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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체아_엘리아데10

“성(聖)과 속(俗)”에서 “진(眞)과 속(俗)”으로 이 글은 원래 김형효의 >에 대한 서평 과제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김형효는 원효나 불교 전공자도 아니고, ‘원효 책의 서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솔직한 목표를 위해 그 책을 썼고, 나는 그러한 목표에 맞게 김형효 덕분에 원효의 > 서문(述大意)을 다시 읽어보고 이해하고 그 구조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김형효 책에서 얻은 것은 거기까지였다.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김형효가 주장하는 존재론적 혁명과 같은 이야기들은 그의 장광설이라 생각하지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한 것을 비판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필요한 일도 아니다. 그런 것보다는 그를 통해 원효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생긴 것에 고마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김형효를 통해 원효를 읽자, 전에 가졌던 관심, .. 2023. 6. 2.
중심의 상징, 그리고 권력 “중심의 상징”이라는 개념은 엘리아데의 이야기 중에서 아마 가장 잘 알려진 이론일 것이다. 엘리아데는 [우주와 역사], [종교사개론], [이미지와 상징]과 같은 주저서들에서 중심의 상징을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인간은 물리적인, 균질적인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세계의 중심을 설정하고 공간을 의미화한다. 중심의 상징을 통해 혼돈의 공간을 질서의 공간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인간 실존의 기본적인 양태이다.그래서 종교 전통들은 중심을 이야기한다. 세계의 중심은 하늘과 인간을 소통시켜주고, 한편으로는 지하세계와 맞닿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간은 성스러운 나무, 성스러운 산, 그리고 성스러운 도시들을 통해 중심의 상징을 구축해 왔다. 고대 서남아시아의 지구라트와 바빌론, 이슬람의 메카, 중세 기.. 2023. 5. 31.
괴테의 이파리, 벤야민과 엘리아데의 현상학 조너선 스미스가 엘리아데의 "종교형태론"에 붙이는 주석에서 괴테의 식물 형태론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을 때 좀 황당했다.(>의 2장을 참고할 것) 처음 듣는 괴테의 식물학 책도 신기했거니와 엘리아데가 직접 언급도 하지 않은 책을 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이론으로 제시한 것도 낯설었다.그런데 괴테의 이파리 이야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다른 사상가를 만나게 되면서 그 이야기가 조금 덜 낯설게 되었다. 그 사상가는 발터 벤야민이다. 그가 받아들인 괴테를 통해서 엘리아데가 받아들인 괴테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얻었다. 더 나아가 ‘현상학’이라는 전통에 대해서도 전보다 이해하게 되었다.엘리아데(조너선 스미스가 이해한 엘리아데를 말함. 이하 마찬가지)와 매우 비슷하게도, 벤야민에게 괴테가 영향을 미친 부분은.. 2023. 5. 17.
엘리아데의 꿈 요즘 올리는 글들 대부분은 수업 시간에 제출하기 위해서 작성된 과제들을 손봐서 올리는 것들이다. 글 내용 딱딱하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고, 결정적으로 책 읽은 사람을 대상으로 쓰는 글이기 때문에 불친절하다. 약간 살을 붙여 올리긴 하지만 설익은 인용으로 이루어진 글이 잘 읽힐 거라는 기대는 않는다. 그래도 요즘 글 쓰는 것이 이런 것뿐이니, 다른 글 쓸 (시간은 있지만) 힘이 부족하니 학기중에는 어쩔 수가 없다. 안 올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혼자 생각하니까.아래 글은 > 후반부에 실린 빈, 알렌, 케이브, 페이든의 글에 대한 논평 과제인데, 글 읽으며 들었던 생각, 특히 엘리아데에 대한 나의 입장 정리가 글 내용과 섞여서 서술되었다. 매우 거칠긴 하지만, 나에게 엘리아데의 의미는 이러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2023. 5. 16.
엘리아데 읽기의 어려움 아래 글은 엘리아데에 대한 서평 과제를 채점한 후 들었던 생각 정리와, 엘리아데에 대한 논쟁 모음집인 >의 전반부에 대한 논평이 짬뽕된 글이다. 학생들이 어려워했던 그 부분이 학자들의 논쟁이 집중되었던 그 부분이기도 하고,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혹은 창조적으로 읽어낸 그 대목이 학자들이 자신의 이론을 새로 발전시켜 나간 그 대목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엘리아데, 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 동시에, 숱한 오독(誤讀)을 남긴 학자이기도 하다. (과제에 사용된 책은 >(심재중 옮김, 이학사)이다. 내가 간직하고 있는 번역은 >(정진홍 옮김, 현대사상사)이다. 두 번역의 차이는 심각하지 않은 것 같다.)엘리아데의 >를 읽으면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 2023. 5. 16.
