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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320

선구적인 지식IN, 최남선 그의 발상은 기발하고, 동원되는 자료의 폭은 방대하고, 민족을 생각하는 스케일은 웅혼(雄渾)하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을 읽으면서 그가 당대에 혼자서 ‘지식IN’의 역할을 해내는 모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를 ‘지식IN’이라고 한 데에는 삐딱한 시선이 있는데, 그것은 그렇게 방대한 지식이 도대체 어디에 소용되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함께 들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본다면 최남선의 지적 유산은 종교 ‘이론’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민족주의 종교 ‘담론’에 관한 것이다. 비록 그의 종교 담론을 구성하는 종교적 지식은 당대의 최신 종교 이론들을 활용하여 생산된 것이긴 하지만. 지금도 활발히 생산되고 있는, 한민족을 주제로 한 장광설 안에서는 최남선 류의 주장을 쉽게 볼 수 있다.(물론 최남.. 2023. 5. 9.
이능화, <조선종교사> 이능화의 는 인쇄되어 출판된 자료가 아니다. 1937년 경 이능화가 강의한 내용을 누군가가(이능화 자신인지도 모르겠다) 정서(正書)한 노트로 전해지다가 영인된 것이다. 이런 류의 자료를 본 적이 별로 없는 나로서는 신기할 뿐이다. 이렇게 정갈한 필체로 책 전체를 써내려간 공력에, 그리고 그 내공에 압도된다. 그 책을 정서한 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공부하는 이’일 텐데,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서 공부하는 방식이 너무나 달라져서 ‘공부하는 이’의 육체적 단련의 종류와 질은 차이가 크다. 맨날 키보드나 두드리고 있는 나로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예인(藝人)이자 도인(道人)의 품모... 아래 그림이 이 책의 시작 부분이다. 이 책의 내용을 첨부파일로 올린다. 전체 71쪽의 분량이라 여기에 올릴만한 분량에 들어간다... 2023. 5. 9.
아카마츠와 아키바의 무속 연구 제도적인 관점에서, 또 국적을 불문한다면, 1927년부터 경성제국대학의 교수를 역임한 아카마츠 지조(赤松智城)는 한국 최초의 종교학자라고 할 수 있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문제가 된다면 빼도 상관없다. 내가 말하려는 바는, ‘서양 학문’인 종교학을 습득한 정도에 있어서나 한국의 종교 자료를 수집한 정도에 있어서나, 당시에 아카마츠 정도의 수준에 오른 학자는 없었으며 그 이후로도 한동안은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아카마츠는 아키바와 함께 한국 무속을 답사하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들의 자료수집은 일본 경관들을 대동하고 이루어졌는데, 그러한 자료 수집의 정황을 보여주는 사진이 있어 올려놓는다. 서울대학교박물관에서 펴낸 유리건판 사진전 책자 에서 스캔해놓은 것이다. 첫 번째 사진은 강원도 고성에서 굿하는.. 2023. 5. 9.
<Relating Religion> 12장: 차이를 만드는 차이 스미스의 타자에 대한 논문 3부작(11, 12, 13장) 중 하나이다. 이 세 편은 다른 시기에 쓰여졌으나 상호보완관계에 있어서 같이 읽으면 좋다. 내 생각엔 11장이 가장 깔끔한 편이고 종교 사례를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는 글이다. 12장에서는 여러 분야들을 전전하면서 타자는 ‘우리’와의 관계에 의해 설정되는 범주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생충학, 아메리카의 발견을 둘러싼 지리적 인식 등이 주요 논의 대상들이다. Jonathan Smith, , “12. What a Difference a Difference Makes” I. 기생충학의 타자성 학회 주제인 "To See Ourselves as Others See Us"는 번즈1)의 시에서 따온 것이다. 스크틀랜드 방언으로 쓰여진 그의 영시는 ‘영어에 가까운.. 2023. 5. 9.
<Relating Religion> 5장: 만나와 마나 이야기 이 글은 만나와 마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서에 나오는 음식 만나와 멜리네시아에서 보고된 종교적 개념 마나 사이에는 별 관계가 없다. 만나 이야기는 만나라는 음식 이름이 다양한 이야기 구조에 따라 어떻게 다양하게 쓰였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나 이야기는 인류학 보고에서 출현한 마나 개념이 어떻게 종교학의 이론적 논의를 주도하는 재료가 되었는지를, 특히 뒤르켐과 레비-스트로스의 작업을 통해서 살피는 이야기이다. 둘은 발음만 비슷하지 관련이 없다. 글 끝부분에서 꽤 멋있게 마름질을 하긴 했지만, 아무리 보아도 스미스 특유의 지적인 탐미주의에서 비롯된 글 구성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내가 글에서 찾아낸 만나와 마나 사이의 유일한 끈은 주35이다. 이 주에서 스미스는 뒤르켐 저작 영역본(Field의 것).. 2023. 5. 9.
