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찰스 칼 로버츠라는 남성이 펜실베니아 주 니켈 마인스에 있는 아미시 학교에 침입하여 아이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가 총으로 학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다. 5명의 아이가 사망하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 남성은 평소 아미시 농장의 우유를 배달하던 트럭 운전수였다. 비폭력주의자로서 평화로운 삶을 살던 이들에게 닥친 이 사건은 “아미시의 911”이라고도 불린다.
놀라운 일은 이 사건에 대한 아미시 공동체의 반응이었다. 사건이 있은 후 아미시들은 범인 로버츠의 가족과 접촉하였다. 가족들은 로버츠의 아버지를 안고서 ‘당신을 용서합니다’라고 말했다. 로버츠의 가족들 역시 이 사건의 희생자라고 인식한 것이었다. 로버츠 가족들은 아미시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참석하였으며, 아미시 가족들은 로버츠의 장례식에 참여하였다.
도널드 크레이빌 외, 김재일 옮김, <<아미시 그레이스>>(뉴스앤조이, 2009).
<아미시 그레이스>(Amish Grace)의 저자들은 이러한 용서와 화해가 아미시의 문화에 내재된 것임을 보여주었고, 당사자의 인터뷰들을 통해 그들의 용서의 정신, 그리고 그 용서의 과정에서 겪은 인간적인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이하는 책의 몇 대목을 메모한 것.
1. 사건 이후 아미시 교인들이 내놓은 논평 중 하나. “펜실베니아주 경찰 국장인 제프리 밀러가 보여 준 노고에 대해서 특별히 감사하다.”(62) 그들은 지역 경찰들의 활동에 대해 아낌없는 고마움을 표현한다. 굉장히 평범한 내용인데, 요즘 안전하지 않은 국가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는 울컥 다가온다. 참사가 발생했을 때 해당 지역 경찰 주도 아래 신속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 부럽다.
2. 아미시의 신앙생활에서 누누이 강조되는 것이 용서에 관한 내용이다. (1) 마태복음 18장 21절의 “일흔의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것, 35장 “너희가 각각 진심으로 자기 형제자매를 용서해 주지 않으면, 나의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라는 내용은 설교와 기도를 통해서 반복된다. (2)주기도문은 아미시 신앙의 중심을 이룬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고”라는 내용으로부터 다음과 같이 용서를 강조한다. “그러나 너희가 남을 용서해주지 않으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잘못을 용서해 주지 않으실 것이다.” 여기서 용서의 주체가 ‘우리’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대목은 신학적인 논쟁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3. 용서의 개념적 구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원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잘못을 저지른 자를 향한 적대감을 지우는 것과 그 범죄자의 죄를 사면하는 것은 다르다. 원한을 날려 버리는 것은 가해자에게 뉘우침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사면은 회개가 필요하다.”(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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