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종교학공부114

“나는 당신같은 외부인이 두렵습니다.” 종교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 그것은 실제적으로는 종교를 믿는 인간과 관계를 맺는 일이며, 그리하여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을 야기하게 된다. 어떠한 인격적인 관계가 맺어지든 간에, 연구자는 그 종교인에게 타인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 설정에 관련된 논의는 종교학 방법론에서 (시원한 해답 없이) 많이 논의되는 주제인데, 로리스라는 인류학자의 한 논문이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 여기 간추린다. (Elaine J. Lawless, "I was afraid someone like you... an outsider... would misunderstand": Negotiating Interpretive Differences between Ethnographers and Subje.. 2023. 5. 31.
자료 획득과 인문학하기 인문학 대학원생이 되면, 약간이나 가지고 있던 낭만이 깨어지며 인문학의 현실을 직면하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겪게 된다. 너무나도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유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선 그저, 주제를 극도로 한정지어서, 내가 겪었던 자료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 겉으로는 인문학이 고매한 이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인문학의 성패를 가름하는 것은 자료(reference)이다. 이 평범한 명제를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대학원의 입문 과정에서 있는 일이다. 자료라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고, 그래서 그 물질의 취득 과정에서 한국에서 학문한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제3세계 지식인으로서의 위치라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문제들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한국.. 2023. 5. 31.
고전 종교학사 수업을 듣고 강의 제목: Classical theories of Religious Studies 2003년 가을 학기, Joel Geroboff 교수 이 강의의 실라부스를 처음 접할 때 교재목록을 보고 느낀 것은 평범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접하는 생소한 학자의 글은 별로 없었다. 새로운 시각을 위해 수업 도입부에 제공된 아티클도 , 내가 직접 참가한 수업은 아니지만, 몇 해 전 정진홍 선생님의 수업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진 에서 발췌된 것이었다. 처음 듣는 학자도 없고, 어느 정도는 읽거나 많이 들어본 텍스트로 짜여진 이 수업이, 처음에는 만만하게 보였다. 하지만 읽은 책이든 아니든 일주일에 한 권 정도씩 읽고 그걸 내 관점에서 정리하여 글을 쓰는 게 쉽게 진행될리 없었다. 그 과정에서 난 놀라울 정도로 많은.. 2023. 5. 31.
기적의 종류 이승환의 노래 중에 "덩크 슛"이란 게 있다.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 내 평생 단 한 번만이라도..." 이승환처럼 키가 작은 한 소년이 덩크슛 해봤으면 하는 소망을 말하는 것이 노래의 내용이다. 그리고 노래의 말미에서 덩크슛의 소원은 이루어진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지만, 들릴 듯 말듯한 라디오 중계 방송 소리로 슛 장면이 중계된다. 그것은 한 현대 도시인의 꿈이다. 그것이 이루어진 것을 하나의 "기적" 이라고 표현한다면 깜찍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소망의 이루어짐을 기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수사법을 넘어서는 경우를 우리는 종교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흔히 기적은 초자연적인 신의 개입이라고 이야기된다. 예수의 부활에서 볼 수 있듯이 불가능함을 이루는 정도야 종교사에서 기적이라고.. 2023. 5. 31.
세계 종교 수업 시간에... 며칠 전 “세계의 종교” 수업 시간의 칠판을 그대로 옮겨 본다. 이 수업은 일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문 강의로, 난 조교로서 이 수업에 참관한다. 보시다시피 동아시아 종교를 다루는 대목이다. Taoism cosmic harmony / social harmony Chuang-Tuz, Holiness=Simplicity, power=relation to Tao Tao Te Ching, yin/yang, Wu-Wei Reality: process, dynamic flow human being: essentially good Confucianism Confucius, Chun-Tzu=superior man Li = principle of Harmony, Yi = internalization Jen(Ren).. 2023. 5. 31.
삶을 문자화한다는 것 “삶을 문자화 한다는 것, 그것은 문화적인 폭력일 수 있다.” 다소 거칠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주제가 요즘 학계에서 자주 제기되는 문제의식 중 하나인 것 같다. 아사드(Talal Asad)의 (The Genealogies of religion) 5장은 번역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국 인류학자들의 글을 분석하면서, 그는 인류학자들, 특히 상징을 다루는 학자들의 작업에는 “상징은 언어적 의미로 완전히 이해가능하며, 따라서 우리의 언어로 번역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얼핏 보면 당연하게 보이는 전제이다. “그들”을 이해하는 것은 그들의 상징 체계, “상징들이 의미하는 바”를 캐내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 번역이라는 것, 일종의 문화적 호완성을 만드는 것이다... 2023. 5. 31.
