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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320

물질성과 윤리적 행위지원성에 대한 입장들 기독교 인류학(Anthropology of Christianity)라는 영역의 주요 학자인 웹 킨(Webb Keane)의 논문 “Rotting Body: The Clash of Stances toward Materiality and Its Ethical Affordances”의 요약. 웹 킨은 인도네시아 개신교 선교에서 나타난 페티시즘 담론에 대한 저서를 쓴 바 있다. 그 이후로도 물질성이라는 주제를 꾸준히 천착하고 있다. 이 글은 정교회 유골 숭배를 다룬 연구들을 통해 물질성을 둘러싼 논쟁을 검토하고 있다. 물질적 경험을 기반으로 한 대중적 신앙의 우주론, 윤리적 성격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용어를 현란하게 사용하는 스타일인데, 그 중에서 주목할만한 대목은 ‘행위 지원성’(affordance)을 물질적.. 2023. 5. 14.
프로이트, "종교 경험" 영어로 “종교 경험”(A religious experience)라는 제목이 달린 프로이트의 짧은 글. 한글로 번역이 되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한 미국 외과의사의 편지에 대한 프로이트의 반응이 주된 내용이다. 외과의사의 사연은 다음과 같다. “어느 오후 해부실을 지나가고 있을 때 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해부대에 운반되어 온 온화한 얼굴의 사랑스러운 부인이었습니다. 온화한 얼굴의 부인이 너무나 뇌리에 남아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없어. 하느님이 있다면 사랑스러운 노부인이 해부대에 놓이도록 하지 않았을 거야.’ 그날 오후 집에 왔을 때 해부실에서 본 장면에서 받은 느낌 때문에 나는 교회 가기를 그만두었습니다. 전에는 기독교 교리가 마음속에서 의심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나.. 2023. 5. 13.
'종교와 대중문화' 연구 흐름 Eric Michael Mazur, “대화와 고백들”, 종교와 대중문화 연구에 대한 안내서에 실린 글로, 대중문화와 종교의 상관성 연구가 언제 어떤 분위기에서 어떤 사람들에 의해 시작되고 주도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이 글에서는 미국의 1960년대 세대가 상당히 강조된다. 대중문화에 대한 종교계의 반감과 경계가 전환된 계기가 마련된 시점이라는 것. 대중문화-종교의 연구는 굉장히 미국적이라는 느낌이 확 오는 글이기도 하다. 아래에 정리하지는 않았지만 글 말미에서는 세계화를 언급하면서 대중문화를 통해 세계의 종교적 감수성이 만나고 동질화되는 양상을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글은(혹은 이 글이 반영하는 연구 동향은) 미국이라는 안방에 앉아 이민자들을 통해 '세계'를 경험하는 것에 안주하는 분위기를 풍긴다. .. 2023. 5. 12.
스미스 선생의 종교학 교육 최근 출판된 책 서문에서 자신의 학부 수업 준비에 대해 간결하게 소개한다. 짧지만 인상적인 조언이 많은 글이다. 1. 강의실 가는 길은 험하다.스미스의 특징은 사람 기를 죽이며 글을 시작하는 것. 30년 넘게 강의해 오면서도, 스미스 선생은 첫 강의 전날엔 밤을 설친다. 자다 일어나 강의안을 새로 고쳐 쓰느라고. 숙련된 교수에게의 강의 준비는 역시 힘든 것이라고 강조하는데, 주된 이유는 교과 내용이 새로운 환경 아래 매번 새롭게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강의한 경험을 기록해 축적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2. 강의를 한정 짓는 여러 요인들이 있다. 대학과 학과 운영이라든지 수강생 수와 같은 것. 강의 준비 요소로 중요한 것으로는 시간(한 시간 강의 준비를 위해서는 서너 시간이 소요), 강의 노트 사용(.. 2023. 5. 12.
기억, 이미지 최근에 기억력이 놀라울 정도로 감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게 중요하고 가까이 존재하는 고유명사들이 떠오르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 500기가 HDD를 쓰다가 120기가 SDD로 갈아탄 느낌이랄까. 나이가 들어서일까, 전신마취 수술을 한 적이 있어서일까, 여러 의문이 들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인터넷이라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검색 덕분에 꼭 기억해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사라진 이후로 머리가 급격히 나빠진 느낌이지만, 그건 사실 머리가 다른 데 쓰이고 있는 거라고 자위하는 중이다. “기억”을 집필한 스티클러는 이런 사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기억을 외부의 사물에 심으며 살아왔다. 문화의 발전과 계승은 외부의 기.. 2023. 5. 12.
