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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기독교세계

성모도 생리를 하셨을까?

by 방가房家 2023. 5. 29.

이것은 중세 신학자들을 괴롭힌 난제였다. 이 문제에는 중세의 성에 대한 과학적 지식, 여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당시 유행했던 성모 신앙이 결부되어 있다. 다음 논문에 그 사정이 잘 정리되어 있다. 복잡한 내용을 개괄한 것이라서 간단히 정리하기 어려운 점들도 많지만, 내가 이해한대로 당시 논의의 추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Charles T. Wood, "The Doctor's Dilemma: Sin, Salvation, and the Menstrual Cycle in Medieval Thought," <<Speculum>> 56-4 (1981): 710-727. 

 

1-1. 중세의 여성비하적인 인식은 잘 알려져 있다. 유명한 예로, 마녀 사냥의 교과서였던 <<말레우스 말레피카룸Malleus maleficarum>>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육욕(肉慾)이 강하기 때문에 여자 중에서 마녀가 나온다고 주장한다. 다른 책에는 이런 표현도 보인다. 중세 사람들은 여자가 성교할 때 남자보다 두 배의 쾌감을 얻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1-2. 그러나 여성의 육체적 특성을 ‘죄의 결과’로만 보지 않는 온건한 견해도 분명히 존재했다. 그레고리우스의 견해가 대표적으로, 그는 월경을 부정(不淨)으로 보는 구약성서 <레위기>의 견해와는 달리 그것을 인간의 생식에 관련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았다. 분명 원죄에 의해 생긴 현상이긴 하나, 의도를 갖고 행한 것이 아닌 현상을 부정한 것으로 보고 세례를 주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2. 당시 과학적 상식에서 피와 젖은 동일한 물질로 이해되었다. 사람들은 임신 이후에 생리가 멎고 그 피가 전환되어 모유(母乳)가 되어 나온다고 생각하였다. 이 동질성 때문에 중세 서양에서 생리혈을 단지 부정으로만 취급하지는 않는, 모호한 태도가 생기는 것 같다.

3. 중세에는 성모 신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시기였다. <아가서> 4장 7절, “아름답기만 한 그대, 나의 사랑,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구나.”는 성모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이해되었다. ‘흠 없음’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성모 신앙이 발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성모는 흠이 없기 때문에 원죄의 결과인 일반적인 임신을 한 것이 아니라 흠 없는 임신, 무염수태(無染受胎, Immaculate Conception)를 한다. 이것은 예수를 낳고 난 이후에도 지속되었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죄의 삯인 죽음 역시 성모에게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승천(Assumption)했다는 교리가 생겨나게 된다.
이렇듯 흠 없음의 교리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이전 시대까지 흠으로 생각되었던 생리 역시 성모에게는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온당할 것 같기도 한데...

4. 중요한 성모 이미지 중 하나가 성모가 아기 예수에게 수유(授乳)하는 모습이다. 성모의 처녀 가슴에서 나오는 우유가 신성한 것으로 그 존재가 인정되는 마당에, 생리혈의 잉여가 우유라는 당시 상식에 비추어보면 성모의 생리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

5. 당시 신학자들은 전통적인 신학(월경에 대한 금기)과 당대의 새로운 인식(자연적인 여성성으로서의 생리) 사이에서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도의 성육신 교리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성모 역시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점이 인정되었고, 그러는 사이 월경을 죄의 징표라기보다는 여성의 자연적 속성으로서 존중하는 논의가 가능해졌다.

∴ 성모도 생리를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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