요가와 혼합현상 1. 2018년 2월호에 “한국 기독교의 혼합주의, 혼합현상”이라는 내 글이 실렸다. 편집장 선생님의 배려 덕이다. 나로서는 혼합주의 담론의 주무대 중 하나였던 유서 깊은 잡지에 그에 대한 다른 시각을 담은 내 글이 추가된 것에 의미를 둔다. 2. 그런데 나조차도 이번호에서 눈길이 가는 쪽은 요가를 다룬 특집 기사이다. 아래 기사는 특집의 논문들의 쟁점을 요약 소개하고 있다. 기사 마지막에 인용된 문장이 눈길을 끈다. 이 문장은 ‘권두언’의 마지막 문장이기도 하다. 이 문장은 ‘혼합주의는 안 된다’는 혼합주의 담론이 편집진에게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준다. "他종교 의례" vs "스포츠일뿐".. 개신교 '요가' 논란 ‘기독교 사상’의 박종화(경동교회 원로목사) 편집위원은 “다만 힌두교적 종교성을 추구하거나 .. 2023. 5. 30.
안티기독교에 관한 글 올해 초부터 이 글을 쓰지 않기 위해 반년 이상 도망 다녀야 했다. 그러다가 이번 여름에 후다닥 해치웠다. 내키지 않는 글은 처음부터 깔끔하게 거부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어떤 책에 한 꼭지 참여하게 되었는데, 내게 할당된 주제는 ‘안티기독교 운동’이었다. 고백하건데 나는 이 운동의 내부를 잘 알지 못하며 글을 다 쓴 지금도 많은 조사를 해보지 않았다. 내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글이라면 ‘공부하지 않고’ 써야한다는 이상한 지론이 있긴 한데, ‘조사조차’ 하지 않는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준비 부족이다. 나는 글의 방향을 약간 틀어서 안티기독교 자체에 대한 것보다는 한국기독교(주로 개신교)가 욕먹는 현상이라는 좀 더 일반적인 주제로 글의 범위를 넓혔다. 조사 부족도 이유지만 그게 좀 더.. 2023. 5. 30.
올곧은 기독교인 1. 19세기 중국에서 이루어진 개신교 선교를 분석한 라인더스는 선교사들이 직립(直立)을 기독교적인 이미지로 여겼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Eric Reinders,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4), 116-20.] 그가 든 예를 하나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선교사 맥카치가 한 중국인 개종자를 받아들일 때의 장면이다. “중국인이 방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여러 번 조아리며 외쳤다. ‘오, 예수, 예수, 이렇게 주 예수를 경배합니다!’ 나[선교사]는 그를 일으켜 세워 의자에 앉혔다.” ["Chinese Missionary Work," (Jan., 1851), 113.] 엎드려 있는 이교도 중국인을 일으켜 세우는 장면(게다가 의자에 앉히기까지!)에서, 입.. 2023. 5. 30.
복음주의 출판문화 이전에 ‘기독교 서적’은 ‘기독교 서점’에 가야 살 수 있는 책인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유통망이 개선되어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이전엔 기독교계 학술 서적의 출판물의 질이 일반 서적에 비해 낮은 경우가 많았다. 기독교서회 등 몇몇 출판사를 빼면 심각한 직역과 오역이 가득한 책, 심지어는 교정도 제대로 안 본 책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곤 했다. 이 역시 최근에 많이 개선되었다. 이젠 ‘기독교 서적’(번역서)이라고 해서 읽기 괴롭다는 편견은 없다. 여전히 일반 출판물과 ‘기독교 서적’을 구분지어 주는 것은 사용되는 어휘이다. 마침 마크 놀의 (CUP, 2007)라는 교회사 책을 읽고 있어, 책에서 눈에 띄는 어휘들을 정리해본다.(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밝혀두자면, 이 책의 .. 2023. 5. 30.
