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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메모

2011년 종교 분야 서적들 중에서

by 방가房家 2023. 5. 17.

올해 나온 종교 분야 서적들을 일별할 일이 있어 이런 저런 책들을 살펴보았는데, 이 작업을 하면서 배운 점들이 꽤 많았다. 난 원래 종교 분야 책들은 내용이 뻔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시도들과 내가 알지 못했던 고수들의 훌륭한 작품들이 왕성하게 생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기회가 되어 구경한 책들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남겨 놓는다.(나는 종교 분야 책 중에서도 주로 기독교 관련 서적들 일부를 살펴보았다.)
우선 주의할 점을 먼저 말하면, 나는 이 책들을 일독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씩 만져보고 감각적으로 느낀 점을 말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밑에 쓴 것은 책에 대한 '평'이 아니라 '기대'일 뿐이다.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책들이기는 하지만, 모두 다 사보지는 않을 것 같다. 알라딘의 보관함에 집어 넣은 것들도 몇 권 있지만, 나는 요즘 책 구매를 '당장 볼 것'으로만 제한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찌 될 지는 모른다. 다만 책 읽을 시간을 더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연구자의 삶은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

 

1. 비판적인 시선

반기독교적(혹은 비기독교적) 성향의 종교적 관심이 형성된 지는 꽤 되었다. 최근 책 중에서 내 눈길을 끈 것은 신앙의 시선이 아니라 일반인의 시선에서 합리적으로 기독교사 혹은 성서에 대한 이해를 서술한 책들이었다. 이전에 보았던, 반기독교적인 공격으로 점철된 책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비록 학문적 훈련을 받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학자에 별로 꿀리지 않는 탄탄한 논리로 구성된 책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최동훈이나 블루칼라와 같은 비기독교(반기독교라고 할 수는 없고) 저자들의 글에는 오랜 기간 맹목적인 기독교인들과의 논쟁을 통해 탄탄히 다져진 내공이 느껴진다. 그들은 종교에 대한 건강한 관심을 갖고 매우 읽을 만한 책을 만들어냈다. 내 생각에 기독교의 역사에 관한, 그리고 성서에 관한 객관적인 시각의 학문적 연구나 강의의 영역은 한국에서 매우 빈곤하다.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대부분 신학적인 것이다. 필요한 학문적인 설명이 결핍되어 있는 바로 이 영역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때론 거칠기는 하지만 바로 이런 저자들의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동훈, <구약의 하나님은 신약의 하나님이 아니다>(삼인, 2011)
  구약의 하나님은 신약의 하나님이 아니다 - 
최동훈 지음/삼인
블루칼라, <신 벗어던지기>(황소걸음, 2010)
  신 벗어던지기 - 
블루칼라 지음/미담사
 
종교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더 강렬하게 나타나는 책은 이미 꽤 알려진 김상구의 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한국 개신교계의 정치적이고 물질적인 성향에 대한 구체적인 르포이다. 나는 이런 책으로부터 안 좋은 쪽으로 만이긴 하지만 교회 사정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
김상구,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해피스토리, 2011)
  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 - 
김상구 지음/해피스토리
 
2. 기독교와 정치
방금 언급한 책은 기독교의 정치성을 폭로한다. 반면에 긍정적인 측면에서 기독교의 정치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책들이 눈길을 끈다. 클레어본의 책은 미국의 맥락에서 기독교가 어떠한 정치 문화를 생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상을 보여준다. 기독교가 어떠한 통치 원리를 제시할 수 있는지를 대통령이라는 예를 통해 보여주려는 재미있는 책이다. 
윤원근의 책은 더 진지하고 흥미로운 시도이다. 성서가 어떠한 민주주의 원리를 제공하는지를 탐구한, 많이 보지 못한 시도이다. 게다가 한국 사회의 맥락에서 고민된 것이기 때문에 더욱 진지한 느낌을 준다. 새로운 시도로서 괜찮은 느낌을 준다.
셰인 클레어본, 크리스 호, <대통령 예수>(살림출판사, 2010)
  대통령 예수 - 
셰인 클레어본.크리스 호 지음, 정성묵 옮김/살림
윤원근, <성서, 민주주의를 말하다>(살림출판사, 2011)
  성서, 민주주의를 말하다 - 
윤원근 지음/살림
 