개 같은 종교기원론 찰스 다윈의 저서에서 종교 기원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어 정리한다. 다음 책의 “인간과 열등한 동물의 지적 능력의 비교”라는 장의 종교(Belief in God-Religion)라는 소절의 내용이다. Charles Darwin, (New York: D. Appleton and company, 1882[1871]), 93-96. 1. 시작 부분. 기독교적 관념의 종교가 존재 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 많다는, 당시의 흔한 이야기로 운을 뗀다. 인간이 전능하신 하느님의 존재라는 고매한 믿음을 원주민 상태에서 부여받았다는 증거는 없다. 이와 반대로 신이나 신들에 대한 관념이 없으며,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표현하는 단어가 언어에 없는 많은 민족들이 존재했고 여전히 존재한다는 증거는 많이 있다. 2. 그러.. 2023. 5. 11.
인간과 동물 관계에 대한 근대의 입장 오랜만에 올리는 글인데, 종교와는 직접 상관은 없다. ‘종교와 동물’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준비하는 일환으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를 공부하게 되었다. 다음은 서양 근대 형성과정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역사적 배경을 개괄한 글에 대한 나의 발제문이다. 다음 책의 내용을 요약한 것. Adrian Franklin, "'Good to think with': Theories of human-animal relations in modernity", (1999), 9-33. ‘좋은 생각거리’: 인간과 동물 관계에 대한 근대성 내의 이론들 구조주의 인류학자들의 연구에서는 동물에 대한 이론화와 분류체계가 사회적 사유를 의미하거나 코드화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2023. 5. 11.
신정론에 관한 노트 신정론(神正論, theodicy)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기 위해서 다음 글을 읽고 설명하는 기회가 있었다. 장석만, “착한 사람이 왜 고통을 받아야 하나”, , 294-303. 요약하면서 살을 약간 붙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결론부터 먼저 이야기하면, 신정론은 다음 조건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을 때 생기는 문제이다.(302) 준이 엄마의 대사(밀양)에 함축된 내용이다. “만일 하느님이 계시다면, 하느님의 사랑이 그렇게 크시다면, 왜 우리 준이를 그렇게 내버려 두셨나요?” 1) 신은 전지전능하다. 기독교는 완전한 능력을 가진 신에 대한 믿음이다. 만일 신의 능력이 부실해서 악의 발생을 어쩌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떨까? 조로아스터교, 마니교가 그런 경우다. 그 전통에서는 세상이 선신과 악신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 2023. 5. 11.
뒤르켐 <기본 형태> 1권 1장 메모 뒤르케임 책에서 종교 정의에 관한 부분. Émile Durkheim, Karen E. Fields (tr.), The Elementary Forms of Religious Life (New York: Free Press, 1995); 에밀 뒤르케임, 노치준 & 민혜숙 옮김, (민영사, 1992), 1권 1장. 1권 1장. 종교현상과 종교에 대한 정의 종교 연구에 앞서 종교 정의를 제시하는 것, 현재 연구에서는 상식화된 것이지만 그런 작업을 제대로 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뒤르케임은 당시 종교학자들이 정의의 문제에 엄밀하지 못했음을 비판하고 하나의 본을 보인다. 그의 종교 정의 작업은 종교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들을 검토하는 데서 시작한다. Ⅰ. 종교는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다 Ⅰ-1. 그가 .. 2023. 5. 11.
뒤르켐 <기본 형태> 서론 메모 다음 책을 다시 읽으면서 남긴 메모이다. 본문의 숫자는 다음 책의 쪽수를 가리킴. Émile Durkheim, Karen E. Fields (tr.), The Elementary Forms of Religious Life (New York: Free Press, 1995); 에밀 뒤르케임, 노치준 & 민혜숙 옮김, (민영사, 1992), 서론. 서론 Ⅰ-1. 감동적인 처음 두 페이지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책을 통해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단순하고simple 원시적인primitive 종교를 연구하여 그 원리principle를 발견하고 설명explain하고자 한다.”(1/21) 일단 ‘원시적인primitive’과 ‘단순한simple’이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이른바 원시성에 대한 저자의 태도가 간명.. 2023. 5. 11.
