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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320

종교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종교신문”에서 무려 “차세대 종교학자와의 대담”이라는 거창한 표제 하에 내 이야기로 한 면을 채워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기자가 달아준 제목은 약간 부끄럽지만 종교인이 대부분인 독자층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다. 내 사진은 부담스럽지만 생긴 대로 찍힌 것이기에 더 욕심을 낼 여지는 없다. 기사 내용 대부분은 내가 말한 내용들이 거의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만족스럽다. 내용상 약간 축약된 부분과 부드럽게 처리된 부분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배려로 이해된다. 제도권에 들어왔다고 보기 힘든 나를 신문 지면에 초대해 준 계기는 블로그였다. 그래서 마지막에 내 블로그를 언급해준 것도 의미가 있다. 순전히 블로그를 읽고 이런 인터뷰를 제안해준 기자에게 감사드린다. 종교학은 편협한 생각의 틀을 깨는 혜안의 지혜를 알려.. 2023. 6. 3.
종교와 동물 1년이 넘도록 학술적인 글을 생산하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내 글이 실린 출판물이 나왔다. 논문 모은 책 치고는 편집에 신경 써준 듯하여 고마운 마음. 재작년에 쓴 논문을 보완해 출판한 것이긴 하지만 양적으로는 한 편의 글이 나온 셈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올해는 글이 쏟아져 나오기를 희망한다! 멋들어지게 쓴 글은 아니지만, 논문 형식의 답답함을 벗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내용으로는 애정이 좀 있는 글이다. 짧은 미국 생활 동안 '북미원주민'에 대해 배운 내용이 반영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배운 성찰을 잘 발달시키지는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지만, 배울 당시의 풋풋한 느낌이 추억처럼 이 글에 남아 있는 듯 하다. 박상언 엮음, (모시는 사람들, 2014). 2023. 6. 3.
20분에 전달되는 한 종교의 모습 오랜만에 올리는 글인데, 새로운 내용은 아니고 전에 올린 내용을 가공해 기고한 글. 사우스파크, "몰몬교에 대한 모든 것”을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짧게 재구성하였다. 짧은 분량의 글이라 서술이 충분치 못한 부분이 있다. 이 글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모시는사람들, 2018)에 수록되었다. “몰몬교인의 모든 것” 최근에 3년 남짓 이런저런 종교학 강의를 해오면서, 나에게 발달한 부분이 있다면 영상물을 사용하여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법일 것이다. 조금 생뚱맞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에서 소개하고 싶은 것은 내가 매우 수업 시간에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영상물인 시즌7 제12회 “몰몬교인에 대한 모든 것All About Mormons”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22분 정도이기 때문에 다른 영.. 2023. 6. 3.
감염된 언어, 감염된 종교 고종석의 를 읽으면서 내가 느낀 저항감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워낙 깔끔한 문체와 유려한 논리로 쓰인 책이기 때문에 그런 점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비슷한 전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한국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은 내가 종교 영역에서 혼합현상(syncretism)에 대한 논문을 썼을 때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그땐 내게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겨웠다.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풀어내는 것은 고도의 글쓰기 능력이다. 그때 이 분의 글을 읽었다면 흉내라도 낼 수 있었을 것을. 나는 종교학(사실상 신학)에서 ‘혼합주의’에 쏟아지는 욕설을 막아보려고 했다. 그래서 이름도 ‘혼합현상’으로 고쳐 짓기도 했다. 그러면서 언어학에서 크레올화(-化, cr.. 2023. 6. 3.
종교 개념의 세번째 영역 얼마 전에 피터 바이어(Peter Beyer) 교수의 강연을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다. 서구적인 종교 개념이 비서구사회에 적용된 과정을 개괄하는 강연이었는데 나에게 너무 익숙한 내용이어서 그런지 다소 실망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그가 청중들의 수준을 다소 낮게 설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차돌같이 단단한 논의 전개는 인상적이었지만, 내용은 다소 평범해서, 도대체 그의 대표적인 이론 작업인 지구화(globalization)에 대한 논의가 종교에 대한 이론적 논의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회의만 느낀 채 강연장을 떠났었다. 오늘 종교 개념에 대한 다음 논문을 읽고서 그의 학자로서의 저력을 느끼게 되었다. 최근 종교학자들의 종교개념 논쟁을 깊이 있게 정리하고 자신의 대안도 설득력 있게 제시한 글이다. 그의 대표.. 2023. 6. 3.
