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29)
지난 달에 갑자기 참여하게 된 작업이 다문화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덕분에 관련된 종교시설 현장을 직접 누비고 다닐 기회가 있었다.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보고서로 제출한 글을 아래 덧붙여 놓는다. 딱딱하고 특정 목적을 위한 글이라 생각대로 쓴 것은 아니지만 따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어 상부(?)에 제출한 내용 그대로 참고삼아 실어놓는다.
아래는 관악구 명락사에서 찍은 사진들
명락사 명락빌리지
ㅇ현황
명락빌리지는 천태종이 서울 지역에서 운영하는 결혼이주민 여성의 쉼터이다. 이곳에서는 가정폭력에 시달리거나 이혼 후 갈 곳이 없는 이주민 여성들에게 거처를 제공하고 취업을 위한 도움을 제공한다. 명락빌리지는 명락사에서 약간 떨어진 별도의 건물을 임대해 마련한 고시원 형태의 숙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주민 여성의 임시거처임을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는 배려에서 시설 외부에는 특별한 간판이 붙어있지 않았다. 방문할 당시 이곳에서는 20여명의 여성들이 도움을 받고 있었다. 명락빌리지에서는 이들이 자립할 때까지 거처와 전기세, 식비를 제공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매주 열리는 글로벌 법회에는 열 명 이상이 참여한다고 한다.
ㅇ보살행의 실천
명락빌리지는 주지 무원 스님이 딱한 처지에 놓여있던 이주민들에게 인연설에 입각해 자비심을 발현하여 그들의 적응을 돕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명락사에서는 시설 조성을 위해 다문화기원 만등불사를 펼쳐 모금한 불사금으로 이주민 여성이 거주할 방을 마련하였다. 사업 설립 취지부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업 운영자들을 보살행의 실천이라는 불교적인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명락사는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도록 문화체험 행사를 자주 갖는다. 예를 들어 2010년 12월에는 ‘한국전통음식문화 체험’ 행사를 개최하여 다문화가족들이 명락사 신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김장을 담그고 인절미를 맛보는 기회를 가졌다고 한다. 무원스님은 행사에 앞서 열린 법회에서 다문화가정을 머리로만 이해하기보다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서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를 위한 축제 한마당’을 열기도 했다. 이는 한국방정환재단이 주최하고 부천외국인노동자의집이 주관하고 불교방송과 석왕사의 후원한 행사로, 지역사회, 시민단체, 불교계가 연합하여 진행되었다.
명락사에서 강조하는 행사로는 법화경 사경이 있다. 이것은 종교적 행사인 동시에 한국문화체험의 행사의 성격을 갖는다. 이곳에서는 ‘다문화 가정과 함께 하는 한글 배우기 묘법연화경 사경대회’를 개최하여 천태경에서 한글로 번역한 묘법연화경을 손으로 직접 쓰는 행사를 진행한다. 천태경의 소의경전이기도 한 법화경을 필사함으로써 부처님의 말씀의 전달이라는 종교적 목적과 한글 익힘이라는 한국문화 이해의 두 목적을 동시에 갖는 행사이다. 운영자의 설명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이 행사는 이주민 여성들에게 이해의 차원보다는 심성수양의 차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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