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배움320 [책]메타모포시스의 현장 이 책은 종교, 전력망, 헝가리에서 볼 수 있는 변화를 설명한다. 묘한 조합이다. 상관 없어 보이는 세 전공자가 한 사업단에 속해 있기에 만들어진 조합이다. 나는 책의 1부(1-4장)에서 그간 혼합현상(syncretism)에 관해 써온 글들을 정리했다. 종교는 만나 섞여서 변화한다. 정체성을 중시하는 신학에서는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종교사에서 변화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만남이다. 나는 신크레티즘이라는 다소 어려워 보이는 말에 끌려 학자들의 논의를 추적해왔다. 결론은 종교학에서 혼합현상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례영역에서 혼합의 역동성이 발휘된다, 정도의 간단한 내용이지만 일단은 여기까지 일단락하고 다음 공부를 준비하려 한다. 제1부 종교의 메타모포시스 1장 종교의 혼합과 변형 2장 혼합주의 담론의 .. 2023. 9. 7. [책]개신교 선교사와 한국종교의 만남 박사논문을 책으로 정리해서 내는데 10년이 넘게 걸렸다. 속이 시원하다. 아래의 글은 책소개를 요청받아 "대학지성"에 기고한 내용이다. http://www.uni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43 한국종교가 종교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 대학지성 In&Out ■ 책을 말하다_ 『개신교 선교사와 한국종교의 만남』 (방원일 지음, 소명출판, 306쪽, 2023.07) 우리는 만남이 잦은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www.unipress.co.kr 한국종교가 종교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우리는 만남이 잦은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나라를 여행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2023. 9. 6. 우리 일상에서 되살려진 애니미즘 애니미즘animism이라는 단어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의 대표적인 용어이긴 하지만, 그의 학문적 의도는 잘 잊힌 채 부정적인 의미만 강조되어 원시민족(교회에서 흔히 말하는 미전도 종족)의 종교라는 멸칭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현대 생태학에서는 긍정적 의미로 되살려지고 있는 용어이다. 설명의 실마리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이 용어의 고전적 의미부터 생태학적 의미까지 완벽하게 설명해준다. 글쓴이의 삶이 배어 있기에 가능한 설명임을 읽는 내내 느끼게 된다. 1부에선 타일러 의 번역자 유기쁨이 고전적 이론으로서의 애니미즘을 설명해준다. 이론적 논의에서 거의 항상 무시되어 오는 타일러의 입장에서 그의 문제의식을 상세히 알려준다. 물론 진화론적 도식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던 그의 한계가 무엇인지.. 2023. 7. 16. 허 본좌와의 만남 지난달 있었던 뜻밖의 만남. 이 만남은 두 결과물을 남겼다. 하나는 내가 남긴 학문적 메모. 온갖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근거가 부족한 추측은 자제하고 주관도 배제하고 학술적인 폼을 부려 점잖게 쓴 글이다.(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로 게재) 또 하나의 결과물은 그쪽에서 유튜브에 올린 영상. 낚시성 제목에 야릇한 썸네일로 많은 조회수를 올린 영상이 되었다. 이런 식으로 쓰겠다는 양해 없이 종교학자 타이틀을 자기들 맘대로 소비한 것이라 기분이 좋지 않지만 그냥 참는 중이다. [첫째 결과물] 허 본좌와의 만남 1. 정치인 허경영이 얼마 전부터 종교인으로 등장했다. 본인은 이러한 규정을 달가워하지 않겠지만, 일단 세상의 분류를 따라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는 여러 번의 대선 출마와 파격적인 선거 공약.. 2023. 6. 4. 건물과 종교 1. 종교 개념과 건물이 긴밀하게 결합한 것은 우리 언어의 특징이다. 우리는 종교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교회에 다닌다”, “절에 다닌다”, “성당에 다닌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교회, 절, 성당이 그 종교 자체처럼 받아들여진다. 우리말에만 있는 표현이다. 예를 들어 영어에 “go to church”라는 숙어가 있는데, 이것은 “예배를 본다”는 의미이지 개신교 소속을 의미하지 않는다. 게다가 영어 단어 ‘church’는 개신교와 천주교 건물 모두를 가리킨다. 한국어에서만 교회와 성당이 엄격히 분리된다. 언제부터 이런 표현이 자리 잡았을까? 2. 천도교 교당 건축에 관한 발표를 듣던 중에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건축물이 종교를 구성하는 핵심이라는 생각은 한국에서 종교 개념이 형성되는 초기부터 .. 2023. 6. 4. 종교적인 것의 시대 아래는 최근 탈종교 상황을 개괄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쓴 글이다. 2020년 2월호에 기고한 글이다. 