샘 길, <이야기 따라가기>, 1장 북미원주민 연구가 샘 길의 >의 1장 내용. 조너선 스미스의 > 1장을 읽다가 찾아 읽게 된 글. 이 글은 스미스가 지적한 엘리아데의 오스트레일리아 자료 사용 문제를 샘 길이 더 철저하게 찾아들어간 내용이다. 원주민의 자료로부터 학자의 이론에 이르기까지의 굴절의 과정을 되짚는 ‘이야기 따라가기’는 공부하는 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작업이다.Sam D. Gill, >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8), ch. 1.1장 학문의 수풀을 통과해서 아레른테 이야기 따라가기갈라진 틈우리 세계의 실재와 그것에 대한 이해 사이에, 학문이 존재한다. 학문은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는 지를 상상하는 일이다. 그 간극을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음을 알면서 말이다. 실재.. 2023. 5. 10.
<Relating Religion> 3장: 엘리아데의 형태론 2장에 이어 3장에서 조너선 스미스는 본격적으로 엘리아데의 을 꼼꼼하게 독서한다. 이처럼 치밀하게 엘리아데의 책을 디비 판 연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엘리아데 뒷조사 많이 하고 일기장 열심히 뒤진다고 좋은 엘리아데 연구가 나오는는 건 아니다. 이처럼 핵심 저작의 내적 논리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도식화해내는 작업이 정말 중요하다. 엘리아데에 대한 이런 작업은 정진홍 선생님의 에 실린 엘리아데 연구 이후 오랜만에 본다.스미스의 엘리아데 독해는 결코 공감적인 독해가 아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엘리아데의 반대편에 서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스미스 자신의 관점에 입각한 독해이다.조너선 스미스는 엘리아데의 모든 저서들을 꼼꼼히 읽은 것은 물론이고, 엘리아데 저서에서 사용된 방대한 자료들을 모두, 외국어까.. 2023. 5. 9.
종교적/세속적 물질 경험 현대인과 종교적 인간의 물질 경험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엘리아데는 재치 있게 ‘communion’(교감/성만찬)을 사용한다.현대인들은 물질을 다루면서 성스러움을 경험할 수 없게 되었다. 기껏해야 미적인 경험을 얻는 정도이다. 그는 ‘자연 현상’으로만 물질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원시의 종교 체험과 현대의 ‘자연 현상’ 경험을 갈라놓는 거리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빵과 포도주라는 성만찬의 요소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종류의 ‘물질’로 확장되는 교감(communion)을 상상하기만 해도 충분하다. (미르체아 엘리아데, >, 이재실 옮김(문학동네, 1999), 146-147, 번역 수정) 엘리아데의 패기 넘치는 지적. 그는 현대인과 종교인의 단절을 강조하는 입장인데, 이 부분에서는 살짝 (변형된) 연속성을 주장한다.. 2023. 5. 2.
엘리아데에 대한 짧은 메모 엘리아데는 이름이 알려진 유일한 종교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엘리아데가 어렵다. 그에게서 무언가를 더 캐내어야 할텐데, 아직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만이 있을 뿐이다. 솔직히 얘기하면, 엘리아데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정진홍 선생님의 탓(?)이다. 정선생님의 가르침만 없었어도, 그저 엘리아데를 꿈 큰 학자로 쉽게 생각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의 언어에 그리 촉각을 세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엘리아데의 책은 그저 읽기에는 참 좋지만, 학문적 언어로 정리해서 이해하는 것은 수월하지 않기 때문이다.분명히 그의 저작들은 체계적이지 않습니다. 그의 이론은 정합성을 결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기준에서 보면 엘리아데가 일컬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알 수 없는 현상’이고, 그.. 2023. 4. 19.
엘리아데 저작 목록 번역 관련 작업 중에 미르체아 엘리아데 저술목록을 정리하게 되었다. 책 부록으로 실려 있는 목록에 몇 개 추가하고 한국에 출판된 사항을 정리하여 만든 목록. 불어와 루마니아어로 쓴 원서 내용은 삭제하고 영어권에서 출판된 내용만을 실었다. 사실 이 목록을 갱신하면서 더글라스 알렌의 >(이학사, 2008) 뒤에 실려 있는 목록을 많이 참조하였고 그 결과도 거의 비슷하다. 그래도 인터넷 상에서는 정리된 목록을 못 본 것 같아 여기 올린다. 엘리아데 책은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 많기 때문에 어떤 것이 번역되었나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목록 작성에 사용하기 위해 서지사항을 엔드노트로 정리하기도 했는데, 그다지 많이 써먹지는 못했다.(엔드노트 파일: Eliade_bibliography.zip) 구글 북서치 등으로 불.. 2023.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