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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기독교세계

올곧은 기독교인

by 방가房家 2023. 5. 30.

1.

19세기 중국에서 이루어진 개신교 선교를 분석한 라인더스는 선교사들이 직립(直立)을 기독교적인 이미지로 여겼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Eric Reinders, <<Borrowed Gods and Foreign Bodies: Christian Missionaries Imagine Chinese Religion>>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4), 116-20.] 
그가 든 예를 하나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선교사 맥카치가 한 중국인 개종자를 받아들일 때의 장면이다. 
“중국인이 방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여러 번 조아리며 외쳤다. ‘오, 예수, 예수, 이렇게 주 예수를 경배합니다!’ 나[선교사]는 그를 일으켜 세워 의자에 앉혔다.” ["Chinese Missionary Work," <<Church Missionary Gleaner>>(Jan., 1851), 113.]

엎드려 있는 이교도 중국인을 일으켜 세우는 장면(게다가 의자에 앉히기까지!)에서, 입식문화에 의해 형성된 서양인의 몸가짐이 기독교적 이미지와 겹쳐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조금 더 확대해서 보면, 구부린 자세에 대한 서양 선교사의 반감은 절하기를 우상숭배로 해석하는 태도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2

한국에서는 이런 직립 이미지가 그렇게 까지는 강조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초기 선교사 중 한 명인 노블 부인의 1898년 일기에서 그런 이미지를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이 이미지를 강조한 것은 노블 부인 자신이 아니라 여러 아시아 국가를 순회했던(즉 한국에서 활동한 선교사는 아닌) 포스터 감독이기는 하다. 
어찌되었건 교회에 의자를 들이는 과정에서 생긴 우여곡절은 주목할 만하다. 교회에 의자를 들여온 변화에 일률적으로 기독교의 직립 이미지를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히 그 변화에 내재된 생각의 일부는 되리라 생각된다.
 
1898. 11. 29. 
지난주 일요일에 한국 교인들은 처음으로 자신들이 투표에 참여해서 결정하고 만든 교회용 긴 의자를 사용했다. 이로서 우리 교회는 한국 내에서 두 번째로 의자를 갖춘 교회가 됐다. 의자가 있는 또 다른 교회는 배재 예배당으로, 그곳의 경우는 선교사들이 설치를 했다. 이 의자들은 폭이 좁고 등받이가 없다. 포스터 감독님이 오셨을 때 종교는 현지인들을 바닥에서 때맞춰 일으켜준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 신도들이 다른 이들보다 더 빨리 일어난 것은 그들이 기독교 정신을 좀더 많이 공유했기 때문이 아닐까.
처음에는 교인들이 용감하게 의자에 앉아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다음번 예배 때부터 여성들은 의자들을 끌어다 붙이고 옆으로들 앉아서는 바닥에 앉을 때처럼 추운 발을 포개어 몸 아래로 집어넣었다. 몇몇 사람들은 우리의 작고 오래된 난로의 온기를 쬐기 위해 전도사에게 등을 돌리고 앉았다.
예배가 끝난 뒤 내가 그들에게 의자에 그런 식으로 앉는 게 아니라고 말하자 그들은 사과를 했고, 자신들이 잘 몰라서 그랬지만 다시는 그렇게 앉지 않겠다고 했다.
매티 윌콕스 노블, 강선민 & 이양준 옮김, <<노블일지: 미 여선교사가 목격한 한국근대사 42년간의 기록>>(이마고, 2010), 105-6.

   (새문안교회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예배용 의자)
 
3
이처럼 곧게 선 자세를 '기독교다운' 것으로 보는 자료들을 살피다보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광고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노래 "You Raise Me Up"이다. 비교적 최근에 발표되었으면서도 상당히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착각이 들게 하는 이 노래의 특징은 친근한 멜로디와 건전한 가사일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우리나라에서 기독교 가요(CCM)로도 사랑받고 있다. "날 세우시네" 혹은 "나의 영혼 연약하여 지치고"라는 제목으로 유통된다. CCM 버전으로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많은 링크들 중 하나미국 가스펠 차트에도 올랐다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 미국에서도 교회에서 애용되는 노래인 것 같다.
이 노래는 아일랜드 풍의 선율이 돋보이고, 그래서 교회 사람들이 뉴에이지라고 비난하는 엔야 식의 감수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가스펠로 사용될 의도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노래가 너무나 자연스럽게도 찬양가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세우심'이 기독교적인 주제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 노래가 찬양으로 사용된다 해도 개사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CCM으로 유통될 때는 '번역'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완연한 찬송가가 되어 버렸다. 이 노래를 기독교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감각이 번역 과정을 거치며 엄청나게 강화된 것이다. 다음은 "날 세우사 저 산에 우뚝 서리"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CCM 버전 "You Raise Me U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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