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배움/발제

대통령의 현몽들

by 방가房家 2023. 6. 4.

종교에 의한 국정농락이라고 하여 현재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정작 ‘최순실의 종교’에 대해서는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다. 나도 궁금해 죽겠다. 대통령이 사용한 특이한 몇몇 표현들이 그와 관련 있겠거니 추측할 뿐이다. 아버지 최태민의 종교에 대해서는 손톱만한 정보들이 있지만, 최순실은 최태민의 실질적 계승자이며 현몽과 계시의 능력이 있다고 알려진 것이 전부이다. 무엇을 계승하였고 어떠한 세계관을 만들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나마 주목할 만한 단어는 ‘현몽現夢’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최태민이 박근혜와 처음 접촉한 것은 육영수의 현몽을 계기로 한 것이었다. 현몽은 환시나 환청과는 구별되는 전통적인 종교체험 방식인데, 이것이 이들 종교의 토대를 이루는 경험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이와 무관하지는 않지만 맥락이 다른 한 자료에서 현몽이 많이 언급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본 자료는 <신이 된 대통령>(향지, 2014)이다. 신동욱이 박정희 영정을 모시는 전국의 사찰을 답사하고 면담하여 작성한 자료집이다. 흥미로운 측면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일단 이 책에서 스님들이 박정희와 육영수 영정을 봉안하게 된 계기에 현몽이 숱하게 언급된다는 점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책에서 현몽 사례들만 죽 모아보았다. 다음의 현몽 사례들은 이러한 계통의 신앙(뭐라고 불러야 할지 정해지지 않았으며, 이 시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는)의 정서를 잘 보여주는 것들이다. 해당 절(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사찰이 아닌 경우가 더 많음)과 쪽수를 표시하였으며, 원본의 어색한 표현들은 대부분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아래 자료에서 언급되는 박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다.

 

1. 어느 날 스님이 박대통령 내외의 영정을 봉안하기 며칠 전에 현몽을 하였는데 그 이후 백련사가 불같이 일어났다고 한다.……성진스님도 박정희 대통령과 관련된 현몽을 꾼 적이 있다고 한다. “햇볕이 화창한 봄날, 박대통령은 정장을 하고 있고 육영수 여사가 노랑꽃, 빨간꽃을 초가집 앞에서 대통령께 드리자, 대통령이 그 꽃을 저에게 주셨어요. 이러한 현몽을 한 지 3년째 되던 해에 41세의 나이로 출가하게 되었다.”(백련사, 68-69)

 
2. 영정을 모신 이후에는 박대통령 내외분을 자주 현몽했다는 것이다. 한번은 박대통령 내외분의 천도제를 지내기 보름 전에,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령 이사장 부부가 경호원을 데리고 검정색 리무진에서 함께 내리는 꿈을 꾸었다. (불광사, 77)
 
3. 육여사 서거 하루 전에 꿈에 하얀 소복을 입고 한손엔 하얀 장갑을 쥐고 군인 한명을 데리고 절에 와서 스님의 오른손을 잡고는 “내가 갑자기 가게 되었다.”며 사라지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지금도 육여사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스님의 고민거리가 있을 때마다 꿈에 나타나 짧은 말로 방법을 가르쳐주신다고 한다.(금룡사, 85)
 
4. 스님의 현몽 가운데는 박대통령 내외분이 높은 산에 ‘민족의 얼’을 교육하는 정신문화학교를 세워서, 40-50대의 사회인들을 교육하고 계시는 것을 본다고 한다.(천불사, 89)
 
5. 영정을 모시기 전에는 자주 현몽을 하였는데, “박대통령이 꿈에 나타나면 어려운 일들이 해결되었고, 어떤 일을 추진할 때는 항상 나타나셨다.”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정을 모신 후부터는 한 번도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천국사, 103)
 
6. 어느날 스님의 꿈에 식장산 중턱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모습이 상체만 하늘을 가득 채우는 현몽을 며칠째 꾸게 되었다. 스님은 육여사의 뜻을 받들고 추앙하라는 부처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스님이 식장산에서 상지리로 내려오시기까지는, 박대통령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밤낮으로 나타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내용인즉 “여보게 대사! 우리 자식들을 살려주시오. 도와주시오. 그러자 총소리가 ‘탕 탕 탕’ 하면서 사라졌다.”고 한다.(귀현사, 105, 107)
 
7. 수정사의 첫 삽을 뜨기 전날 밤, 박대통령이 꿈에 나타나 스님과 함께 삽을 들고 같이 흙을 파는 것을 꾸었다.(수정사, 115)
 
8. 스님이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정을 봉안한 것은, 그 당시 정진기도 중에 박대통령의 선몽(先夢)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꿈에 박대통령과는 앉아서 음식도 같이 나눠 먹으며, 법 논리 같은 대화를 많이 했다. 특히 사찰에서 호국위령제를 많이 하다보니, 더욱 꿈에 자주 나타나셨다.(용호사, 119)
 
9.스님은 서거 전날 밤 육영수 여사의 현몽을 했다. 스님과 영부인이 바다에서 고기잡이 그물을 올리자, 고기는 없고 그물에 구멍만 뚫려있더라는 것이다.(관촉사, 123)
 
10. 석상을 땅에 묻어 버리려고 하자, 박대통령이 느닷없이 꿈에 나타났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4-5번을 땅에 묻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꿈에 대통령이 계속해서 나타나 무언의 메시지를 주셨다.(팔봉사, 128)
 
11. 23년 전 스님은 꿈에서 대통령 내외분을 어렴풋한 상태에서 계속 만났다. 그리고는 마지막 꿈에 현몽을 받았는데, “박대통령이 큰 거북이 세 마리를 가슴에 안겨주셨다. 거북이는 허물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여서, 허물을 벗겨주어서 바다로 방생을 하였다.”고 한다. 비몽사몽으로 놀라서 깨어 보니 꿈이었다. 그 뒤부터는 하는 일마다 좋은 일이 생기기 시작하였다.(송운사, 152)
 
12. 어느 날 꿈에 각하 내외분이 찾아와서 머리를 쓰다음어 주시며 손을 잡아주었다. 이렇게 꿈에 각하가 보이면 좋은 일이 생겼는데 “먹을 복이 생기거나 공짜 술이라도 생겼다.”고 한다. 이러한 사연으로 9년 전부터 박대통령과 육여사의 영정을 봉안하게 되었다. 영정을 모신 이후에는 꿈에 각하껫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나 “달마도를 전국에 보급하라.”며 격려해 주었다.(청광사, 164)
 
13. 큰 별을 보는 날은 반드시 그날 밤 선몽을 받는데, “박대통령이 라이방 선글라스 쓴 장군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러한 선몽을 받으면서부터 만사가 형통하고 불사가 원활이 돌아가 가피가 따로 없는 것 같다고 한다.(천문사, 197)
 
14. 어느 날부터 육영수 부인이 현몽으로 나타나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을 3-4차례 보였는데, 이것은 앞으로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는 징조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예언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지장선원, 203)
 

15. 스님은 밤이면 지장전에서 각하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어느 날 대통령께서 스님에서 두 가지를 명령하셨다. 하나는 ‘국립묘지의 비석에 글씨가 바뀌었으니 바로 잡아달라’는 것과 ‘영구차의 뒤 바퀴에 험이 있으니, 손만 대주면 바퀴가 잘 굴러간다. 네 바퀴가 잘 굴러가야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 그게 소원이다.’라고 명령하였다고 한다.(관음사, 21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