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은 종교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비평적 역할을 하는 학문이다. 흔히 메타meta 학문이라고 부른다. 종교학이 무엇인지를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찾다가 최근에 내가 빠져 있는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에서 재료를 찾아보았다. 다소 무리는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종교학의 이미지가 솔직히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나는 요즘 아이돌의 언어를 들으면 종교인의 언어를 듣는 느낌을 받는다. 언제나 ‘팬분’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간다는 그네들의 말의 진실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언어는 기획사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제한된 문법 안에서 제작된 언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만약 그네들의 공식적 발언만이 그들에 대한 유일한 정보라면 얼마나 답답할까?
종교적 언어(종교인들의 고백적 언어)만으로 종교를 알려고 하는 것은 아이돌의 공식적인 착한 멘트들만으로 그들을 이해하려는 것과 비슷하다고 난 생각한다. 종교학은 종교와는 다른 차원의 언어(분석적 언어)를 통해 종교를 설명하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종교의 이데올로기화된 체계를 깨는 것이 필수적이다.
소녀시대 써니가 일등을 못해 팬분들에게 송구스럽다고 말을 이어갈 때 김구라가 쏘아붙인다. “멘트가 약간 노티 나네.” 물론 써니는 진실하고 자신의 발언에 대한 믿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는 팬미팅같은 자리에서 요구되는 것이니까. 흔히 독설이라고 표현되지만, 구라의 멘트에는 독설 이상의 중요한 역할들이 있다. 이 한 방에 아이돌 특유의 언어적 방벽이 해제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들을 이끌어내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 과정의 유무가 준비된 멘트에 추임새나 넣어주는 다른 방송과 <라스>를 구분해준다.
그렇다면 이데올로기적 언어가 해체되었을 때 어떤 것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다양할 것이다. 인간적인 진솔함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일부를 이루긴 해도 다는 아니다. <라스>는 좀 더 다양한 측면을 포괄하기에 매력을 갖는다. 그 중 중요한 것이 연예인의 “경제적 조건”이다. 아이돌idol이라는 신적 존재의 돈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속되어 보일 수 있지만 <라스>는 꾸준히 이 문제를 파고든다. 아이돌 그룹 내의 소득 랭킹을 물어보는 곳이 이곳이고, 소속사와의 계약 기간과 조건을 궁금해 하는 곳도 이곳이다. 과거에 번 돈을 어떻게 날려먹었는지(이승철, 이승환 등), 지금은 어떻게 벌어먹고 사는지(성대현 등)를 추궁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노라면 경제문제가 지엽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 활동의 양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된다. 때론 별별 잡스러운 주제들도 다 나오기 마련이지만, 그런 단편들마저 그들을 한 인간으로서 이해하는 데 의외로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생활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의 모습이 그들의 신적인 모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우리는 많은 정보를 얻는다. 물론 구라의 비평이 체계성을 갖춘 것은 아니며 아직은 모종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정도라는 점도 언급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의 공격성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준비하는 수단에 가깝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라스>의 매력은 연예인에 대한 비평적 차원에 대한 갈증(연예 언론이 그런 역할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을 해소해주는 데 있다. 종교학은 종교에 대한 비평적 차원을 구축하려는 노력인데, 아직도 그 영역은 미약하다. 종교의 내적 언어를 벗어난 차원에서 종교학은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펼칠 수 있을까? 종교인 자신은 주목하지 않는 사소한 디테일을 갖고서 종교의 중요한 특징을 밝혀주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라스> 작가들처럼 치열하고 집요해져야하지 않을까 반성해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