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캐리Carrie>(1976)에서 월경에 대한 종교의 부정적 해석은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영화는 주인공 캐리가 학교에서 초경을 하고 반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캐리가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왜 월경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따졌을 때, 엄마 마거릿 화이트는 이상한 반응을 보인다.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참고해서 그녀의 설교(?) 장면을 반추해보았다.
(0) 마거릿 화이트의 종교적 배경. 소설에는 ‘근본주의 기독교인’으로 명명되어 있다. “한때 침례교인이었지만 침례교가 적그리스도적인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되면서 교회를 나왔다.”고 하며 그 이후 집에서 딸과 독자적으로 예배를 드리며 종교 생활을 하고 있다. 종교적 배경은 그럴 수 있는데, 정작 이 인물을 기괴하게 만드는 허구적 요소는 광신적 신앙과 생물학적 무지가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딸을 낳을 때 임신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었다는 것, 여성의 신체적 특징(가슴의 성장)을 죄의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그러하다.
(1) “넌 이제 여자다.”
별 말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네가 죄인이라는 선포에 해당한다.
(2) “하느님께서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드셨다.”
기독교사에서 여성종속적 해석은 <창세기> 창조 이야기 중에서 하느님이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만들었다는 제1창조 대신에 남성의 갈비뼈에서 여성을 만들었다는 제2창조를 기준으로 한다. <데살로니카후서> 이후 기독교의 오랜 해석 전통이다.
(3) “이브가 나약하여 온 세상에 까마귀를 풀어놓았다. 그 까마귀는 ‘죄악’이라고 불렸고, 최초의 죄악은 성교였다.”
여성의 나약함과 죄를 연결하는 것은 기독교의 여성혐오적 해석을 대표한다.(테르툴리아누스가 가장 유명한 예이다.) 까마귀(raven)를 죄의 상징으로 사용한 것은 그런 전통이 있는 건지 소설의 창작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태초의 죄를 성교로 보는 해석은 랍비들의 주석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한국에서는 통일교를 통해 본격화되었다.
(4) “주께서 이브에게 저주를 내리셨으니, 그것은 ‘피의 저주’였다.”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적 해석이자, 내게 가장 낯선 연결이었다. 죄의 결과 피의 저주, 즉 월경이 생겼다는 것. 월경을 부정한 것으로 보는 것은 히브리 성서에서 매우 명확하지만, 죄의 결과로 보는 건 낯설다. 어떤 부분이 종교 전통의 재료를 가져온 것이고 어떤 부분이 작가의 창작에 해당하는지를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는데, 지금까지 내가 아는 바로는 창작된 부분으로 보인다.(이 부분은 계속 탐구 중) 여성혐오적 해석의 극단적 적용임에는 틀림없다. 여자로 태어난 것 자체가 죄라고 하는 식으로...
마거릿의 입장은 좀 더 이상한 것이어서, 만약 캐리가 죄를 짓지 않았다면 월경도 안 할 것이라는 태도이다. 그래서 캐리를 때리고 속죄 기도를 하게 한다.
(5) “두 번째 저주가 있었은 그것은 ‘출산의 저주’였다.”
설명되지 않는 생물학적 무지 상태인 마거릿도 월경이 출산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은 인지한 듯하다. 출산의 저주는 캐리를 출산한 자신의 경험과 관련되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간단히 처리된다.
이것이 월경에 대한 기독교인의 태도라는 식으로 읽히면 곤란하겠지만, 기독교 내의 여성혐오적 해석이 잘못되면 이런 괴물 같은 태도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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