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교학공부/기독교세계

기독교 교육과 좋은 학벌

by 방가房家 2023. 5. 29.

미국인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권리가 있다. 자녀를 교육 기관에 보내지 않고 대신 부모가 직접 아이들 교육을 맡아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교육을 홈스쿨링(Homeschooling)이라고 부르는데, ‘가정교육’이라고 번역하면 의미 전달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영어 표현을 그대로 쓰도록 하겠다. 홈스쿨링하는 부모의 대부분은 매우 보수적인 개신교인들이다. 그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학교가 너무 세속적인 악으로 가득찬 곳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안전한 가정에서 기독교 교리와 결합된 지식(예를 들어, 노아 홍수 이야기와 지질학을 연결시키는 식의)을 가르친다.


이 운동을 소개하는 한글 웹페이지를 보면 유용한 정보(운동의 역사에 관한)도 포함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운동을 바라보는 “교육학적 편견”이 잘 드러난다.
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교육=학교교육'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다시 가정에서 학습을 하는 '홈스쿨링(Homeschooling)'이 번지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의 다양한 정보와 현장체험을 위주로 이루어지는 맞춤 학교 '홈스쿨' 은 과연 어떤 걸까? ... 홈스쿨링은 가정에서 학생의 개성, 흥미, 학습능력 등을 고려해 부모와 학생 스스로가 교육 과정, 학습 방법, 학습 계획 등을 설정하여 각자에게 가장 알맞은 최적의 교육 환경과 방법을 택하는 '대안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운동을 이해하는 중요한 맥락은 이것이 “선진국”에서 행해진다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운동을 펼치는 부모들이 종교적인 맥락에서 이 일을 하고 있으며, 가정을 기반으로 세속 문화에 대항하는 대안적 문화(혹은 공간)을 창출하려는 노력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운동으로 보기 이전에 종교운동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교육을 통해 종교적 이념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이해되어야 한다.

이 운동에는 흥미로운 역설이 보인다. 세속과 절연된 세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기독교 가정이 세속과 가질 수밖에 없는 관계에서 이러저러한 역설적 상황이 빚어질수밖에 없는데, 그 중에서도 내 눈길을 끈 것은 학벌에 대한 관심이다. 이번에 읽은 이 운동에 대한 논문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해리스(Gregg Harris, 홈스쿨링 운동의 창시자 중 한 명)의 설명에 의하면, 하버드나 예일은 한때 종교적인 대학이었으나 “이제는 슬프게도 반기독교적 인문주의의 요새이다.” 그러나, 그가 독자들에게 홈스쿨링이 자녀들에게 교육적으로 불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키고자 할 때에는 아이비 리그와 세속 교육을 부활시킨다... [그의 책에서 사례로 다루어진] 한 소년은 집에서 과학에 뛰어나서 하버드에 입학한다... 적이 이제는 성공의 유용한 표준으로 변모한다...
해리스는 책에서 이 분명한 비일관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성경 학교나 오랄 로버츠 대학(Oral Robert University)에 간 소년들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성공의 상징이 필요할 때, 기독교인들은 흔히 그것을 자기들 문화에서 끌어오기보다는 비기독교 세계에서 끌어오곤 한다.
(Colleen McDannell, "Creating the Christian Home," <<American Sacred Space>>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1995).)

기독교적인 이념을 실현하는데 비기독교적인 이념인 학벌이 중시된다는 역설, “성공”에 세속적 가치판단이 개입하는 상황은 인간적으로 이해가 간다. 그러나 논리적으로는 모순이다. 그들 자신은 그러한 점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홈스쿨링을 통해 자식을 하버드 대학에 보내고 기뻐하는 부모의 심정에 더욱 동감하지 않을까싶다. 우리나라에서 종교적 동기와 학벌이 결합한 유명한 예는 <<다니엘 학습법>>이다. 저자 소개에 따르면, “2000년에 서울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서울대 종교학과 4년간 평균 점수 99.26 취득)하고 십대 시절에 “다니엘처럼 되겠다!”며 굳게 정했던 뜻을 따라 곧바로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진학한 전도사” 김동환이 쓴 이 책은 자녀를 둔 개신교인 부모님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 책에는 하느님이 내린 성공이 왜 서울대를 통해서 나타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 질문 자체가 우문이다. 은총의 의도를 질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저자가 학교를 다닌 그 시기에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다닌 주변 인물이기에 그 책을 편하게 읽지 못한다. 그가 기도의 힘을 통해 세속의 무리들을 극복하고 잘났다는 서울대생들을 제쳤다고 이야기하는 구도에서, 나는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 제압당한 세속의 무리 안에 들어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의 구질구질한 뒷얘기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성공담이 개신교 부모들에게 공명한 그 지점, 주님의 도구가 왜 하필 서울대이여야 한다는 점에 이의가 별로 제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왜 그가 세속적인 학문(그 중에서도 불경하기가 으뜸인 종교학)에서 최고 점수를 획득하여야 하며, 그것이 어떠한 의미에서 주님의 도구가 되느냐는 궁금하기 짝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다한 질문도, 설명도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