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미즘animism이라는 단어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의 대표적인 용어이긴 하지만, 그의 학문적 의도는 잘 잊힌 채 부정적인 의미만 강조되어 원시민족(교회에서 흔히 말하는 미전도 종족)의 종교라는 멸칭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현대 생태학에서는 긍정적 의미로 되살려지고 있는 용어이다. 설명의 실마리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이 용어의 고전적 의미부터 생태학적 의미까지 완벽하게 설명해준다. 글쓴이의 삶이 배어 있기에 가능한 설명임을 읽는 내내 느끼게 된다.
1부에선 타일러 <원시 문화>의 번역자 유기쁨이 고전적 이론으로서의 애니미즘을 설명해준다. 이론적 논의에서 거의 항상 무시되어 오는 타일러의 입장에서 그의 문제의식을 상세히 알려준다. 물론 진화론적 도식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던 그의 한계가 무엇인지도 충분히 설명된다. 2부에서는 종교학 영역에서 평생 생태 문제를 고민하고 최근 농촌 생활을 통해 이를 몸으로 알아가고 있는 생태학자 유기쁨이 새로운 애니미즘을 설명해준다. 새로운 애니미즘 논의를 주도하는 학자들의 논의가 지금 우리 주변 이야기를 통해 소개된다. 애니미즘을 원시인의 잘못된 믿음으로 치부하는 타일러의 논의를 극복하고, 인간과 동식물(비인간 사람) 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세계관이라는 차원에서 애니미즘을 재해석하여 생태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으려는 시도가 찬찬히 소개된다. 나도 피상적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던 내용에 공감하며 접근할 기회를 얻었다. 개인적으로 식물과 인간의 관계에서 느낀 것이 많았다.
이 책에서는 영광스럽게도 “종교학자 방원일”이 몇 번 등장한다.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달랑 논문 한 편 쓴 것뿐인데, 저자가 그 논문을 예뻐해 주어 여러 대목에서 활용해주었다. 처음 내 글이 인용된 부분을 읽었을 때 내 반응은 ‘어, 내가 이런 이야기도 했었나?’였다. 당사자도 글 하나 던져놓고 있었던 내용을, 저자가 그 진정한 의미를 밝혀주는 맥락 속에서 인용해준 바람에 의미 있는 저작의 일부를 구성하는 영광을 얻었다. 구슬을 꿰어서 무언가로 만들어준 저자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