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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메모

종교학 고전에 사용된 한국 자료들

by 방가房家 2023. 6. 2.

한국종교라는 ‘자료’가 서양 종교학 이론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찾고 있는 중. 종교학 고전들을 읽다가 만나게 되는 코리아. 그다지 중심적인 사례도 아니고 구석진 내용들이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전의 글, 한 종교학 책에서 한국에서 출처를 찾지 못했던 것을 얼마 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인용하면, 판데르 레이우의 <<종교현상학 입문>>(분도출판사: 1995) 79-80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사실 원시인들의 세계는 영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 한국에서 아직 잘 볼 수 있다: "영들이 하늘 전역과 땅 한치까지 모두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길가에서, 나무나 바위나 산 위에서, 골짜기와 강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밤낮으로 영들은 사람들의 말을 엿듣고, 사람들 주위를 배회하며, 그들 머리 위로 날아다니며 땅에서 나와 그들에게 접근한다. 자기 집에서도 영들로부터 피할 수 없다. 영들은 벽에도 있고 들보에도 있다. 그들이 온갖 곳에 다 있다는 사실은 하느님의 무소부재성(無所不在性)의 슬픈 흉내이다. (Their ubiquity is an ugly travesty of the omnipresence of God)" 이 마지막 문장을 제외하고는 이 말은 많은 원시민족에도 해당된다.” (반 델 레에우, 손봉호 길희성 옮김, <<종교현상학 입문>>(분도출판사: 1995), 79-80.)

원본이 없어 출처를 몰랐는데, 감리교 선교사 존스의 1901년 논문, <한국인의 정령 신앙>을 읽다가 이 내용이 들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당 내용은 글의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 부분이다.


<<황금가지>>로 유명한 프레이저가 1886년에 쓴 논문 “매장 풍습에 관하여”에서 한국 사례가 사용된 것을 볼 수 있었다. James G. Frazer, “On Certain Burial Customs as Illustrative of the Primitive Theory of the Soul,” The Journal of the Anthropological Institute of Great Britain and Ireland 15 (1886): 63-104. (첨부파일: Burial_Custom(Frazer).pdf )
이 논문은 매장 풍속들이 망자(亡者)에 대한 공포, 즉 죽은 사람이 귀신이 되어 돌아올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려는 데서 생긴 풍습들이라는 관점에서 세계 각지의 매장 풍속들을 수집한 글이다. 워낙 많은 자료들이 동원되었는데, 이 글에서 한국의 매장 풍속을 언급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귀신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은 그가 살던 집이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서 사람이 죽을 때 살던 곳에서 딴 곳으로 이동시켜서 혼자 죽도록 내버려두는 풍속이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 이 맥락에서, “그리스, 로마, 중국, 한국에도 죽는 사람을 집 밖으로 나르는 이러한 풍습의 흔적이 있다.”(69)
여기서는 로스의 <<History of Corea>>, 321이 인용되었다. 주에서 “강(kang)에서 죽어선 안 되기 때문에, 죽을 때가 되면 사람을 널빤지 위에 눕힌다.”고 설명하고 ‘강’에 대해서 ‘일상적으로 자는 장소’라고 해설하였다. ‘강’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겠지만 온돌을 뜻하는 말이 아닌가 한다.(뜻풀이 참조) 그렇다면 프레이저의 해설은 정확하다고 생각된다.

2) 역시 귀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눈을 가려서 죽은 사람이 어떤 경로로 이동되었는지 알지 못하게 하는 풍속들이 나열되는 맥락이다. “한국에서는 눈에 눈가리개(blinker, 혹은 blinder)를 덮는다. 눈가리개는 검은 비단으로 만들어졌으며, 사자의 뒤통수에서부터 실로 묶는다.”(71) 역시 로스의 <<History of Corea>>(325)에서 인용되었다.

