특집의 논문들의 쟁점을 요약 소개하고 있다. 기사 마지막에 인용된 문장이 눈길을 끈다. 이 문장은 ‘권두언’의 마지막 문장이기도 하다. 이 문장은 ‘혼합주의는 안 된다’는 혼합주의 담론이 편집진에게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다. "他종교 의례" vs "스포츠일뿐".. 개신교 '요가' 논란 ‘기독교 사상’의 박종화(경동교회 원로목사) 편집위원은 “다만 힌두교적 종교성을 추구하거나 .. 2023. 5. 30.
안티기독교에 관한 글 올해 초부터 이 글을 쓰지 않기 위해 반년 이상 도망 다녀야 했다. 그러다가 이번 여름에 후다닥 해치웠다. 내키지 않는 글은 처음부터 깔끔하게 거부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어떤 책에 한 꼭지 참여하게 되었는데, 내게 할당된 주제는 ‘안티기독교 운동’이었다. 고백하건데 나는 이 운동의 내부를 잘 알지 못하며 글을 다 쓴 지금도 많은 조사를 해보지 않았다. 내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글이라면 ‘공부하지 않고’ 써야한다는 이상한 지론이 있긴 한데, ‘조사조차’ 하지 않는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준비 부족이다. 나는 글의 방향을 약간 틀어서 안티기독교 자체에 대한 것보다는 한국기독교(주로 개신교)가 욕먹는 현상이라는 좀 더 일반적인 주제로 글의 범위를 넓혔다. 조사 부족도 이유지만 그게 좀 더.. 2023. 5. 30.
올곧은 기독교인 1. 19세기 중국에서 이루어진 개신교 선교를 분석한 라인더스는 선교사들이 직립(直立)을 기독교적인 이미지로 여겼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Eric Reinders,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4), 116-20.] 그가 든 예를 하나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선교사 맥카치가 한 중국인 개종자를 받아들일 때의 장면이다. “중국인이 방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여러 번 조아리며 외쳤다. ‘오, 예수, 예수, 이렇게 주 예수를 경배합니다!’ 나[선교사]는 그를 일으켜 세워 의자에 앉혔다.” ["Chinese Missionary Work," (Jan., 1851), 113.] 엎드려 있는 이교도 중국인을 일으켜 세우는 장면(게다가 의자에 앉히기까지!)에서, 입.. 2023. 5. 30.
복음주의 출판문화 이전에 ‘기독교 서적’은 ‘기독교 서점’에 가야 살 수 있는 책인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유통망이 개선되어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이전엔 기독교계 학술 서적의 출판물의 질이 일반 서적에 비해 낮은 경우가 많았다. 기독교서회 등 몇몇 출판사를 빼면 심각한 직역과 오역이 가득한 책, 심지어는 교정도 제대로 안 본 책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곤 했다. 이 역시 최근에 많이 개선되었다. 이젠 ‘기독교 서적’(번역서)이라고 해서 읽기 괴롭다는 편견은 없다. 여전히 일반 출판물과 ‘기독교 서적’을 구분지어 주는 것은 사용되는 어휘이다. 마침 마크 놀의 (CUP, 2007)라는 교회사 책을 읽고 있어, 책에서 눈에 띄는 어휘들을 정리해본다.(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밝혀두자면, 이 책의 .. 2023. 5. 30.
선교사 체위(missionary position) “선교사 체위missionary position”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우리말로는 ‘정상 체위’라고 번역되는 말이다. 이 재미있는 표현에 얽힌 사연은 다음 논문의 앞부분에 잘 정리되어 있다. Robert J. Priest, "Missionary Positions: Christian, Modernist, Postmodernist," 42-1 (2001): 29-46. 논문에서 중요한 부분을 정리해 둔다. 2) 논문 저자에 따르면 이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48년 에서다. 킨제이는 미국인들이 얼굴을 맞대고 여자가 아래 위치하는 체위를 선호한다고 말하며 이것을 ‘영미식 체위’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여기서 말리노프스키(1929)가 기록한 내용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트로브리.. 2023. 5. 30.