선교사 체위(missionary position) “선교사 체위missionary position”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우리말로는 ‘정상 체위’라고 번역되는 말이다. 이 재미있는 표현에 얽힌 사연은 다음 논문의 앞부분에 잘 정리되어 있다. Robert J. Priest, "Missionary Positions: Christian, Modernist, Postmodernist," 42-1 (2001): 29-46. 논문에서 중요한 부분을 정리해 둔다. 2) 논문 저자에 따르면 이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48년 에서다. 킨제이는 미국인들이 얼굴을 맞대고 여자가 아래 위치하는 체위를 선호한다고 말하며 이것을 ‘영미식 체위’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여기서 말리노프스키(1929)가 기록한 내용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트로브리.. 2023. 5. 30.
신도시 교회의 입지 신도시 주변 개신교회 건축을 분석한 이정구의 글에서는 교회 입지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1) 최근 축조된 대부분의 대형 교회들은 외형이나 건축 재료, 규모 면에서 입지의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축조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교회들이 신도시가 형성되는 과정 중에 지가(地價)가 급등하기 전에 종교 부지 용도로 매입한 경우다. 이렇게 매입한 땅은 대부분 거주지보다 지가가 낮은 논과 산, 밭으로 거주지와는 일정한 거리에 있다. 2) 신도시에 건립한 몇몇 대형 교회는 거주 지역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기 때문에 그 지역사회 및 주민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지금은 거주 지역과 상업 지역이 확장도어 건립 당시보다는 주민들의 동선이 좁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주 지역과 먼.. 2023. 5. 30.
부산 헌책방의 "바가바드 기타" 그저께 ‘함석헌의 종교’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은 한국기독교가 낳은 예외적으로 풍성한 텍스트인 함석헌과 그에 대한 종교학적인 독해가 만난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날의 좋은 발표들을 듣던 중 내 마음을 찌릿하게 울린 대목은 예기치 못했던 세부적인 부분이었다. 함석헌은 의 주해를 통해 그 특유의 기독교 사상의 폭을 넓힌 것으로 유명한데, 그가 이러한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1950년 부산의 헌책방에서 를 구해 읽게 된 것”이었다고 한다. 발표문에의 해당 내용을 재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마음에는 항상 기억하면서 못 보고 있었는데, 6·25전쟁에 쫓겨 부산 가 있는 동안에 하루는 헌책집을 슬슬 돌아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어느 집 책 틈에 에브리맨스 문고판의 기타가 한 권 끼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의 나의.. 2023. 5. 30.
성모도 생리를 하셨을까? 이것은 중세 신학자들을 괴롭힌 난제였다. 이 문제에는 중세의 성에 대한 과학적 지식, 여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당시 유행했던 성모 신앙이 결부되어 있다. 다음 논문에 그 사정이 잘 정리되어 있다. 복잡한 내용을 개괄한 것이라서 간단히 정리하기 어려운 점들도 많지만, 내가 이해한대로 당시 논의의 추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Charles T. Wood, "The Doctor's Dilemma: Sin, Salvation, and the Menstrual Cycle in Medieval Thought," 56-4 (1981): 710-727. 1-1. 중세의 여성비하적인 인식은 잘 알려져 있다. 유명한 예로, 마녀 사냥의 교과서였던 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육욕(肉慾)이 강하기 때문에 여자 중에서 마녀가 .. 2023. 5. 29.
창세기 창조이야기의 여성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의 역사 극단적으로 폭이 넓은 주제를 건드린 글이다. 창세기라는 구약의 일부의 해석이지만 그 해석의 다양성은 기독교, 그리고 유대교 등 서구 유일신교의 주요한 테마가 되었다. 갑작스럽게 준비하게 된 글이었다. 논문의 꼴을 갖출 생각은 애초에 없었고, 차라리 이런 것을 연구하겠다는 공부의 계획을 써놓은 글이라고나 할까. 이 글을 큰 줄기삼아 한 권의 책을 써도 좋다고 생각될 정도였는데, 그러니까 창세기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담긴 자료들을 충실히 설명하며 소개하는 책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을 하는데, 그것은 고전어에 대한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창세기 창조이야기의 여성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의 역사 -한국 교인들의 해석과 관련하여 한국에서 개신교가 신문명의 상징이었던 1897년 12월 31일 오후 3.. 2023.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