쉽게 쓰겠다던 애초 생각은 금방 헝클어져 여러 주제가 섞여 들어갔다. 방향이 여러 갈래이니 쉽게 읽히기는 글렀다. 아울러 한국의 무종교 인구에 관해 더 정리된 글을 써보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종교적인 것의 시대 필자는 수년간 대학에서 종교학 교양 수업을 강의하고 있다. 종교와 무관한 국공립대학의 학생들을 상대하다 보니 이들을 통해 종교에 대한 한국 사회 일반의 정서를 느끼게 된다. 2015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종교인구는 44% 정도이고, 20대의 종교인구는 35% 정도이다. 필자가 강의실에서 체감하는 바가 통계와 비슷하다. 요즘 대학생 중 종교가 있다고 말하는 학생은 열 명 중 세 명 정도이다. .. 2023. 6. 4. 선교사의 만남의 경험과 우상숭배 우상숭배라는 주제로 청탁 받은 글로, 11월호에 실렸다. 잡지에 실린 것과 동일한 원고는 아니다. 기고글에 분량 제한이 있기 때문에 찾아놓고 넣지 않은 자료들을 아래에는 대괄호 속에 삽입하였다. 대부분은 논지를 흐리거나 불필요해서 제외한 것이지만 아래엔 그냥 남겨두었다. 철저하게 선교사 용법에만 근거를 두고 정리한 우상숭배 개념이다. 선교사의 만남의 경험과 우상숭배0. 일반적인 여행과 마찬가지로 선교는 낯선 문화와의 만남의 경험을 동반한다. 그러한 만남의 순간에, 특히 종교적 만남의 순간에 선교사가 처음 접한 문화적 정황을 포착할 적절한 언어를 찾지 못하는 경우는 빈번하게 있으며, 새로운 용어를 찾기 전까지는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언어를 활용하여 타자를 묘사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된다. 선교사들이 언급하는.. 2023. 6. 4. 종교학 성공담? 요즘 내가 일하는 곳에서 인문학이 왜 필요한지를 ‘설득’해야 하는 일이 왕왕 있다. 그래서 이런 책도 찾아보게 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정보는 많지만 건질 것은 많지 않은 책이었다. 정말 중요한 내용(인문학이 어떻게 그들의 성공에 기여했는가?)은 조금 언급된 내용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다. 저자의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핵심에 대한 취재가 잘 되지 못한 탓이다. 게다가 종교학 사례가 책의 1장에 조금 나오는데 그친 아쉬움도 있다.(사실 내가 책을 산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는데). 종교학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종교학 전공자 마이클은 프로그래머가 되었다. 그는 "당신이 알지 못하는 어떤 분야의 일을 전반적으로 준비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인문학을 전공해야 한다고 강력히 추천한다. 그는 2학년.. 2023. 6. 4. 이야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 (책 광고) 내가 쓴 글이 포함된 책이 나왔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서 발간된 뉴스레터 내용을 골라 뽑아 만든 책 (모시는사람들, 2018). 이 책은 연구소 3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책으로, 이만큼 많은 종교 전문가가 이처럼 다채로운 주제들에 대해 발언해왔다는 연구소의 자부심이 담긴 책이다. 나는 37인의 저자 중 한 명이자 53편의 글 중 두 편으로 참여하였다. (책에 실린 글의 옛 형태는 이 블로그에도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일차적으로 연구소의 30년 생존에 대한 자축의 성격을 갖는다. 연구소를 소개하는 데 주로 할애된 머리말은 이를 보여준다. 연구소와 인연 있는 분들이 나눠 가진 것만으로도 재고가 상당히 충당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이 일반 독자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도 그것이 궁.. 2023. 6. 4. 메리 더글러스 (책 광고) (커뮤니케이션북스, 2018) 책 한 권 번역한 것이 인연이 되어, 혹은 발목이 잡혀 인류학자 메리 더글러스의 이론을 소개하는 작은 책을 냈다. 종교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인류학자 해설서를 쓰다니, 이것은 본업에서 이탈한 것인 동시에 그만큼 더글러스가 종교학에서 중요한 이론가라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더글러스에 대해 종교학의 입장에서 쓴 편파해설서이다. 한편으로는 종교를 공부하면서 그에게서 배운 것에 고마워하며 주요 개념들을 정리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학문에서 종교는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궁금해하며 글을 썼다. 나는 더글러스의 개인사에 대해서 전혀 모른 상태에서 몇 년 전에 그의 책을 번역했는데, 이번에 그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고 이런 것도 모르고 번역을 한 게 .. 2023. 6. 4. 