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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320

책: 고아에서 일어난 힌두교와 가톨릭의 만남 지난 달에 책 한 권의 내용 정리하고 평가한 발표를 했다. 알렉산더 헨(Alexander Henn)의 『고아에서 일어난 힌두교와 가톨릭의 만남: 종교, 식민주의, 근대성』(2014)이라는 책. 아래 첨부한 PPT파일이 발표 내용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도저히 발표 내용을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최근에 쓴 글 중 관련된 내용을 그 아래 실었다. Alexander Henn, (Bloomington: Indiana University Press, 2014). 이 책은 동서 종교가 만나는 혼합의 흥미로운 사례를 세밀하게 연구한 동시에, 혼합현상에 대해 이론적으로 주목할 만한 주장들을 제시하고 있다. 인도 고아지역은 포르투갈 항해사 바스쿠 다 가마가 진출한 1510년부터 꽤 최근인 1961년까지 여러 정치적 변화에도.. 2023. 5. 18.
새 책,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책 광고: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들녘, 2016).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서 이번에 펴낸 종교 입문서. 내 글도 한 편 실려 있다. 원래 “종교 다시 읽기” 시리즈의 3번째 책으로 기획되었는데 몇 년간 원고 상태로 있다가 이번에 새 출판사를 만나 ‘청년을 위한 종교인문학 특강’이라는 그럴듯한 부제를 붙인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무거운 주제와 묘한 조화를 이루는 '-입니다' 문체!) 내 글의 경우에는 원고가 몇 년 지난 바람에(그렇다고 이번에 크게 수정도 안 한 바람에) 시사적인 이슈를 다루는 글치고는 신선도가 떨어져 개인적으로 애정이 식은 책이다. 그러나 책을 훑어보니 재미있고 좋은 글들도 눈에 많이 띈다. 내 개인적으로는 순례, 종교인의 뇌, 종교문화의 상품화, 채식주의, 동물, 수혈을 다룬 글이 .. 2023. 5. 18.
윌슨의 진화한 뒤르케임주의 데이비드 윌슨, , 이철우 옮김 (아카넷, 2004). 이번 주에 에드워드 윌슨의 책을 봐야 하는데, 그 김에 책장에 꽂혀 있던 이 책부터 먼저 읽었다. 그런데 책을 다 볼 때쯤에야 깨닫게 되었다. 아, 이 윌슨이 그 윌슨이 아니구나... 이 분야에서 내 무식함을 절감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떠나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1. 진화론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종교이론은 어떻게 재설정될 수 있을까? 어떤 새로운 이론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기대는 솔직히 김이 빠진다. 그의 주장은 결국은 상식적인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김빠짐이 이 책의 미덕과 연결된다. 2. 데이비드 윌슨은 매우 성실하게 종교 연구들을 검토하였다는 점에서 종교를 논하는 다른 진화생물학자들보다 탁월하다고 생각된다. 검토.. 2023. 5. 17.
친절하고, 멋대로 쓰지 않고, 현재 연구의 추세도 놓치지 않는 개론서 이번에 강의 교재로 이 책을 읽었는데 전과는 꽤 다른 인상을 받았다. 이전 판본(일곱 이론)을 읽을 땐 새로운 정보를 찾는 대학원생의 입장이었고, 그냥 밋밋한 개론서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개정판(여덟 이론)을 번역본으로 읽은 것인데, 책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학자들의 이론체계 전반의 그림을 보이는 것, 요약하되 핵심이 빠지지 않도록 어떤 부분에서는 상세히 설명하는 것, 해당 학자의 언어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것. 나로서는 할 수 없는 그러한 일들을 이 책은 하고 있다. 예컨대 엘리아데의 방대한 사유를 주저서와 함께 수십 페이지 안에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막스 베버는 또 어떤가? 이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해당 학자와 관련된 최.. 2023. 5. 17.
인간 중심적 의료: 종교와 의미 종교를 통한 인간 이해가 의료 행위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 다음 글은 이런 문제에 대해 꽤 잘 정리되어 있다. 필요한 내용이라 일부를 번역하였다. 글에서는 다음 세 항목에 걸쳐 서술한다. (1)의미의 원천으로서의 종교 (2)가치의 원천이자 틀로서의 종교 (3)인간 다양성 평가에서 중요한 맥락으로서의 종교. 아래는 이 중에서 첫 번째 항목의 번역이다. “Toward a Person-centered Medicine: Religious Studies in the Medical Curriculum,” 70-9 (1995), 807-8. (1) 종교와 의미 병은 몸이 아니라 사람에게 닥친다. 그러므로 병의 의미는 생물학적으로biologically 뿐 아니라 일생사적으로biographically 이해되어야 한다... 2023. 5. 17.