신도시 교회의 입지 신도시 주변 개신교회 건축을 분석한 이정구의 글에서는 교회 입지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1) 최근 축조된 대부분의 대형 교회들은 외형이나 건축 재료, 규모 면에서 입지의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축조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교회들이 신도시가 형성되는 과정 중에 지가(地價)가 급등하기 전에 종교 부지 용도로 매입한 경우다. 이렇게 매입한 땅은 대부분 거주지보다 지가가 낮은 논과 산, 밭으로 거주지와는 일정한 거리에 있다. 2) 신도시에 건립한 몇몇 대형 교회는 거주 지역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기 때문에 그 지역사회 및 주민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지금은 거주 지역과 상업 지역이 확장도어 건립 당시보다는 주민들의 동선이 좁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주 지역과 먼.. 2023. 5. 30.
성모도 생리를 하셨을까? 이것은 중세 신학자들을 괴롭힌 난제였다. 이 문제에는 중세의 성에 대한 과학적 지식, 여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당시 유행했던 성모 신앙이 결부되어 있다. 다음 논문에 그 사정이 잘 정리되어 있다. 복잡한 내용을 개괄한 것이라서 간단히 정리하기 어려운 점들도 많지만, 내가 이해한대로 당시 논의의 추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Charles T. Wood, "The Doctor's Dilemma: Sin, Salvation, and the Menstrual Cycle in Medieval Thought," 56-4 (1981): 710-727. 1-1. 중세의 여성비하적인 인식은 잘 알려져 있다. 유명한 예로, 마녀 사냥의 교과서였던 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육욕(肉慾)이 강하기 때문에 여자 중에서 마녀가 .. 2023. 5. 29.
창세기 창조이야기의 여성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의 역사 극단적으로 폭이 넓은 주제를 건드린 글이다. 창세기라는 구약의 일부의 해석이지만 그 해석의 다양성은 기독교, 그리고 유대교 등 서구 유일신교의 주요한 테마가 되었다. 갑작스럽게 준비하게 된 글이었다. 논문의 꼴을 갖출 생각은 애초에 없었고, 차라리 이런 것을 연구하겠다는 공부의 계획을 써놓은 글이라고나 할까. 이 글을 큰 줄기삼아 한 권의 책을 써도 좋다고 생각될 정도였는데, 그러니까 창세기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담긴 자료들을 충실히 설명하며 소개하는 책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을 하는데, 그것은 고전어에 대한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창세기 창조이야기의 여성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의 역사 -한국 교인들의 해석과 관련하여 한국에서 개신교가 신문명의 상징이었던 1897년 12월 31일 오후 3.. 2023. 5. 29.
기독교 교육과 좋은 학벌 미국인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권리가 있다. 자녀를 교육 기관에 보내지 않고 대신 부모가 직접 아이들 교육을 맡아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교육을 홈스쿨링(Homeschooling)이라고 부르는데, ‘가정교육’이라고 번역하면 의미 전달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영어 표현을 그대로 쓰도록 하겠다. 홈스쿨링하는 부모의 대부분은 매우 보수적인 개신교인들이다. 그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학교가 너무 세속적인 악으로 가득찬 곳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안전한 가정에서 기독교 교리와 결합된 지식(예를 들어, 노아 홍수 이야기와 지질학을 연결시키는 식의)을 가르친다. 이 운동을 소개하는 한글 웹페이지를 보면 유용한 정보(운동의 역사에 관한)도 포함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운동을 바라보는 “교육학적 .. 2023. 5. 29.
은혜사 책갈피 책갈피가 동이 나면, 나는 기독교 서점을 찾는다. 다 못 읽은 책이 있으면 책갈피를 그대로 꽂아두기 때문에 내게는 책갈피가 소모품 개념에 속한다. 그래서 책갈피를 두둑하게 쌓아두고 있어야 총알 넉넉히 준비해 둔 느낌으로 독서에 임할 수 있다. 내가 선호하는 책갈피는 하나에 백원 정도하는, 플라스틱 코팅으로 만든 것들인데 요즘 문구점에서는 이런 제품을 구하기가 힘들다. 요즘의 고급화된 책갈피들은, 가격 때문에도 살 생각이 안 들지만, 무엇보다도 크기가 마음에 안 든다. 너무 커서, 그리고 재질에 따라서는 너무 무거워서, 꽂아두면 책이 힘들어하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든다. 내가 선호하는 고풍스러운(80년대식의) 책갈피들은 아직 기독교 서점에 가면 많이 살 수 있다. 이번에 생명의 말씀사에서 산 제품은.. 2023. 5. 29.