세계종교 교과서를 분석하면서 "Religion/s between Covers: Dilemmas of the World Religious Textbook," 31-1&2 (2005), 1-3. 세계종교 교재들을 분석하는 패널이 2003년 미국종교학회에서 열렸고, 위의 글은 그 결과를 정리하여 2005년에 발표한 글이다. 이 리뷰는 각 전통별로 세계종교 교과서를 분석하여 분량이 꽤 되는데, 그 중에서 서론에 해당하는 글만 간단히 정리하였다. 1. 분석 대상이 된 세계종교 교과서들. 세계종교 교과서는 수십 종이 넘는다. 그 중에서도 어떤 책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지 대충 아는 것만으로도 분석에 큰 도움이 된다. 이 리뷰에서는 다음 15종의 교과서를 주 대상으로 삼았다. (이 교과서들의 특징 중 하나가 판올림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교재로.. 2023. 5. 11.
캡스의 종교학사, 서문 월터 캡스의 종교학사 은 다소 딱딱하지만 저자의 내공이 잔뜩 실린 육중한 책이다. 우리말 번역본은 (까치, 1995)이다. 번역이 안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쉬운 점은 많다. 처음부터 눈에 들어오는 예를 하나 들면, 캡스는 종교학을 하나의 학문 분과로서 확립하고자 하는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책을 집필했는데, 번역본에서는 그 문제의식이 다소 뭉개진다. 저자의 의도는 책 제목에 “학과의 형성The Making of a Discipline”이라는 부제를 달아놓은 데서 잘 나타난다. 반면에 번역본 제목 은 무슨 의도인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번역자들은 ‘담론’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본문에서 담론discourse은 ‘담화’로 옮겨진다.) 첫 문단에 등장하는 핵심 어휘 ‘학문 분과intellectu.. 2023. 5. 11.
니담의 <원시분류체계> 서문 불현듯 생각나는 대목이 있어서 10년 전의 발제문을 찾아 싣는다. 이 글은 미국 인류학자 로드니 니담Rodney Needham이 뒤르케임과 모스의 1901년 논문을 1963년에 라는 제목으로 영역할 때 붙였던 역자서문의 요약이다. 일반적인 역자서문과 달리 이 서문은 중요한 글로 취급된다. 이 글에서 다루어지는 것은 두 가지, 원서의 문제점과 가치이다. 이 두 내용에 대해서 더 이상 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옛날에 이 글을 읽을 때는 왜 자기가 번역한 책에 대해서 악의에 찬 사람 마냥 수십쪽에 걸쳐 이런저런 비판을 하였는지 의아했다. 지나고 보니 그 비판이 텍스트에 대한 진정한 애정과, 그 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한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100년이 지.. 2023. 5. 11.
레비스트로스, 무문자 민족들을 다루는 비교 종교학 *레비스트로스의 2권(원서: 1976년, 영역: 1983년)의 5장(Comparative Religions of Nonliterate Peoples)을 발제한 것. 이 짧은 글은 자신인 진행한 대학원 수업 내용을 정리하고 의의를 평가한 내용이다. 수업에 관한 내용이라 억지로 실라부스 형태로 정리해본 발제문이다. 대학자가 어떤 식으로 연구를 하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은 재미가 있다. 레비스트로스가 이 수업을 통해서 신화에 대한 중요한 학문적 성과들을 쌓아올렸고 그의 관심 주제들이 어떤 식으로 발전했는지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수업을 통해서 학문적 생산력을 확보하는 모범적인 사례라고도 할 수 있는 내용이다. 강좌명: “무문자 민족들을 다루는 비교 종교학Comparative Religions of Non.. 2023. 5. 11.
키펜베르그, 애정 깃든 종교학사 한 교수님이 종교현상학 강의에서 하시던 말씀이 항상 생각난다. 종교학은 백년이 지난 학문이지만 개념이나 이론의 전승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막스 뮐러나 틸레로부터 시작해서 숱한 학자들의 이름을 종교학사를 통해서 듣게 되지만, 우리가 배우는 것은 ‘폐기된 이론들’이다. 사회학에서 맑스, 베버, 뒤르케임의 고전 논의들을 이론 생성의 자양으로 삼아 발달시키는 것과 달리, 뮐러, 타일러, 매럿, 프로이트 등의 이론들은 종교의 기원을 설명하던 한때의 유행일 뿐 지금의 자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것은 최근에 엘리아데 이론을 어떻게 계승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그리 산뜻하지 않은 데서도 지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키펜베르크(Hans G... 2023.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