차례 상차림의 원칙 홍동백서와 어동육서와 같은 말들은 유교 경전의 근거가 없다는 주장(성균관 의례부장)이 몇 년 전 신문에서 소개되었고 올해는 텔레비전 뉴스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어지는 것을 보았다. 법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면서 격식을 갖추느라 고생하는 우리들에게 의미 있는 뉴스이다. 모르기에 집착해왔던 법도에 무슨 근거가 있는지 따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 뉴스에는 그 다음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으로, 홍동백서와 어동육서가 근거가 없다고 해서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분명 홍동백서는 에 언급되지 않는다. 그래서 유교 엘리트의 입장에서 경전적 근거가 없다고 할만하다. 하지만 제사의 법도는 경전의 공백 때문에 실천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법도는 조선 시대부터 .. 2023. 6. 4. 연애와 종교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에 개제된 칼럼. 오래 전에 습작한 글 “새로운 주술론, ” 이후에 발전된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잘 되지는 못했다. 좀 더 현실감 있는 이야기와 엮을 생각도 있었는데 분량이 다 되어 책 메모로만 끝났다. 미리 기고했다가 연구소 사정으로 한 달 묵혀둔 글인데, 그 사이 시국이 급변하는 바람에 세상 분위기와는 매우 다른 생뚱맞은 글이 되었다. [이 글은 수정, 보완하여 다음 책에 수록되었다.한국종교문화연구소, (모시는사람들, 2018).] 연애와 종교 사랑은 종교를 비유하여 설명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 중 하나이다. 당장 떠오르는 아가서와 각종 신비주의 문헌들을 비롯해 종교사 전반에 걸쳐 논할 자료들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내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그중에서도 현대인의.. 2023. 6. 4. 대통령의 현몽들 종교에 의한 국정농락이라고 하여 현재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정작 ‘최순실의 종교’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나도 궁금해 죽겠다. 대통령이 사용한 특이한 몇몇 표현들이 그와 관련 있겠거니 추측할 뿐이다. 아버지 최태민의 종교에 대해서는 손톱만한 정보들이 있지만, 최순실은 최태민의 실질적 계승자이며 현몽과 계시의 능력이 있다고 알려진 것이 전부이다. 무엇을 계승하였고 어떠한 세계관을 만들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나마 주목할 만한 단어는 ‘현몽現夢’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최태민이 박근혜와 처음 접촉한 것은 육영수의 현몽을 계기로 한 것이었다. 현몽은 환시나 환청과는 구별되는 전통적인 종교체험 방식인데, 이것이 이들 종교의 토대를 이루는 경험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이와 무관하지는 않지만 맥.. 2023. 6. 4. 종교혐오 시대에 종교 가르치기 거의 몇 년 만에 대학신문을 펴보았다. 내 글이 실렸기 때문이다.(마음에 들지 않는 내 얼굴 사진이 작게 나오도록 찍었음.) 강사들이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 코너에 원고 청탁을 받았다. 코너 성격상 꼰대 스타일의 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각이다. 안 그러려고 종교학 강의 홍보 쪽으로 쓰긴 했지만 훈계조는 어쩔 수 없다. 아래에 비슷한 제목으로 올린 메모(종교혐오 시대에 종교 공부하기)에 좀 저 말랑말랑한 소재를 집어넣고 제법 교훈적인 마무리를 덧붙여 완성한 글이다. 종교혐오 시대에 종교 가르치기 “종교가 없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연애 관련 팟캐스트 '불금쇼'의 한 출연자가 연애 상대의 조건으로 한 말이다. 종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하는 말이었다. 여기서 출연자가 언.. 2023. 6. 4. “문화로 본 종교학”으로 수업을 하고 나서 지난 학기에 맬러리 나이의 을 교재로 삼아 강의를 했다. 교재의 모든 부분을 순차적으로 따라가지는 않았지만 70% 정도 분량을 필요에 따라 재배치하여 사용했으니 이 정도면 상당히 교재를 많이 활용한 수업이다.(2장 문화와 3장 권력을 상당 부분 생략했다.) 이 교재 덕에 내 수업은 상당히 새로운 수업이 되었다. 그 새로움에 대해 간단히 기록해둔다. 기존의 종교학개론 계열의 교양과목(즉 세계종교 계열이 아닌 종교학 교양과목. 내 경우는 인간과 종교)은 종교현상학적 입장을 강조한다. 같은 교재가 대표적이다. 기존의 종교학 주류의 입장, 엘리아데의 입장을 주로 소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신화나 상징을 이야기하면 엘리아데의 개념(시간의 주기적 소거, 중심의 상징 같은) 위주였다. 즉 상징의 보편적 의미를 설명.. 2023. 6. 3. 이전 1 2 3 4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