위도 10도, 전쟁 속에 종교가 스며들어 있는 곳 얼마 전 참석한 행사 때문에 읽은 . 이 책은 종교분야 화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간의 관심이 많은 종교분쟁 분야에서 중요하면서도 신선한, 그러면서 우리나라에는 잘 소개되지 않은 종류의 정보를 담은 책이다. 그런 책이 출간된 지 1년 만에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왔다. 이 빠른 번역을 보면서 드디어 출판계의 자본력이 종교에 대한 관심에 민감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는 이상한 흥분마저 들었다.(사실 도킨스 류의 책들의 빠른 번역에서 자본의 냄새가 먼저 느껴졌던 게 사실이지만 그쪽은 내 관심 분야가 아니다보니...) 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하나의 미덕에만 집중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그것은 책에 담긴 알토란같은 증언들이다. 책의 인터뷰 대상에는 이 분쟁에서 상당히 거물급,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2023. 5. 17.
생생한 불교 소개서 종교 연구에서 선입관을 바로잡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 자체가 연구의 목적인 경우도 많다. 이번에 번역된 베르나르 포르의 책은 바로 이러한 목적에 충실한 개론서이다. 불교에 대해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에 대해 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내가 느끼기에 이 책의 내용은 매우 시원하다. 전공자들에게는 불편하고 다소 과격하거나 편향적이라고 느껴질 내용들도 분명 있지만, 내 취향에는 딱 맞는다. 이 산뜻한 책을 정확하고도 잘 읽히게 옮겨준 번역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불교란 무엇이 아닌가 - 베르나르 포르 지음, 김수정 옮김/그린비 책에서 다루는 선입관들은 23개로 다양한데, 그 안에서 어느 정도 반복되는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주된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교를 순수한 사유체계로 증류해서.. 2023. 5. 17.
2011년 종교 분야 서적들 중에서 올해 나온 종교 분야 서적들을 일별할 일이 있어 이런 저런 책들을 살펴보았는데, 이 작업을 하면서 배운 점들이 꽤 많았다. 난 원래 종교 분야 책들은 내용이 뻔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시도들과 내가 알지 못했던 고수들의 훌륭한 작품들이 왕성하게 생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기회가 되어 구경한 책들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남겨 놓는다.(나는 종교 분야 책 중에서도 주로 기독교 관련 서적들 일부를 살펴보았다.) 우선 주의할 점을 먼저 말하면, 나는 이 책들을 일독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씩 만져보고 감각적으로 느낀 점을 말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밑에 쓴 것은 책에 대한 '평'이 아니라 '기대'일 뿐이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책들이기는 하지만, .. 2023. 5. 17.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종교학입니다 오래 전에 작업했던 번역 원고가 여러 선생님들의 수고 끝에 출판되었다.(출판이 물 건너갔다고 생각해서 원고의 일부를 블로그에 올려놓기도 했다: 빈 무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수년 전에 하청 받아 작업해놓았을 뿐 이번에 책으로 나올 때 신경도 쓰지 못하였는데, 내 이름이 번역자로 올라가 있어 나도 놀랐다. 번역자가 여러 명이고, 내가 번역한 분량은 4분의 1정도이고 끝까지 책임진 것도 아닌데 어부지리로 공역자가 되었다. 송구스럽다. 대놓고 할 소리는 아니지만, 전에는 하청 받은 원고만 번역했기 때문에 나도 출판된 책을 받아보고서야 책 전체를 처음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또 대놓고 할 소리는 아니지만, 출판된 책을 보니까 이 책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상당히 좋은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역시 내가 .. 2023. 5. 17.
괴테의 이파리, 벤야민과 엘리아데의 현상학 조너선 스미스가 엘리아데의 "종교형태론"에 붙이는 주석에서 괴테의 식물 형태론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을 때 좀 황당했다.(의 2장을 참고할 것) 처음 듣는 괴테의 식물학 책도 신기했거니와 엘리아데가 직접 언급도 하지 않은 책을 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이론으로 제시한 것도 낯설었다. 그런데 괴테의 이파리 이야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다른 사상가를 만나게 되면서 그 이야기가 조금 덜 낯설게 되었다. 그 사상가는 발터 벤야민이다. 그가 받아들인 괴테를 통해서 엘리아데가 받아들인 괴테를 좀 더 이해할 기회를 얻었다. 더 나아가 ‘현상학’이라는 전통에 대해서도 전보다 이해하게 되었다. 엘리아데(조너선 스미스가 이해한 엘리아데를 말함. 이하 마찬가지)와 매우 비슷하게도, 벤야민에게 괴테가 영향을 미친 부분.. 2023. 5. 17.
