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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91

욥에 관하여 한국의 기독교 신자들에게 구약성서의 욥기는 보고싶어하는 측면으로만 독해되는 텍스트 중 하나이다. 욥기는 한 의로운 신자 욥이 고난을 받게 되는 이야기이다. 갑자기 재산이 날아가고, 자식들이 몽땅 죽고, 자신은 병을 얻어 온 몸에 종기를 뒤집어 쓴 비참한 몰골로 “잿더미” 위에 앉아있는 신세가 된다. 죄를 지은 적이 없는 욥으로서는 의아한 일이지만 담담히 어려움을 받아들인다. 어려움에 처한 욥에게 헛똑똑이 친구들이 찾아와서 신학적 충고를 한다. 친구들이 갖고 있는 신학이란 게 지금 많은 한국 기독교인들이 갖고 있는 인과응보에 기반한 논리였다. 전에 어느 집사들이 나눈 대화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람, 예수를 믿는데 왜 강도를 만나?" / "예수 헛 믿은 거지 뭐…." / "그러게 말이야, 아 예수.. 2023. 5. 28.
자매님과 결혼할 수 있을까 학문의 무력함을 느끼는 일이야 허다하지만, 그걸 내 눈앞에서 가장 생생하게 느꼈던 순간은 교회다니는 여자와 연애 실패한 사람과 술을 마실 때였다. 종교가 뭔데 사랑을 갈라놓는 거냐고 피눈물을 쏟는 후배, 친구 등을 만날 때면 나는 궁색해지기 이를 데가 없다. 과연 종교는 인간을 위한 것이냐는 따가운 질문에 힘써 답하는 정도였다. 속시원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내 배움과 깨달음의 일천함을 곰씹을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의 청춘남녀에게 개신교가 뜻밖의 변수로 등장하는 일이 자주 있다. 내 주변에서도 기독교인이 아니어서 그녀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그와 비기독교인을 사랑할 수 없는 그녀들을 숱하게 보아왔다. 여기 지식거래소 검색해봐도 그런 사연들이 쌔고 쌨다. 그런 사연들에 대한 나의 대답은 원론적.. 2023. 5. 28.
심한 말씀들 성서 뒤쪽에, 맨 마지막은 아니고 요한계시록의 바로 앞 편에 보면 한 두장짜리 작은 책들이 달랑달랑 붙어있다. 학술적으로는 공동 서신(Catholic Epistles)이라고 분류되는 작은 책자들. 이 녀석들 중에는 신약성서에 포함 될랑말랑 하다가 간신히 막차타고 경전 안으로 들어온 것들이 많다. 저술 연대가 상당히 후대이고 특정 신앙공동체의 의견을 담은 것이 많은 탓이다. 이들 책들은 예수 시대가 거의 백년이 지난 후에 쓰인 것들이라고 추정된다. 백년이면 기독교라는 새 종교가 상당히 성장했을 때이다. 그래서 이 책들엔 당시 종교의 변화상이 담겨있고, 종교사적으로 흥미로운 주제들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그 중 도드라지는 것은 당시 시점에서만 해도 신학적인 이견들이 많이 표출되었다는 것. 어떻게 예수를 믿는 .. 2023. 5. 28.
예수님, 이판사판 아닙니까 누가복음에 있는 마리아와 마르다의 이야기는 짧지만 묘미가 있어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이다. 그들이 길을 가다가, 예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다. 마르다라고 하는 여자가 예수를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이 여자에게 마리아라고 하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 곁에 앉아서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다는 여러 가지 접대하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마르다가 예수께 와서 말하였다. "주님,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십니까? 가서 거들어 주라고 내 동생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나 주님께서는 마르다에게 대답하셨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너는 많은 일로 염려하며 들떠 있다. 그러나 주님의 일은 많지 않거나 하나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하였다. 그러니 아무도.. 2023. 5. 28.
그중에 으뜸은 사랑이라 오늘은 아름다운 성경 구절을 놓고 이야기해 보련다. 바울이 고린토인에게 보낸 서한은 주로 여러가지 복잡한 교회 문제들을 다룬다. 그런데 시시콜콜한 여러 논변들을 펼치다가 바울은 갑자기 눈에 띄는 아름다운 사랑의 시를 하나 선보인다. “내가 예언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또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겸손한 운을 떼고 바울이 들려주는 사랑 노래의 내용은 누구에게도 익숙할 것이다. 사랑은 오래 참고,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으며,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으며, 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 2023. 5. 28.
