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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114

새 책,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 책 광고: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들녘, 2016).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서 이번에 펴낸 종교 입문서. 내 글도 한 편 실려 있다. 원래 “종교 다시 읽기” 시리즈의 3번째 책으로 기획되었는데 몇 년간 원고 상태로 있다가 이번에 새 출판사를 만나 ‘청년을 위한 종교인문학 특강’이라는 그럴듯한 부제를 붙인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무거운 주제와 묘한 조화를 이루는 '-입니다' 문체!) 내 글의 경우에는 원고가 몇 년 지난 바람에(그렇다고 이번에 크게 수정도 안 한 바람에) 시사적인 이슈를 다루는 글치고는 신선도가 떨어져 개인적으로 애정이 식은 책이다. 그러나 책을 훑어보니 재미있고 좋은 글들도 눈에 많이 띈다. 내 개인적으로는 순례, 종교인의 뇌, 종교문화의 상품화, 채식주의, 동물, 수혈을 다룬 글이 .. 2023. 5. 18.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종교학입니다 오래 전에 작업했던 번역 원고가 여러 선생님들의 수고 끝에 출판되었다.(출판이 물 건너갔다고 생각해서 원고의 일부를 블로그에 올려놓기도 했다: 빈 무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수년 전에 하청 받아 작업해놓았을 뿐 이번에 책으로 나올 때 신경도 쓰지 못하였는데, 내 이름이 번역자로 올라가 있어 나도 놀랐다. 번역자가 여러 명이고, 내가 번역한 분량은 4분의 1정도이고 끝까지 책임진 것도 아닌데 어부지리로 공역자가 되었다. 송구스럽다. 대놓고 할 소리는 아니지만, 전에는 하청 받은 원고만 번역했기 때문에 나도 출판된 책을 받아보고서야 책 전체를 처음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또 대놓고 할 소리는 아니지만, 출판된 책을 보니까 이 책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상당히 좋은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역시 내가 .. 2023. 5. 17.
vision (환시幻視) 1. 종교적인 맥락에서 ‘비전vision’은 영적인 존재나 절대자를 만나 계시를 받거나 가르침을 받는 신비경험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영한사전의 뜻풀이에서 이 종교적 맥락을 알기는 쉽지 않다. 동아프라임(네이트 제공)의 풀이는 다음과 같다. vi·sion ━ n. 1 시력(sight), 시각; 시야; 관찰 2 [관사 없이] (시인·정치가 등의) 상상력, 직감력, 통찰력; 미래상, 비전; 선견지명 3 환상, 환영, 몽상; 환각, 환시 in a vision 허깨비로 have a vision 환영이 나타나다 4 보이는 것, 눈에 비치는 것, 모양, 광경 종교적 맥락의 의미는 3번에 해당한다. 사전에서는 부정적인 맥락을 강조한다는 점이 아쉽고, 종교의 전문용어로 사용된다는 설명을 누락한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2023. 5. 16.
굿판의 언어들 몇 해 전 어느 민속학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분 하시는 말씀이 한국 민속 종교에서 사용되는 어휘들을 잘 다듬는다면 종교학 학술 용어를 풍성하고 아름답게 할 수 있다는 거였다.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분이 든 몇몇 아름다운 예들은 아쉽게도 기억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서구 학계에서 학술용어를 만드는 방식은 일상 언어에서 길어올리는 것이다. “discourse”나 "power"와 같이 흔히 쓰이는 단어들에 새로운 의미를 담아낸다. 반면에 학술용어를 빚어내기보다는 받아들이기에 바쁜 우리 학계에서 학술용어를 만드는 방식은 주로 한자어 조어(造語)를 통해 알맞은 번역어를 찾는 것이다. 서양의 학술 용어가 일상에 밀착된 언어들로 구성된다면, 우리의 용어들은 갑자기 뚝 떨어진 외계어와도 같다... 2023. 4. 19.
