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배움/발제

프로이트, "종교 경험"

by 방가房家 2023. 5. 13.

영어로 “종교 경험”(A religious experience)라는 제목이 달린 프로이트의 짧은 글. 한글로 번역이 되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한 미국 외과의사의 편지에 대한 프로이트의 반응이 주된 내용이다. 외과의사의 사연은 다음과 같다.

 
“어느 오후 해부실을 지나가고 있을 때 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해부대에 운반되어 온 온화한 얼굴의 사랑스러운 부인이었습니다. 온화한 얼굴의 부인이 너무나 뇌리에 남아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없어. 하느님이 있다면 사랑스러운 노부인이 해부대에 놓이도록 하지 않았을 거야.’ 그날 오후 집에 왔을 때 해부실에서 본 장면에서 받은 느낌 때문에 나는 교회 가기를 그만두었습니다. 전에는 기독교 교리가 마음속에서 의심의 대상이 되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나의 상식적인 반응이라면, 선량한 사람들이 고통 받는 세상에 대한 신정론적인 회의감 때문에 기독교와 멀어졌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렇게 해석하기엔 이 의사가 좀 오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남기는 한다. 이에 대한 프로이트의 해석은 그의 종교론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래도 놀랍다. 이 장면을 이렇게 연결하는 그의 능력은 대단하다. 그의 진단은 다음과 같다.
 

나체이거나 옷이 벗겨지는 시점이었을 그 여성의 사체의 모습은 그 젊은이에게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다. 그 모습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 나온 어머니에 대한 갈망을 일깨웠고, 이것은 즉시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으로 완성되었다. 그에게 ‘아버지’와 ‘하느님’ 관념은 아직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은 하느님 존재에 대한 의심으로 의식되었고 어머니 육체를 잘못 대하는 것에 대한 적개심이라는 이유의 관점에서 정당화되었다. 종교 영역으로 전이된 이 새로운 충동은 오이디푸스 상황의 반복에 불과하고 결론적으로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Freud_Religious_experience_1928.pdf
1.10MB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