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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돌아다니다가

Mission in the Sun

by 방가房家 2023. 5. 24.

애리조나 남쪽 투산 북쪽 교외에 작고 예쁜 예배소가 있다. "미션 인 더 선"(Mission in the Sun)이라는 곳이다. 그라지아(De Grazia)라는, 애리조나에서는 가장 이름난 예술가가 자신의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평생을 바쳐 만들고 가꾼 곳이다. 예배당 옆에는 그의 갤러리가 있다.

실용적 측면이나 종교 행사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이 예배당은 상당히 예쁘다. 선인장들로 둘러싸인 곳에 진흙으로 빚어만든 작은 건물이 서 있다. 건물의 외관상 특징은 토착적인 아도브(adobe) 양식을 취하고 있다.

작은 나무문으로 내부가 엿보인다. 문을 장식하고 있는 꽃들은 양철을 잘라 만들어붙인 것들이다.
내부 공간. 현관에 어둡고 작은 기도실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지금 보이는 것이 내부의 거의다이다. 전면에 성모 그림이 있고, 작은 나무의자가 두줄로 다섯개씩, 열개 놓여져 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곳에 있는 건물답게, 천장 중간은 열려있다. 햇빛이 내부를 밝혀주고 있다. 다만 여름에는 다소 덥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한쪽 벽면에 쓰여 있듯이, 이 예배당은 과달루페의 성모에게 봉헌된 것이다. 멕시코에서 열심히 숭배되는 성모를 모신데서 이 지역 히스패닉 가톨릭의 정서가 물씬 풍겨난다.
전면의 성모 그림은 전형적인 과달루페 성모 도상은 아니고, 작가 그루지아의 예술적인 해석을 통해 그려져 있다. 벽면의 그림들과 동일한, 약간은 단순화되면서도 눈길을 끄는 스타일로 그려진 성모이다. 그림 양옆에는 초, 십자가, 조상, 사진, 꽃과 같은 잡다한 신앙물들이 빼곡히 들어서있다. 시간상 각각의 물건들에 어떤 사연들이 담겨있는지는 속속들이 보지 못했다.


양쪽 벽면에는 천사, 신도들, 정체모를 새, 꽃 등이 그려져 있다. 정확하게 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루지아의 그림에는 히스패닉의 분위기 외에도 북미원주민의 미술 양식까지 녹아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 그림들은 이 지역의 토착화된 가톨릭의 모습을 대표하는 명작이라고 생각된다. 파란 셀룰로이드로 바른 창문, 깡통으로 만든 꽃들, 그리고 소박한 양식의 그림들이 조합되어 있는 예배당 옆면은, 그러나 결코 조잡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미션 인 더 선"은 예술적으로 승화된 모습으로 이 지역 토착화된 가톨릭 신앙을 한 눈에 시각적으로 드러내어주는, 애리조나 남부에서 추천할만한 종교 답사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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