<Relating Religion> 3장: 엘리아데의 형태론 2장에 이어 3장에서 조너선 스미스는 본격적으로 엘리아데의 을 꼼꼼하게 독서한다. 이처럼 치밀하게 엘리아데의 책을 디비 판 연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엘리아데 뒷조사 많이 하고 일기장 열심히 뒤진다고 좋은 엘리아데 연구가 나오는는 건 아니다. 이처럼 핵심 저작의 내적 논리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도식화해내는 작업이 정말 중요하다. 엘리아데에 대한 이런 작업은 정진홍 선생님의 에 실린 엘리아데 연구 이후 오랜만에 본다. 스미스의 엘리아데 독해는 결코 공감적인 독해가 아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엘리아데의 반대편에 서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스미스 자신의 관점에 입각한 독해이다. 조너선 스미스는 엘리아데의 모든 저서들을 꼼꼼히 읽은 것은 물론이고, 엘리아데 저서에서 사용된 방대한 자료들을 모두, 외국.. 2023. 5. 9.
<Relating Religion> 2장: 엘리아데 저술의 맥락 다음은 조너선 스미스의 의 2장에서 메모한 것이다. 이 책의 2, 3장은 엘리아데의 대표작 을 본격적으로 분석한 논문이다. 여기서 다루어진 엘리아데의 책은 우리나라에 두 종류의 번역이 나왔다. 불어판을 번역한 이재실의 (까치, 1993)과 영어판을 번역한 이은봉의 (한길사, 1996)이다. 제목이 영 딴판인 것은 아래에 잘 설명되어 있듯이 출판 과정의 우여곡절 때문이다. 불어판 제목인 “Traité d'histoire des religons”를 으로 옮긴 것은 틀린 것은 아니겠으나, 스미스의 의견을 참고한다면 ‘Traité’는 간단한 입문의 의미인 ‘개론’보다는 포괄성을 담고 있는 ‘론’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엘리아데는 본격적인 ‘종교사’를 서술하기 앞서 그에 대한 서설로서 형태론적인 접근을 .. 2023. 5. 9.
Comaroff,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II-7,8,9 7.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영약 근대 선교에서 의료 활동은 교육과 함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한국에 온 초기 선교사의 명단만 봐도 의료 선교사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엇이 “치료와 전도의 결합”을 가능케 한 것일까? 기본적으로 치료는 육체의 구원을 통해 병든 영혼을 치유한다는 성서의 이미지와 부합한다. 예수의 행적에서 비롯된 성서의 은유들을 실천하는 행위가 된다. 저자들은 근대적 맥락에서 그러한 은유들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당대의 영국에서부터 의료의 의미를 탐색한다. 저자들이 묘사하는 19세기 초반 영국의 의료는, 푸코가 에서 묘사하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근대 의학이 탄생하기 이전의 도덕적인 의학이었다. 물리적인 대상으로서 육체가 분리되기 이전의 의학으로, 도덕적인 요구.. 2023. 5. 8.
Comaroff,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II-5,6 5. 식민지 주체 옷입히기 ‘기독교적인 삶의 방식’을 가르쳐주는 것은, 당시 영국의 빅토리아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 그들이 소비하는 방식을 가르쳐주는 일과 관련된다. 19세기 말의 한 담론을 인용하면, “야만인들로 하여금 그들의 필요와 욕구를 깨닫게 하여 건전한 취향으로 일깨우는데 있어, 선교는 우리 시장에서 긍정적이고 이득이 되는 힘이다.”[선교사들이 부르주아적인 삶의 양식을 전파했다는 저자들이 주장할 때에는, 그것이 기독교의 일부로서 통합되어 제시될 때도 있지만, 선교사들의 아비투스가 전달된 것일 때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들은 전자의 경우만 주장하지만, 자료에서 나타나는 것은 선교사들이 꼭 의식적인 행위주체로서 신학적인 완결성을 갖고서 영향을 미치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된다... 2023. 5. 8.
Comaroff,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II-3,4 3. 문명/경작, 식민화, 기독교 선교사 모팻은 말한다. “문명화(civilization)는 땅의 경작(culture)에 기인하며 의존한다.” 선교사들은 미개 상태에 있는 츠와나 사람들의 삶의 습관을 개혁하는 방법은 농경을 가르쳐서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선교사들은 영국 요먼의 잃어버린 이상, 농촌의 신화를 간직한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어 로버트 모팻의 아버지는 전문 정원사이자 농부였다. 그에게 선교는 아프리카 형제들의 “손에 쟁기를 들려주어” “죽는 영혼들에 풍요로운 수확”을 거두게 하는 행위였다. 경작을 가르치는 문명선교에는 성서적인 전원성, 낭만적인 자연주의, 그리고 노예제반대론자들의 도덕론이 함께 들어 있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에 적용한 것은 없음의 담론이었다. 화폐, 시장, 경작 작물,.. 2023. 5. 8.