기적의 종류 이승환의 노래 중에 "덩크 슛"이란 게 있다.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 내 평생 단 한 번만이라도..." 이승환처럼 키가 작은 한 소년이 덩크슛 해봤으면 하는 소망을 말하는 것이 노래의 내용이다. 그리고 노래의 말미에서 덩크슛의 소원은 이루어진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지만, 들릴 듯 말듯한 라디오 중계 방송 소리로 슛 장면이 중계된다. 그것은 한 현대 도시인의 꿈이다. 그것이 이루어진 것을 하나의 "기적" 이라고 표현한다면 깜찍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소망의 이루어짐을 기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수사법을 넘어서는 경우를 우리는 종교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흔히 기적은 초자연적인 신의 개입이라고 이야기된다. 예수의 부활에서 볼 수 있듯이 불가능함을 이루는 정도야 종교사에서 기적이라고.. 2023. 4. 18.
넷플릭스의 훌륭한 신종교 연구 작년 말에 쓴 포스팅을 다듬고 양념을 쳐서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로 기고하였다. https://crrc.tistory.com/2502 565호-넷플릭스의 훌륭한 신종교 연구 넷플릭스의 훌륭한 신종교 연구 news letter No.565 2019/3/12 인상적으로 본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Wild Wild Country)다. 이 다큐는 오쇼 라즈니쉬가 1980년대에 미국에 공 crrc.tistory.com 써놓고 보니 넷플릭스 광고처럼 되어버렸다. 연구자들도 넷플릭스 정도는 봐주어야 한다는 이상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글이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느낌이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관심 대상이 된다면) 이 자본력 앞에서 학문의 판도도 확 바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 2023. 4. 17.
하느님의 올바름을 묻는 요즘 영화들 하느님의 올바름을 묻는 요즘 영화들 543호-하느님의 올바름을 묻는 요즘 영화들 하느님의 올바름을 묻는 요즘 영화들 news letter No.543 2018/10/9 세상이 이 모양인데 하느님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건가? 서구 유일신 전통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일들을 겪을 때마다 세계관에 대한 crrc.tistory.com 위의 링크는 이번에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에 실은 글이다. 요즘 새로 공부한 내용이 없다보니 평소 강의 때 하던 이야기를 글로 풀어 썼다. 짧은 분량의 글이라 몇 편의 영화만 그것도 해당 장면만 불친절하게 언급해서 줄거리를 모르는 독자는 좀 안 와닿을 수도 있다. 더 다룰만한 영화도 많은데 분량 때문에 생략했다. 깊이 있게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신정론 주제를 건드리는 영화가 많다.. 2023. 4. 17.
세계 종교 수업 시간에... 며칠 전 “세계의 종교” 수업 시간의 칠판을 그대로 옮겨 본다. 이 수업은 일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문 강의로, 난 조교로서 이 수업에 참관한다. 보시다시피 동아시아 종교를 다루는 대목이다. Taoism cosmic harmony / social harmony Chuang-Tuz, Holiness=Simplicity, power=relation to Tao Tao Te Ching, yin/yang, Wu-Wei Reality: process, dynamic flow human being: essentially good Confucianism Confucius, Chun-Tzu=superior man Li = principle of Harmony, Yi = internalization Jen(Ren).. 2023. 4. 16.
삶을 문자화한다는 것 “삶을 문자화 한다는 것, 그것은 문화적인 폭력일 수 있다.” 다소 거칠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주제가 요즘 학계에서 자주 제기되는 문제의식 중 하나인 것 같다. 아사드(Talal Asad)의 (The Genealogies of religion) 5장은 번역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국 인류학자들의 글을 분석하면서, 그는 인류학자들, 특히 상징을 다루는 학자들의 작업에는 “상징은 언어적 의미로 완전히 이해가능하며, 따라서 우리의 언어로 번역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얼핏 보면 당연하게 보이는 전제이다. “그들”을 이해하는 것은 그들의 상징 체계, “상징들이 의미하는 바”를 캐내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 번역이라는 것, 일종의 문화적 호완성을 만드는 것이다... 2023.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