종교학이 신화학을 말하다 최근에 신화를 다루는 중요한 종교학 서적들의 번역이 쏟아져 나왔다. 이 기쁨을 나누기 위해 서평을 하나 써서 기고하였는데, 방대한 폭의 책들을 한데 모아 이야기하느라 애를 많이 썼다. 솔직히 말하면 상당히 거친 글이 되었다. 하지만 신화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머리속에 든 것을 박박 긁어서 쓴 글이기 때문에 새로 제대로 써보라고 해도 더 나은 글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쓰기로 했던 것 자체가 무리했던 것. 글은 신통치 않아도 공부는 많이 되었다. 다루어진 책들은 (이학사, 2008), (이학사, 2009), (청년사, 2007)이다. 막스 뮐러로부터 비롯해서 종교학사 내내 신화는 종교 연구의 중심적인 주제였다. 그래서 종교학 연구자에게 신화를 종교현상의 일부로 연구하는 것은 당연.. 2023. 6. 3.
"자리 잡기" 번역 출간 [2023년 현재 이 책은 절판되어 서점에서 구입할 수 없습니다.] 드디어 조너선 스미스의 가 로 번역되어 나왔다. 올해 초에는 이 책의 마무리 작업 때문에 온통 신경을 썼다. 블로그도 쉬어야 할 정도로. 이런 작업을 ‘일상’적으로 하는 출판사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어지는 내용은 보도 자료로 작성한 글이다. 현대 종교학계의 큰 별, 조너선 스미스 종교학이라는 학문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학과로서 정착하게 된 데에는 엘리아데라는 큰 학자의 덕이 크다. 그가 타계한 지 한 세대가 되어가는 지금, 엘리아데의 지적 울타리 안에 있는 대다수의 종교학 연구자들은 어떤 의미에서든 엘리아데의 '자식들'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 엘리아데의 자식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엘리아데의 지적인 유산을 어떻게.. 2023. 6. 2.
종교학 고전에 사용된 한국 자료들 한국종교라는 ‘자료’가 서양 종교학 이론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찾고 있는 중. 종교학 고전들을 읽다가 만나게 되는 코리아. 그다지 중심적인 사례도 아니고 구석진 내용들이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전의 글, 한 종교학 책에서 한국에서 출처를 찾지 못했던 것을 얼마 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인용하면, 판데르 레이우의 (분도출판사: 1995) 79-80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사실 원시인들의 세계는 영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 한국에서 아직 잘 볼 수 있다: "영들이 하늘 전역과 땅 한치까지 모두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길가에서, 나무나 바위나 산 위에서, 골짜기와 강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밤낮으로 영들은 사람들의 말을 엿듣고, 사람들 주위를 배회하며, 그들 머리 위로 날.. 2023. 6. 2.
의례에 대한 알짜 사실들 조너선 스미스의 ‘의례 이론’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음 글을 골랐다. Jonathan Z. Smith, "The Bare Facts of Ritual,"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2). 이하의 내용은 이 글에서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대목들을 뽑고 그것을 다른 사례들을 들어서 해설하는 방식을 취한 한시간 분량의 강의안이다. 1. 대본에 없는 것 1-1. 의례에 관한 두 이야기: 우연한 요소의 개입 [글 처음에 인용된 두 이야기를 그대로 소개하였다. 의례에 우연한 요소가 개입된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이다. 우연성이 언제든 들어올 수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이야기.] 표범들이 갑자기 사원에 들어와 의례용 잔에 든 물을 마셔버렸다... 2023. 6. 2.
뱀다루기와 종교학하기 서평으로 제출하기 위해서 쓰긴 썼는데.... 서평의 장르적 성격을 무시한 크로스오버 글쓰기 ;; 학술지에 실린 모습 주제서평: 뱀다루기와 종교학하기: 스네이크 핸들링에 빗댄 종교 연구 태도의 논의들 Dennis Covington, Salvation on Sand Mountain: Snake Handling and Redemption in Southern Appalachia, New York: Penguin, 1995. Robert A. Orsi, "Snakes Alive: Religious Studies between Heaven and Earth," Between Heaven and Earth: The Religious Worlds People Make and the Scholars Who Study .. 2023. 6. 1.