Comaroff,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II-1,2 1. 서문 1권에서 이데올로기, 헤게모니, 의식과 표상의 문제를 이론적 쟁점으로 내세웠던 저자들은, 2권에서는 식민주의와 일상의 문제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심화한다. 그들이 내세운 식민주의에 대한 일곱 테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식민주의는 정치 경제적인 동시에 문화적인 것이다. 선교사들이 츠와나에서 행한 농업은 생산에 관련된 것인 동시에 미적이고 지리에 대한 상상의 세계에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정치와 문화를 동시에 보는 관점이 요청된다. ②식민화의 주체는 정부 관료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행위자들, 예를 들어 선교사, 상인, 정착자, 군인 등을 포함한다. 그들은 직접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로 의례화되는 경우가 많은 표상의 기술에 의존한다. ③식민화는 메트로폴리스의 창출과 관련된다. 그.. 2023. 5. 8.
Comaroff,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I-6 6. 개종이라기보다는 대화Conversion and Conversation 개인의 극적인 회심이라는 바울 모델의 개종 개념은 근대 서구 학문에서도 깊이 뿌리박혀 있다. 영적 개인주의라는 부르주아 이상까지 흡수한 이 개념은, 사회 과학 영역에서는 특히 베버 전통의 학자들에 의해서 분석적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학자들은 제3세계 기독교 확장을, ‘토착’ 종교들에 비해 더 이성화된 신앙이 요구되었던 필요에 의해 설명한다. 개종은 지적이고 경험적 위기에 대한 개인적인 반응인 것이다. 다음과 같은 호튼(Robin Horton)의 테제가 대표적인 논의이다: “아프리카인의 개종은 근대화에 직면하여 의미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전통적’ 우주론이 지역의 ‘소우주’ 바깥의 존재를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영적.. 2023. 5. 8.
Comaroff,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I-3,4,5 3. Africa Observed 3장에서는 유럽에서 아프리카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정리하고 있다. 지리적 탐사와 여행기에서 생성된 자료들이 어떻게 과학 지식과 결합하고 ‘노블 새비지’의 이미지를 형성하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 내륙은 오랫동안 유럽인들에게 미지의 지역으로 남아있었고, 18세기 말부터 탐험대를 조직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 이 지역을 탐사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니제르 강 탐사 이야기를 담은 문고 파크(Mungo Park)의 (1799)는 아프리카 내륙 사람들의 이미지를 형성한 대표적인 여행기이다. 이 책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은 해변 지역 사람들의 강인한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유순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그려진다. 이 책은 무지와 이단의 암흑에 빠져있는 아프리카인.. 2023. 5. 8.
Comaroff, "Of Revelation and Revolution" I-1,2 이번 학기에 코마로프 부부의 두 권을 읽었다. 많은 양이었다. 페이지 수도 적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제 어마어마한 책에 대한 어마어마한 양의 발제문을 올려놓으려 한다. 이 책 처음에 등장하는 노래 한 곡을 소개한다. 지금의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인 "God Bless Africa"(Nkosi Sikelel' iAfrika)이다. 이 노래는 1897년 요하네스버그에서 감리교 선교사에 의해 작곡된, 전형적인 찬송가풍의 노래이다. 이 노래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맞서 싸우는 민중들의 저항가로 사랑받았다. 저자들은 백인이라는 외세와 싸우는 과정에서 기독교 상징체계를 사용하는 이 장면을 소개함으로써 책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암시한다. 기독교 선교(revelati.. 2023. 5. 8.
Eric Wolf, "Europe and the People Without History" 인류학 수업 시간에 읽었던 에릭 울프(Eric Wolf)의 는 거대한 책이다. 요즘 학자들은 엄두도 내지 않는 스케일의 이야기이다. 근대 세계의 역사는 유럽인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비서구세계(저자는 이런 표현도 싫어할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낸 것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전의 인류학에서 갖고 있었던 환상, 자신들이 연구하는 ‘원주민’들은 역사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환상을 깨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이다. 오히려 인류학의 연구 단위가 되는 인종이나 부족 집단들은 근대에 서구와의 접촉을 통해서 생겨난 정치적 단위들이라는 것이 저자가 누누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책은 큰 이야기이면서도 세계 곳곳의 작은 부분들까지 이야기하게 되는데, 그것은 저자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물질”의 이동이기 때문이다... 2023.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