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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성도교회 애리조나 메사 성전

by 방가房家 2023. 5. 24.
근처에 있는 몰몬교 애리조나 메사 성전(The Mesa Arizona Temple)을 방문했다.
이곳은 이 근처에서 명소이다. 12월이 되면 화려한 등불 장식을 하고 저녁 7시마다 무료 콘서트를 열어주기 때문에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든다. 내가 찾아갔던 것은 낮이지만 밤의 모습을 찍은 사진도 찾아 같이 올린다.



예수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몰몬교의 본 명칭이다.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보니 후기성도라는 번역을 사용하고 있다. 편의상 몰몬교로 부른다. 정식명칭이 너무 길고 어느 것이 올바른 줄임말인지 몰라 편의상 애칭을 그대로 사용한다.]에서 성전(temple)은 그냥 교회 건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침례 의식을 행할 수 있는, 매우 중심적인 장소이다. 회중들이 모이는 건물은 따로 있다. 성전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다. 전세계에 100곳을 조금 넘는 정도이다. 내가 사는 곳에 이웃한 메사(Mesa)라는 도시는 몰몬교인들 공동체의 이주로 시작된 도시이다. 지금도 많은 몰몬교인들이 있어 유타주를 제외한 곳에서는 가장 큰 몰몬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애리조나주는 미국에서 몰몬교인들이 유타주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곳이다.) 메사에서 몰몬교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몰몬교에서도 메사가 중요한 지역이니만큼, 1927년에 이곳에 성전이 건립되어 종교 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 몰몬 성전 중 7번째 곳이다. 이번에 알게 된 건데, 우리나라에도 이미 1985년에 37째 성전이 서울 신촌에 건립되었다. 다음에 가 봐야지.
 
많은 방문자들이 오는 이곳에 교회는 안내소(visiting center)를 설치해 놓았는데, 사실상 손님들에게 교리를 설명하는 선교 시설이다. 뭐, 나의 방문 목적에는 적합한 곳이다. 그들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므로. 들어가니 봉사하고 있는 몰몬교인들이 반가이 맞아준다. [몰몬교인들은 2년씩 의무적으로 선교 봉사 활동을 한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미국 선교사들은 다 그렇게 선교 복무를 하고 있는 이들이다.] 안내소 중앙 현관에는 커다란 예수상이 서 있다. 한국사람이라고 하니 안내인이 한국어 방송이 준비되어 있다고 틀어준다.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혔다는 예수님의 음성이 한국인 성우의 목소리로 홀에 울려퍼진다. 안내소 뒤쪽 공간에는 회장단의 인사말을 들을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 마련되어 있다. 이 인사말도 한국어를 포함해서 각국의 언어로 들을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마련되어 있다.
뒤쪽 전시 공간에는 각국 언어로 번역된 몰몬경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왼쪽 위에 한글로 번역된 몰몬경이 있다. 언젠가 학교에서 선교사들에게 얻어 서울 집에 한 권 갖고 있는 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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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는 이 종교에서 관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공부해서 정리할 생각이다. 약간의 언급만 해 두자면, 이 교회가 유럽 이외의 민족에 대한 복음을 교리의 중심 주제로 갖고 있으며, “가족” 개념을 지극히 중요시하면서 조상들의 대리 침례의식(그리고 “족보” 찾기)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 등에 대해 공부해서 정리해놓고 싶다.
다만 이 글에서는 한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에, 여기 '기독교 세계'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게 이상할 정도로, 몰몬교는 “이단”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미국 다수 교단의 상위 10위 안에 드는 교인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어느새 미국 주류 사회에 편입되어 있다. 몰몬 교단이 일부다처제를 공식적으로 부정한 것은 그들이 미국 주류에 편입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미국에서 물몬교는 여러 교단(denomination)들 중 하나이다. 미국의 기독교 범주는 이미 우리 것과는 다른 것이다. 종교학은 (가끔 그런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정통과 이단이 무엇인지를 가리는 학문이 아니다. 정통과 이단은 교회 내에서나 이야기할 수 있지, 신학적 배경을 벗어나서는 전혀 운위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정통과 이단에 대한 학문적 정의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이 무엇을 정통과 이단으로 인식하는가에 대한 관찰은 중요한데, 그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정통은 쪽수다”라는 명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단순한 쪽수가 아니라 정치적 세력이나 사회적 표준에 대한 편입 정도가 고려되겠지만 쪽수에 묻어가는 특성들이다. 미국에서 몰몬교는 주류 교단의 하나이고, 제칠일안식교는 주류에 가까이 위치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칠일안식교는 주류에 가까이 위치하지만 몰몬 교회에 대해서는 이단이라는 딱지를 쉽게 붙이곤 한다. 몰몬 교회가 제3의 성경을 갖고 있다는 교리적 문제가 핵심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쪽수와 세력의 문제가 핵심이다. 지금은 기성 교단의 하나이지만, 1980년대만 해도 순복음 교회에 대한 이단 시비가 무성했다는 것을 상기할 것.


(교회에 전시된 각국의 크리스마스 장식이라고 전시된 것들 중 중국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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