기독교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호감 인터넷 상의 대세는, 기독교(주로 개신교)에 대한 비호감이다. 네티즌을 어떻게 규정할 지, 현실과의 관계는 어떠한 지, 미리 논의해야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겠으나 일단 내가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은 그러하다.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사회 여론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한국의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인 경향이 강하다고 말이다. 이 이야기를 굳이 끄집어내는 것은 이것이 인터넷 사용 이후 달라진 정보 유통과 여론 형성 과정에 의해 새로 나타난 추세이며 앞으로의 종교 지형의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변화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1. 십년 전만 해도,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 전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고 평가받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주로 교인들끼리 알고 지나가는 일들이었다. 유명한 목사들이 조찬기도회를 통해 전두.. 2023. 5. 29.
강아지들의 천국 깜찍한 어린이의 질문이 세련된 신학적인 대답을 이끌어낼 때도 있지만(그래, 버지니아야, 산타 클로스는 있단다), 신학의 급소를 때릴 때도 있다. 꽤 오래된 일인데,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어딜 가고 있을 때였다. 특이하게도 버스 기사 아저씨는 기독교 방송을 틀어놓았다. 전형적인 기독교인 목소리의 디제이가 한 어린아이의 편지를 읽어주고 있었다. 대충 내용이 이랬다. “어제 제가 사랑하는 강아지 **가 죽었어요. **는 하늘나라에 갔겠지요? 함께 기도해 주세요...” 이 사연을 읽고 나서 디제이가 멈칫하는 것을 나는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을 회피하고 지나갔다. “하하... 귀여운 어린이의 사연이죠?” 그리고는 딴 이야기로.... 사실 대답은 “강아지는 하늘나라에 갈 수 없답니다”이다. .. 2023. 5. 29.
라디오 신부님, Charles Coughlin 라디오 신부님이라고 하면 다정한 어감이 들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Radio Priest"는 미국의 유명한 대중선동가(demagouge)이자 꼴통 보수 신부 카글린(Charles E. Coughlin)의 별명이다. 그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 대전 사이의 기간에 주로 유명세를 탔다. 그는 당시 중요한 대중 매체였던 라디오 연설을 통해서 많은 미국인들을 사로잡았다. 매주 4천만명의 미국인들이 카글린 신부의 설교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가톨릭 교인들만이 아니라 개신교인들 역시 그의 팬이었다. 그의 강연 내용은 주로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때는 1930년대, 대공황으로 미국사회가 극도로 암울하던 시기였다. 카글린 신부는 “사회 정의”를 외치며 불만에 가득찬 대중들의 정서를 자.. 2023. 5. 29.
욥에 관하여 한국의 기독교 신자들에게 구약성서의 욥기는 보고싶어하는 측면으로만 독해되는 텍스트 중 하나이다. 욥기는 한 의로운 신자 욥이 고난을 받게 되는 이야기이다. 갑자기 재산이 날아가고, 자식들이 몽땅 죽고, 자신은 병을 얻어 온 몸에 종기를 뒤집어 쓴 비참한 몰골로 “잿더미” 위에 앉아있는 신세가 된다. 죄를 지은 적이 없는 욥으로서는 의아한 일이지만 담담히 어려움을 받아들인다. 어려움에 처한 욥에게 헛똑똑이 친구들이 찾아와서 신학적 충고를 한다. 친구들이 갖고 있는 신학이란 게 지금 많은 한국 기독교인들이 갖고 있는 인과응보에 기반한 논리였다. 전에 어느 집사들이 나눈 대화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람, 예수를 믿는데 왜 강도를 만나?" / "예수 헛 믿은 거지 뭐…." / "그러게 말이야, 아 예수.. 2023. 5. 28.
자매님과 결혼할 수 있을까 학문의 무력함을 느끼는 일이야 허다하지만, 그걸 내 눈앞에서 가장 생생하게 느꼈던 순간은 교회다니는 여자와 연애 실패한 사람과 술을 마실 때였다. 종교가 뭔데 사랑을 갈라놓는 거냐고 피눈물을 쏟는 후배, 친구 등을 만날 때면 나는 궁색해지기 이를 데가 없다. 과연 종교는 인간을 위한 것이냐는 따가운 질문에 힘써 답하는 정도였다. 속시원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내 배움과 깨달음의 일천함을 곰씹을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의 청춘남녀에게 개신교가 뜻밖의 변수로 등장하는 일이 자주 있다. 내 주변에서도 기독교인이 아니어서 그녀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그와 비기독교인을 사랑할 수 없는 그녀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여기 지식거래소 검색해봐도 그런 사연들이 쌔고 쌨다. 그런 사연들에 대한 나의 대답은 원론적.. 2023.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