앞서 한국 교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김세윤 등이 쓴 책은 기독교 학자들의 논문들을 통해 ‘복음=물질적 축복’이라는 한국 교회의 공식을 깨뜨린다는 점에서 유용한 책이다. 
김세윤 등, <탐욕의 복음을 버려라>(새물결플러스, 2011)
  탐욕의 복음을 버려라 - 
김세윤 외 지음, 김형원 옮김/새물결플러스
 
3. 예수론
예수에 대한 책은 참 많다. 좋은 예수론도 많다. 하지만 올해 나온 책 중에서도 흥미로운 예수 이야기들이 눈길을 끈다. 유명한 영화감독인 폴 버호벤이 몇 년 동안 신약학자들과 어울리더니 예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리했다. 감독의 관심은 예수 이야기를 어떻게 영상화하는가 일테이고, 이를 위해 충실히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그 내용이 가벼워 보이지 않아 흥미롭니다.
폴 버호벤, <예수의 역사적 초상>(영림카디널, 2010)
  예수의 역사적 초상 - 
폴 버호벤 지음, 송설희 옮김/영림카디널
김진 목사의 책은 오랜 고민과 성찰의 결과이다. 이것은 1번의 책들과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역시 한국 교회의 예수상에 대한 철저한 비판의 산물이라는 점은 공유된다. 고민의 깊이에서나 넓이에서나 대단한 공력이 들어간 좋은 작품을 만난 느낌이다.
김진, <통째로 예수 읽기>(왕의서재, 2011)
  통째로 예수 읽기 - 
김진 지음/왕의서재
성서에 대한 좋은 공부 재료도 눈에 띈다. 여기서 ‘문학’은 성서를 인간이 만든 텍스트로서 이해한다는 관점을 함축한 표현이다. 성서에 대한 학문적 성과가 우리나라에 제대로 소개되어 있지 않다는 말을 앞에서 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러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훌륭한 교재이다. 번역자도 그러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 두꺼운 교재를 혼자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성서에 대해 강의할 일은 없지만, 만일 수업 시간에 성서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면 이 책은 번역된 책 중에서는 교재 1순위로 고려할 만하다.
존 B 게이블 외, <문학으로의 성서>(이레서원, 2011)
  문학으로의 성서 - 
존 게이블 외 지음, 신우철 옮김/이레서원
 
4. 일상과 신학
추상적인 신학 논의를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풀어가는 시도들로 괜찮은 책들도 눈에 띈다. 백소영의 작업은 드라마 읽기를 통해 신학적 주제들을 재미있게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모든 게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드라마 읽기도 있는데, 중반 이후에는 연재에 힘이 부쳤는지 아쉬운 읽기들도 있다.
백소영, <드라마틱>(꿈꾸는터, 2011)
  드라마틱 - 
백소영 지음/꿈꾸는터
스피글의 책은 무척 재미있어 보인다. 종교철학자인 그는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철학적 주제들을 끄집어 내는데, 철학적 깊이에서나 일상에 대한 성찰에서나 그 힘이 느껴진다. 친근하면서도 깊은 글이어서 저자의 능력이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제임스 스피글, <풍선껌, 자전거, 도마뱀, 그리고 하나님>(살림출판사, 2011)
  풍선껌, 자전거, 도마뱀, 그리고 하나님 - 
제임스 스피글 지음, 강선규 옮김/살림
 
5. 이슬람
그 외에 이슬람에 대한 좋은 책들도 눈에 띈다. 공일주의 책은 우리나라에 부족한 정보들을 채워주는 책이고 엄일란의 착은 음식문화를 통해 이슬람에 다가가는 매우 효과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공일주, <이슬람의 수피즘과 수쿠크>(기독교문서선교회, 2011)

엄익란, <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만 먹는다>(한울, 2011)

  할랄, 신이 허락한 음식만 먹는다 - 
엄익란 지음/한울(한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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