의례와 더불어 보는 동학‘들’의 세계 최근에 동학에 관련된 읽을 만한 책들이 부쩍 늘었다. 우선 사회적으로 동학에 대한 관심을 일으킨 김용옥의 (통나무, 2004)이 있고, 김용옥에 의해 소개된 표영삼의 꼼꼼한 역사 서술 (통나무, 2004, 2005)가 있다. 김용휘의 (책세상, 2007)도 깔끔하게 정련된 논의를 담고 있다. 동학의 테오프락시 많은 수는 아니라 할지라도 괜찮은 연구자들이 신구의 조화를 이루며 성과를 내고 있는 이 영역에 종교학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최종성의 (민속원, 2009). 사실 2000년대 중반의 동학 사상에 대한 관심이 일기 이전만 해도 동학은 ‘종교사상’보다는 ‘혁명’으로서 관심을 받았다. 한때 동학이라는 종교적 명칭보다는 갑오농민전쟁이라는 사회운동으로서의 명칭이 선호되기도 했.. 2023. 5. 17.
낭만적인 신화 이해에 재 뿌리는 새로운 신화학 논의 이번에 쓴 신화학 책들에 대한 서평 중에서 에 해당되는 부분을 요약 수정하여 써야 했던 글. 잘 쓰지 못한 글을 요약하는 심정은 참 답답하지만, 이미 이 서평을 쓰기로 할 때부터 생긴 업보로 생각하고 눈감고 이번까지는 감당하기로 했다. 원래 글이 다른 책과 묶어서 논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 책 자체에 대한 적절한 소개를 담지는 못한 것 같다. 책의 풍성함을 맛보게 하기보다는 광고 문안처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정도의 책소개... 신화 이론화하기 - 브루스 링컨, 김윤성 외/이학사 신화의 낭만주의적 이해에 재 뿌리는 신화학 논의 - 링컨의 의 출간을 축하하며 최근 대학가에서는 신화학 강의가 붐을 이루고 있고 일반 서점에서도 신화에 관련 책들이 연이어 출판되고 있다. 이러한 출판물의 대부분에는 신화가 모든 존.. 2023. 5. 17.
페이절스, <사탄의 탄생> 일레인 페이절스(Elaine Pagels)의 (루비박스, 2006). 좋은 책이고, 번역도 좋다. 영지주의 문헌들과 그 사회적 배경을 다루는 페이절스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주로 4복음서를 갖고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에 약간 지루할 수도 있다.(나는 그랬다) 하지만 페이절스처럼 이름난 저술가는 자신이 논의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잘 설명한다. 이 책의 서문은 책의 내용을 요약적으로 보여주면서, 그것이 기독교 전체의 맥락에서, 또 종교사의 맥락에서 어떤 문제를 다루는 것인지를 인상적으로 소개하는, 모범적인 서문이다. 이런 서문을 쓰는 능력이 부럽다. 상식적으로 기독교는 유일신을 섬기는 일원론적인 종교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선과 악의 대립을 강하게 전제하는 이원론적인 종교로 신앙된다. 간.. 2023. 5. 16.
일곱 큰 죄에 대한 책 하나 책에 대해 검토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 쓴 글.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다 보니 글의 본래 목적과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The Seven Deadly Sins (Paperback) Solomon Schimmel, The Seven Deadly Sins: Jewish, Christian, and Classical Reflections on Human Psychology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7). 1. 이 책의 제목은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직역에 가까운데, 그러한 번역의 문제를 잠시 지적하고 넘어가자. 이 번역에는 ‘죽음’이 대단히 강조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하듯이 ‘죽음에 이르는 죄’(deadly sins)는 중세.. 2023. 5. 16.
누미노제 경험으로 메소포타미아 종교를 기술하는 것 Thorkild Jacobsen, The Treasures of Darkness: A History of Mesopotamian Religion (New Heaven: Yale University Press, 1976), ch.1을 읽고 남긴 메모. 야콥슨은 오토가 이야기한 누미노제 경험을 전제하여 메소포타미아 종교를 서술한다. 기독교 구도를 따르는 이러한 서술 대신 다른 서술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는 종교는 세계 외적인 실재인 누미노제에 대한 반응으로 서술될 수 있다는 강력한 오토 테제가 전제로 주어진다. 물론 이 경험은 일상의 사물들을 통하여 표현되는데, 이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지시어 또는 은유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종교가 일상의 경험으로부터 구성된다고 서술하는 것과, 외적 .. 2023.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