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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발제

세계 종교 담론이라는 희망(?)

by 방가房家 2023. 5. 16.

마쓰자와(Tomoko Masuzawa)의 <<The Invention of World Religions>>(세계 종교의 창안)을 읽기 시작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갖는 포부(?)는 다음과 같다.

 


미국 대학 종교학과의 교양 수업에서 세계 종교 수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미국에서 세계 종교 수업은 명실 공히 종교학의 밥줄로 기능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미국으로 오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종교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고, 그래서 어느 대학이나 세계 종교에 대한 강의를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그리고 그러한 기본적인 수요가 종교학자의 존재 근거가 된다. 일반 대학은 물론이고 조그만 커뮤니티 칼리지들까지도 세계 종교 강의를 제공하기 때문에, 종교학으로 학위 받고 나서도 직장 구할 곳이 이곳저곳 없지 않다. 대학원에서도 졸업자가 세계 종교 강의를 할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을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 그에 대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킨다.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세계 종교 수업을 밑천으로 종교학의 큰 판을 벌이는 것에서 미국 대학의 상황이 잘 나타난다. 마쓰자와가 말하는 종교다원주의 담론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마쓰자와는 말한다.
미국 대학가에 퍼져 있는 자유 시장과 기업가적인 분위기에서, 세계 종교 강의들에 계속해서 많은 수강인원이 들어찬다는 사실만으로도 종교학과에서 그 쪽에 예산과 자리를 계속 배정하는데 가장 강력한 논증이 되어왔다.(9)

대학가의 자본주의화 열풍은 철학과 문학을 메마르게 하
지만, 종교학은 오히려 거기서 이득을 볼 수도 있다. 종교에 대한 지식이 지구화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상식으로 자리매김한다면 말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교과목에서 세계 종교 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 학부 교양에서 인기를 끈다는 점에서는 미국과 양상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인기의 주축들은 다르다. 문화에 대한 관심에 종교를 결합해서 개발한 과목들이 많다. 세계 종교 강의는 오히려 주변적인데 이것은 우리나라에 종교다원주의 담론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종교학과가 없는 일반 대학에는 종교에 대한 강의가 부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 설명될 수 있다. 종교는 기독교와 관련된다는 생각, 혹은 종교는 세속 학문이 다룰 것이 아니라는 생각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것들이 옛 담론들의 잔류인지, 담론 변환의 순간은 언제인지 등에 대한 생각은 앞으로 해 갈 수 있겠다.
캠퍼스 강의로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해도, 세계 종교와 그를 지탱하는 다원주의 담론은 우리 사회에 많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원복의 <<신의 나라 인간 나라>>가 좋은 예이다. 책에 대한 광고가 담론을 잘 요약하고 있다:
“세계 정신 문화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원복 교수가 들려주는 아주 명쾌한 세계 종교 이야기! 왜 지구촌은 테러와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까? 세계의 종교 속에 숨겨진 문명 충돌과 갈등의 뿌리를 밝힌다!! 지구촌이라는 틀 속에 다양한 문화권이 대립하면서 타문화에 대한 배척과 몰이해, 그리고 국가 간의 갈등을 낳고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이슬람과 기독교 문명의 대립에서부터 최근 미국에서 9ㆍ11 테러 사건까지 크고 작은 민족 간의 분쟁이 이를 말해준다. 이러한 문명 충돌과 이민족의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 근저가 되는 문화의 뿌리를 알 필요가 있다.”

이 담론의 확산을 어떤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그것이 형성된 담론이기 때문에 나쁘다는 것은 매우 평면적인 비판이다. 그것이 정말 나쁜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책을 읽으며 고민하고 싶다. 한시간에 한 종교 전통을 겉할기식으로 소개하는 피상적인 강의에 대한 고민은 그 다음 단계에서 실천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마쓰자와가 책을 통해서 그런 고민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나는 우리 사회에서 종교다원주의 담론이 앞으로 확대되어서, 종교에 대한 앎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일반대학에서 종교에 대한 학문적인 인식을 가르치는 과목이 일반 교양 강좌로 다 개설되고, 그리하여 내 앞길이 뚫릴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기대하는 사람이다. 그런 나이기에 세계 종교 담론을 비평하는 이 책에 대한 나의 독서는 여러 감정과 입장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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