긍정의 힘 조엘 오스틴 목사의 . 읽다 보니 술술 잘 읽혀 끝까지 읽었다. 이 책이 상징하는 유행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자기 확신에 근거한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서사는 지금 세대도 갈망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진솔함과 일상적임이다. 설교 메시지는 미국 도시 중산층의 경험으로 번역된다. 이 분의 낙관적 세계관의 근거는 자신의 성공인데, 그래서 자기 교회의 성공담이 사례에 꽤 포함되어 있다. 일상적 사례 중에는 시덥지 않거나 찌질한 것도 있다. 그런 이야기가 권위 있는 목사의 입을 통해 신앙으로 인증된다는 것이 책이 갖는 매력일 것이다. 사례들을 인용하기는 힘들어 몇몇 대목만 메모해둔다. 번영신학을 대표하는 책답게, 가난은 하느님의 방식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이런 생각의 근거는 무엇일까? 그저 미.. 2023. 5. 31.
한국 오순절교회에 대한 콕스와 몰트만의 논쟁 저명한 신학자들이 한국 교회에 대해 논쟁한다. 그런데 매우 사소해 보이는 것 갖고 신경전을 벌인다. 몰트만은 2005년 논문에서 순복음교회 신학이 정통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기 입장이 ‘기독교 무교’ 따위를 언급한 하비 콕스와는 다르다고 넌지시 언급한다. 다음 해에 콕스가 반박하는 글을 발표한다. 순복음이 비정통적이라고 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논쟁에는 묘한 대목이 있다. 서로 자기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대접을 잘 받았는지를 말하고 있다. 몰트만 글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고, 이에 대한 반론에서 콕스도 자기도 얼마나 대접을 잘 받았는지를 자랑하듯 말한다. 서울의 좋은 호텔에서 숙박하고 인천순복음교회에 초청되어 환영받은 이야기를 한다. 이것이 자신의 책이 순복음교회에서 환영받았음을 말하기 위한 근거라는.. 2023. 5. 30.
아미시와 외부 세계 미국 아미시Amish 교단을 잘 소개한 책이 있어 흥미로운 내용들을 정리해 놓는다. 임세근, (리수, 2009). 1. 현대 사회와의 만남 아미시는 외부세계와 떨어진 삶을 살지만, 그러한 삶을 후속세대에 절대적 의무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아미시 아이들이 청소년기가 되면 “럼스프린가”라고 해서 외부사회를 자류롭게 경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기간 후에 아이들은 아미시 공동체에서 살 것인지 외부세계에 나가 살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한다. 약 10%정도가 바깥세상을 선택한다고 한다. 아미시로 교육받은 아이들이 외부를 선택하는 것은 모험이라는 점에서, 이 선택이 진정 자유로운 것인지 의의를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자기 결단의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 또한.. 2023. 5. 30.
아미시의 용서 2006년 10월 찰스 칼 로버츠라는 남성이 펜실베니아 주 니켈 마인스에 있는 아미시 학교에 침입하여 아이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가 총으로 학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다. 5명의 아이가 사망하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남성은 평소 아미시 농장의 우유를 배달하던 트럭 운전수였다. 비폭력주의자로서 평화로운 삶을 살던 이들에게 닥친 이 사건은 “아미시의 911”이라고도 불린다. 놀라운 일은 이 사건에 대한 아미시 공동체의 반응이었다. 사건이 있은 후 아미시들은 범인 로버츠의 가족과 접촉하였다. 가족들은 로버츠의 아버지를 안고서 ‘당신을 용서합니다’라고 말했다. 로버츠의 가족들 역시 이 사건의 희생자라고 인식한 것이었다. 로버츠 가족들은 아미시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하였으며, 아미시 가족들은 .. 2023. 5. 30.
채무자의 수호성인, 실업자의 수호성인 라틴 아메리카 현실에 관한 풍자가 가득한 책을 읽다가 경제 현실이 빚어낸 종교현상의 사례를 보게 되어 메모해둔다. 읽은 책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르네상스, 1998)이다. 브라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성인은 빚진 자들의 수호성인인 산타 에두비제스(Santa Eduviges)다. 순례 때에는 수천 명의 빚진 자들이 절망에 허덕거리며 그녀의 제단을 찾아와 빚쟁이들이 텔레비전이나 자동차, 집을 가져가지 않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때로는 에두비제스 성인이 기적을 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채권국이 이미 정부를 가져가버린 나라[IMF 선고를 받은 나라를 말함]들을 그녀가 무슨 방법으로 도울 수 있겠는가?(169-70) 에두비제스 성인은 우리나라에서 성녀 헤드비제스/헤드비히(영어로는 St. Hedwig)라고 불린.. 2023.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