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에 아주 잠시 개봉했던 인도 영화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2014)는 지구에 온 외계인 피케이가 종교를 관찰하고 연구한다는 내용이다. 종교학의 입장에서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종교를 묘사한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1. 종교현상학적 상황[51:30-1:16:40]
우주선 리모컨을 되찾아야 하는 피케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신에게 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도 자신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신을 찾아 나선다. 종교에 대한 관찰이 시작된다. 이것은 종교학이 꿈꾸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무런 문화적 전제가 없는 관찰자의 눈에 종교라는 현상은 어떻게 묘사될 수 있을까? 영화적 상상력에 의해 내가 완벽한 ‘종교현상학적 상황’이라고 부르고 싶은 상황이 설정되었다. 외부인인 학자가 종교를 연구하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피케이는 신자들의 외적인 행위, 신앙 대상, 상징 등에 주목하여 종교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외적 대상을 통해 내적 신앙으로 접근하는 경로도 많은 학자들이 종교를 연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인도를 배경으로 한 주인공의 종교체험은 다채롭다. 힌두교, 이슬람, 자이나교, 시크교, 기독교 등.
이런 상황에서 종교는 어떻게 서술될까? 물론 이 영화에 종교에 대한 대안적 서술을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외계인의 시각이라고 해도 어차피 종교에 대한 기존의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풀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묘사되는 종교는 기복祈福적이다. 어떤 종교든, 즉 신이 누가 되었든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기도하고 얻는다는 것. 주인공의 물음은 “왜 내가 기도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가?”이다. 종교 이론의 건전한 출발점은 못 된다.
2. 잘못된 메시지[1:31:00-1:46:00]
주인공의 잠정적 결론은 인간의 기도는 신에게 잘못된 메시지로 전해지기 때문에 응답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중개자들의 전달이 잘못되었다고 현실 종교계를 비판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주인공의 호소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 인간의 비참한 현실을 직시해달라는 개혁적 움직임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3. 신학적 결론 [2:05:00-2:10:25]
영화의 결론에 해당하는 대화에서 주인공은 ‘참된 종교’에 대해 진지하게 말한다. 나는 이 영화의 종교론은 반종교적 비평에서 시작해 신학적 결론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는 “당신들을 만드신 신과 당신들이 만든 신 중 어느 신을 믿어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답은 명확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감동적인 대사는 사람들이 창조주 대신 피조물을 섬긴다고 비판한 로마서 1장의 반복이며, 로마서 1장을 기반으로 형성된 기독교의 타종교관의 반복이다. 이런 의미에서 피케이의 종교관은 신학적인 종교론으로의 회귀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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