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루르드(Lourdes, 2009)>는 제목 그대로 프랑스의 유명한 성지 루르드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우리나라에서는 대구 성모당이 이곳을 본떠 만들어졌다.) 전신불수인 주인공이 루르드에서 기적적으로 치유 받아 몸을 움직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까지만 보면 하느님의 기적을 찬양하는 전형적인 종교영화이다. 그래서 나도 심드렁하게 보고 있었는데, 갈수록 영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2. 순례단을 이끄는 수녀는 엄격한 사람이다. 엄격함이 심해 신앙 언어로 구성된 폭력을 휘두른다.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이에게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운명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당신이 겪는 고통엔 깊은 뜻이 있어요.”라고 못박으며, “난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라는 성 바오로의 말을 인용한다. 아픔을 주는 신정론이다. 기적을 얻고 싶어 행렬에서 이탈한 이들에게 “그래 봐야 아무 소용 없어요. 남들보다 앞에 앉았다고 주님이 고쳐 주실까요?”라고 서늘한 핀잔을 주는 장면도 섬뜩하다.






5. 기적이 직후에 어떤 사람은 “의무국에 가보셨어요? 신청 안 하면 공식 인정을 못 받아요.”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지속되도록 빌어요.”라는, 위하는 말인지 분간하기 힘든 말을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일어서 있던 주인공이 피곤을 느끼고 자리에 앉는 것을 보여주며 끝난다. 기적의 지속 여부에 대한 열린 결말이다. 이상야릇하고 매력적인 결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