3) 장례 행렬이 지나갈 때 매우 조심하는 중국 풍속을 이야기한 뒤, “비슷한 풍속이 한국에서도 있다.”(87) 로스의 <<History of Corea>>, 319에서 인용.

4) 죽음 이후에 단식하는 풍습들을 나열하면서. “한국에서는 장례 첫날 가족들이 아무 음식도 먹지 않는다. 망자의 아들과 손자는 사흘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며, 보다 먼 촌수는 이틀이나 하루를 먹지 않는다.”(92)

5) 장례식 복장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 “한국에서는 고관의 장례 때 악귀를 쫓아버리기 위해 무시무시한 가면을 쓰는 사람이 있다.” (98-99) 이 경우에는 그리피스의 <<Corea, the Hermit Nation>>, 278에서 인용하였다. 이 가면 쓴 사람은 방상씨를 말하는 것 같다.
또한 “한국에서 부모상을 당한 아들들은 머리뿐 아니라 얼굴 전체를 가리는 챙 있는 모자를 쓴다. 한국에 있던 예수회원들은 이 풍습으로 이용하여 성공적으로 위장할 수 있었다.”(100) 이 부분은 그리피스와 달레의 자료가 인용되었다. 한국에서 선교한 천주교 선교사는 예수회가 아니라 파리외방전교이기 때문에 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수가 있다. 또 “한국에선 상을 당할 때 흰 옷을 입는다.”(100)는 묘사가 로스를 인용해서 추가되어 있다.


1894년판 <<황금가지>>(제1권, 제2권)에서도 한국 사례들을 찾을 수 있다.
1)신성한 존재인 왕이 처소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 금기를 나열하는 대목.
“오늘날까지 ‘거의 신에 가까운 경배를 받는’ 한국의 왕들은 12세나 15세부터는 궁에 갇혀 지낸다. 만일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가 왕의 공명정대함을 얻고자 한다면, 그는 궁에 면하고 있는 산을 향해 거대한 화톳불을 피운다. 왕은 불빛을 보고 재판이 있음을 알게 된다.”(황금가지 1권, 164) 달레의 <<교회사>>를 인용.
주에서 다른 경우에 대해 상술한다. “매우 드물게 왕이 궁을 떠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미리 백성들에게 공고가 선포된다. 모든 문들이 닫혀있어야 하고, 가장은 부인과 함께 문간 앞에 쓰레받기를 들고 무릎꿇고 있어야 한다. 모든 창문들, 특히 위에 난 창은, 왕이 내려다보이는 일이 없게 종이조각으로 봉해져야 한다.”(164, 주7) 그리피스의 책을 인용하였다.

2)왕에 대한 접촉 금기를 나열하는 대목에서, “누구도 한국의 왕을 만질 수 없다. 만약 황송스럽게도 왕이 백성을 만진다면, 만진 부분은 성스럽게 되고, 그 사람은 명예를 얻어 일생 표식(보통 붉은 비단실)을 지닌다. 무엇보다도, 왕의 몸에는 철이 닿아서는 안 된다.”(172) 이어서 1800년 정조 대왕이 종양으로 죽은 사실을 언급한다. 이 때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금기 때문에 왕의 몸에 칼을 대는 것을 생각할 수도 없었는데, 그게 가능했다면 목숨을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는 것이라고 전해준다.

3) “한국에서는 호랑이 뼈가 용기를 북돋는 수단으로서 표범 뼈보다도 비싸게 팔린다. 한 중국 사람은 용기와 힘을 얻기 위해서 호랑이를 통째로 사서 먹었다고 한다.”(황금가지 2권, 87)

추가)
가장 방대한 판본인 1922년 판 <<황금가지>>에서는 15개의 한국관련 문헌으로부터 24건의 한국 사례들이 인용되었다. 다음 논문을 참조할 것. 류병석, “The Golden Bough 의 한국사례 연구”, <<국어교육>> 23 (1975년): 1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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