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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돌아다니다가

이스라엘수도원 서울 집회소 자리(상도동)

by 방가房家 2023. 5. 24.

교세는 거의 없었지만 한국 기독교계 신종교사 흐름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녔던 김백문의 이스라엘수도원. 해방 직후에 이스라엘수도원은 경기도 파주 파평면에 본부를 두었지만 서울 집회소는 상도동에 있었다. 내 주거지와 가까운 곳이라 구체적인 주소가 어디인지 찾아보았는데, 매우 불확실한 자료(인터넷 게시판의 찌라시성 글)에 따르면 그곳은 “상도동 494-1번지”였다. 확인이 필요하고 현재 주소와 일치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보를 따른다면 이곳은 현재 숭실대입구역 근처 우리은행 뒤의 건물(금정빌딩)이 있는 곳이다. 맨날 지나다니는 곳이다. 당장 나가 사진을 찍어 왔다.

 
 

1. 김백문 이스라엘수도원의 위상을 간단히 말하면, 김성도(새주파, 성주교회), 백남주, 김남조, 예수교회 그룹(이용도와 관련된) 등 신유 계시로 유명한 종교인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백남주의 애제자에 해당한다. 김백문은 당시 “신령파 집단들이 대개는 3년을 채 못 넘기고 그 신령한 역사들이 시들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을 보고는 마음에 느끼는 바가 컸고, 그래서 ‘진리’ 혹은 이론을 통한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함” 느꼈다고 한다.(최중현, <한국 메시아운동사 연구>, 145.) 그래서 김백문은 조선신학원을 다니는 등 신학수업을 받았으며 <성신신학>, <기독교 근본원리> 등 주요한 서적을 통해 이후의 종교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2. 김백문은 서울 집회소를 상도동으로 정한 것은 신앙의 어머니격인 김남조가 받은 계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최중현, 150) 이 집회소는 꽤 중요한 종교인들의 만남의 장소가 된다. 이 집회소는 김인오 여인이 소유한 가정집으로 ‘야소교 이스라엘수도원 서울교회’라는 간판을 달고 있었다고 한다. 김정옥, 이영호, 신의철 등 이스라엘수도원의 주요 교인들이 이곳을 통해 전도되었고, 근처 흑석동에 있었던  예수교회 명수대 예배당에서 넘어온 교인들이 있었다.(당시 흑석동 예수교회에 대해서는 노들강변님의 진지한 기록을 참고할 것) (최중현, 155-56) 무엇보다도 1945년부터 1년 가까이 문선명이 이곳 교회를 다니며 김백문의 가르침을 받는다. 이후 만들어지는 통일교 교리에 대한 김백문의 영향은 정교하게 논구할 주제이긴 하나, 김백문 저서를 잠시 보기만 해도 통일교에 끼친 영향은 단번에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죄의 원인을 성적인 타락으로 보는 관점과 구약-신약-성약이라는 세 시대에 대한 관념은, 초기 신유 종교인들에 의해 싹이 트고 김백문에 의해 체계화된 교리의 형태를 띠었으며 통일교 <원리강론>에서 세련된 형태로 다듬어졌다고 생각한다.
 
3. 내가 동작구의 종교사를 서술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흑석동 예수교회와 상도동 이스라엘수도원, 그리고 문선명의 초기 행적은 이 지역 종교사에 포함될만한 유의미한 내용이다. 해방 후 짧은 시기 동안의 일이라 지금 남아있는 흔적은 전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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