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신학자들이 한국 교회에 대해 논쟁한다. 그런데 매우 사소해 보이는 것 갖고 신경전을 벌인다. 몰트만은 2005년 논문에서 순복음교회 신학이 정통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자기 입장이 ‘기독교 무교’ 따위를 언급한 하비 콕스와는 다르다고 넌지시 언급한다. 다음 해에 콕스가 반박하는 글을 발표한다. 순복음이 비정통적이라고 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논쟁에는 묘한 대목이 있다. 서로 자기들이 한국에서 얼마나 대접을 잘 받았는지를 말하고 있다. 몰트만 글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고, 이에 대한 반론에서 콕스도 자기도 얼마나 대접을 잘 받았는지를 자랑하듯 말한다. 서울의 좋은 호텔에서 숙박하고 인천순복음교회에 초청되어 환영받은 이야기를 한다. 이것이 자신의 책이 순복음교회에서 환영받았음을 말하기 위한 근거라는 것이다.
익숙한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콕스의 책에서 순복음교회는 세계 오순절교회 운동의 한국 사례로서 등장한다. 순복음교회는 명실상부하게 국제적인 오순절교회 현상의 하나로 인정받게 된다. 몰트만은 한술 더 떠 순복음 신학의 정통성을 인정한다. 둘 다 이 교회가 기독교 정통신학임을 국제적인 차원에서 최고 수준의 학계 차원에서 공인한 작업이다. 교회 입장에서 이보다 기쁜 일이 있을까? 전후 사정이나 선후관계는 알지 못하지만, 좋은 대접은 이 맥락에서 당연하다. 외국 학자들에게는 인상적이었을지는 몰라도 한국 종교계 맥락에서는 그랬겠거니 하는 생각이 드는 일이다.1. 하비 콕스의 책
콕스는 몰트만 논문의 한 줄짜리 언급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발표한다. 자신의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느니, 오해했느니 하는 내용이다. 매우 의아한 반론인데, 몰트만의 언급은 잘못되기 힘들 정도로 짧고 내용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콕스는 아마 자기 주장이 순복음이 정통적이지 않다는 식의 맥락으로 받아들여질까 우려했던 것 같다.
Harvey Cox, Fire from Heaven: The Rise of Pentecostal Spirituality and the Reshaping of Religion in the Twenty-First Century (Cambridge: Da Capo Press, 2001).
하비 콕스, 『영성·음악·여성: 21세기 종교와 성령운동』, 유지황 옮김 (동연, 1996).
하비 콕스는 세계 오순절교회의 성장을 다룬 이 책에서 한국 오순절교회가 예배 속에 한국 무교와 귀신들림을 흡수함으로써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성장은 ‘기독교 무교’라는 명명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에 따르면 한국 오순절교회 성장은 “누가 누구를 흡수하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을 정도로 무교를 흡수한 측면이 광범위”하다. 그는 이 현상이 “부정적으로는 ‘혼합주의’ 문제, 긍정적으로는 고대 신앙을 변형시키는 성령의 능력”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하였다. 혼합현상 분석이 가능함을 인지하면서도 신학적 논란을 피한 표현을 택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책이 혼합주의 문제에 연루되기를 원치 않았지만, 많은 한국 학자들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졌다.
*기독교 무교는 ‘Christian Shamanism’, ‘Pentecostal Shamanism’을 번역한 것이다. 왜 그런 표현을 썼을까? 왜 ‘Shamanistic Christianity’라고 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해석해도 기독교가 주체의 자리에 놓이지 않은 것은 그 의도를 알기 힘들다.
**저자는 기독교 무교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취하려 노력했지만 한국어판에서는 단정적으로 번역되어 있다. 특히 한국 오순절교회가 기독교 무교냐는 물음에 대해 ‘그렇다’라고 번역한 부분은 원래 의도와는 달라 보인다. 이 책이 한국에서 논쟁이 된 것에는 번역도 좀 부추긴 면이 있지 않을까?
2. 위르겐 몰트만의 논문에서 언급된 하비 콕스
Jürgen Moltmann, "The Blessing of Hope: The Theology of Hope and the Full Gospel of Life," Journal of Pentecostal Theology 13-2 (2005): 147-61.
몰트만은 이 글에서 순복음교회가 정통적인 기독교 신학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순복음 측에서 제공한 영어 텍스트를 토대로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 하비 콕스는 순복음에 대한 종전의 평가를 대표하는 학자로 매우 간단히 언급된다. “‘기독교 무교’에 대해 말한 하비 콕스”(like Harvey Cox, talking about a 'Christian shamanism').
3. 위르겐 몰트만에 대한 하비 콕스의 반론
Harvey Cox, "A Response to Jürgen Moltmann's 'Blessing of Hope'," Journal of Pentecostal Theology 14-2 (2006): 2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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