에티오피아는 곧 하느님을 향해 손을 뻗을 것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종교사에서 압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성서 구절이 있다. 시편 68장 31절이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이들이 자기 존재의 기원 아프리카에 대한 자긍심으로 갖도록 해준 성서 구절이다. Princes shall come out of Egypt; Ethiopia shall soon stretch out her hands unto God. (킹 제임스 버전) “이집트로부터 왕자가 나올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곧 하느님을 향해 손을 뻗을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 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이 구절은 희망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흑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기원이 저주받은 곳이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가 이루어지는 자랑스런 곳이라는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형성해주어 범아프리카주의(Pan-Afric.. 2023. 5. 28.
산상수훈, 마태의 이야기와 누가의 이야기 산상수훈이라고 불리는 예수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각각 실려 있다. 그런데 그 가르침의 내용과 분량이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산상수훈은 주로 마태복음에실려 있는 내용이다. 다음과 같다. (표준새번역개정판, 마태복음 5:1-12)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그에게 나아왔다. 예수께서 입을 열어서 그들을 가르치셨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위로하실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땅을 차지할 것이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배부를 것이다. 자비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비롭게 대하실 것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복이 있다... 2023. 5. 27.
투산 교구가 파산하다니! 우리 동네 유력 일간지 "The Arizona Republic"의 9월 21일자의 탑으로 오른 기사가 “투산 교구 파산하다”(Diocese files for bankruptcy)였다. (투산 교구는 피닉스, 갤럽 교구와 함께 애리조나의 3개의 교구 중 하나이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교구이다. 옆의 지도 참조.) 아니, 가톨릭 교회가 파산하다니? 어이가 없어서 내 영어 독해를 의심해 보았지만, 정말 말 그대로 파산하였다는 기사였다. 교구 재산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파산 신고와 그 갱생의 경제적 절차가 어찌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이해도 안 가고 모르겠다. 내가 눈여겨 본 것은 파산하게 된 이유였다. 그 이유가 파산이라는 사실 자체보다 더 놀랍다. 투산 교구는 신부들의 신자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 2023. 5. 27.
Debate against Jesus 성경의 복음서 중에 “시로페니키아 여자의 믿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마가 7:24-30; 마태 15:21-28) 예수께서 거기에서 일어나셔서, 두로 지역으로 가셨다. 그리고 어떤 집에 들어가셨는데, 아무도 그것을 모르기를 바라셨으나, 숨어 계실 수가 없었다. 악한 귀신 들린 딸을 둔 여자가 곧바로 예수의 소문을 듣고 와서, 그의 발 앞에 엎드렸다. 그 여자는 그리스 사람으로서, 시로페니키아 출생인데, 자기 딸에게서 귀신을 쫓아내 달라고 예수께 간청하였다.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을 빵을 집어서 개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그 여자가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개들도 자녀들이 흘리는 부스러기는 얻어먹습니.. 2023. 5. 27.
미국 사람들의 종말론적 인식 종말론적인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뉴스는 그저 뉴스가 아니다. 뉴스는 온갖 종류의 불길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교통 사고, 살인 사건, 이전엔 듣지 못했던 엽기 행각, 이라크에서 들려오는 암울한 이야기와 세계 곳곳의 폭력, 불안한 경제, 그리고 기상 이변. 세계가 종국을 향한 방향을 지니고 가고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이런 사건들은 징조(sign)들로 읽힌다. 사건 하나하나가 종말이라는 커다란 드라마를 구성하는 텍스트로 읽힌다. 종말론은 역사의 격변기에 세계를 설명하는 유력한 틀로 사랑받아 왔다. 현대 역시 종말론이 사랑받는 시기이다. 뉴스가 종말론의 재료들을 너무나 충분히 제공하고 있기에. 사람들이 종말론을 통해 역사를 어떻게 의미화하였는가에 대해서는 끝도 없는 사례들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2023. 5. 27.
인도네시아의 기독교 인도네시아의 자바섬 사람의 4%가 기독교로 개종하였다고 한다. 이 수치는 주목할만하다. 4%가 뭐 그리 대수로운 숫자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정도 규모의 개종은 이슬람 국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토막 상식: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는? 인구 2억의 인도네시아이다.) 4%의 개종에 얽힌 사연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Robert Hefner, "Christian Conversion in Muslim Java," Conversion to Christianity) 사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라고 쉽게 규정지을 수 없는, 다양한 층위의 문화들이 공존하는 나라이다. 이 점을 잘 규명해 준 사람이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이다. “자바의 종교”라는 책에서 기어츠는, 인도네시아의 공식 종교는.. 2023. 5. 27.
카푸친회, 카푸치노 책을 읽다가 "Capuchin"이라는 단어가 나와 찾아보았다. 카푸친회라고 불리는, 프란체스코회의 일파이다. 내가 잘 몰랐던 수도회의 이름이다. 네이트닷컴 백과사전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카푸친회 (-會 Ordo Fratrum, Minorum Capuccinorum)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만든 가톨릭수도회 작은 형제회(O.F.M)의 독립적 분파 중 하나. 1525년 이탈리아 사제 M. 바시오가 개혁운동의 하나로 시작하여 28년 독립하였다. 프란치스코가 정한 회칙을 엄격히 지키려 하였으며 기도와 선교를 위주로 하였다. 바시오는 29년 카프친수도회 회의에서 초대 총장으로 선출되었고, 수도회는 교황 클레멘스 7세의 대칙서(Religionis zelus, 1528)에 이어, 36년 교황 바오로 3 세.. 2023. 5. 27.
2%의 기독교와 26%의 기독교 다음은 1922년 2월 15일자 기독신보에 실려 있는 교회 통계이다. 조선기독교회통계표 -신도 총계와 교역자 총계 1921년 선교사연합회에서 작성한 통게표 장로교 및 감리교인 총계 24만명(1920년보다 3600명 증가) 천주교인 8만명, 조합교인 만명, 성공회 교인 만명, 동양선교회 구세군 칠일안식교인 합하여 약 만명 합하면 조선인 기독교신자만 실로 35만명. 1920년 인구조사표 조선 전인구 1964만 8천명 조선인 56명중 1인은 기독교신자. 조선내 사역 외국선교사 장감양교회 472명(장로교측 305명 / 감리교측 167명) 기타교회선교사 165명 총637명(남자 163명, 혼인한 부인 150명, 미혼여자159명 / 1년 평균 백명 가량은 귀국 휴양중에 있음) 조선인목사 313명(장로교측 218명 .. 2023. 5. 27.
한국이라는 악몽 어제 저녁 우연히 NBC 방송에서 “Losing Faith"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신종교에 속했다가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한 다큐멘터리이다. 제목에서 강력하게 암시되듯이, 이 프로그램의 시각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기독교의) 신앙을 잃고 신종교의 ”미혹“에 빠진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정상적인 삶에 복귀하게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논조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꽤 공정하게, 있는 이야기만을 찍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장이나 비난을 배제하고 인터뷰에 주로 의존하여 그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흥미롭게 보았다. 어제 방송에서는 세 신종교의 탈퇴 신도(ex-member)를 보여주었다. 한국에 섹스교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2023. 5. 27.
그의 죽음에 대한 다른 시선들 개신교인들의 경우에는 김선일씨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일반 국민과 좀 다를 수 있는 것 같다. 다수의 신자들은 일반 국민과 별로 다르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어느 신자들은 김선일씨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는 점에 중점을 두어 생각하기도 한다. 한 대한민국 국민인 동시에 목사를 희망했던 독실한 개신교인의 죽음이기에 그의 죽음에 대한 신학적 의미화가 뒤따르게 된다. 뉴스앤조이(http://www.newsnjoy.co.kr/)를 읽다가 이 죽음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읽게 되었다. 정제된 반응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반응들도 만나게 된다. 이 반응들을 통해서 한국 개신교회의 단면들이 드러나 보인다. 예를 들어, 어느 신자는 김선일씨의 빈소에 “제사상”이 차려진 것을 지적하기도 .. 2023.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