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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114

인도네시아의 기독교 인도네시아의 자바섬 사람의 4%가 기독교로 개종하였다고 한다. 이 수치는 주목할만하다. 4%가 뭐 그리 대수로운 숫자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정도 규모의 개종은 이슬람 국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토막 상식: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는? 인구 2억의 인도네시아이다.) 4%의 개종에 얽힌 사연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Robert Hefner, "Christian Conversion in Muslim Java," Conversion to Christianity) 사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라고 쉽게 규정지을 수 없는, 다양한 층위의 문화들이 공존하는 나라이다. 이 점을 잘 규명해 준 사람이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이다. “자바의 종교”라는 책에서 기어츠는, 인도네시아의 공식 종교는.. 2023. 5. 27.
카푸친회, 카푸치노 책을 읽다가 "Capuchin"이라는 단어가 나와 찾아보았다. 카푸친회라고 불리는, 프란체스코회의 일파이다. 내가 잘 몰랐던 수도회의 이름이다. 네이트닷컴 백과사전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카푸친회 (-會 Ordo Fratrum, Minorum Capuccinorum)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만든 가톨릭수도회 작은 형제회(O.F.M)의 독립적 분파 중 하나. 1525년 이탈리아 사제 M. 바시오가 개혁운동의 하나로 시작하여 28년 독립하였다. 프란치스코가 정한 회칙을 엄격히 지키려 하였으며 기도와 선교를 위주로 하였다. 바시오는 29년 카프친수도회 회의에서 초대 총장으로 선출되었고, 수도회는 교황 클레멘스 7세의 대칙서(Religionis zelus, 1528)에 이어, 36년 교황 바오로 3 세.. 2023. 5. 27.
2%의 기독교와 26%의 기독교 다음은 1922년 2월 15일자 기독신보에 실려 있는 교회 통계이다. 조선기독교회통계표 -신도 총계와 교역자 총계 1921년 선교사연합회에서 작성한 통게표 장로교 및 감리교인 총계 24만명(1920년보다 3600명 증가) 천주교인 8만명, 조합교인 만명, 성공회 교인 만명, 동양선교회 구세군 칠일안식교인 합하여 약 만명 합하면 조선인 기독교신자만 실로 35만명. 1920년 인구조사표 조선 전인구 1964만 8천명 조선인 56명중 1인은 기독교신자. 조선내 사역 외국선교사 장감양교회 472명(장로교측 305명 / 감리교측 167명) 기타교회선교사 165명 총637명(남자 163명, 혼인한 부인 150명, 미혼여자159명 / 1년 평균 백명 가량은 귀국 휴양중에 있음) 조선인목사 313명(장로교측 218명 .. 2023. 5. 27.
한국이라는 악몽 어제 저녁 우연히 NBC 방송에서 “Losing Faith"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신종교에 속했다가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한 다큐멘터리이다. 제목에서 강력하게 암시되듯이, 이 프로그램의 시각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기독교의) 신앙을 잃고 신종교의 ”미혹“에 빠진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정상적인 삶에 복귀하게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논조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꽤 공정하게, 있는 이야기만을 찍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장이나 비난을 배제하고 인터뷰에 주로 의존하여 그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흥미롭게 보았다. 어제 방송에서는 세 신종교의 탈퇴 신도(ex-member)를 보여주었다. 한국에 섹스교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2023. 5. 27.
그의 죽음에 대한 다른 시선들 개신교인들의 경우에는 김선일씨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 일반 국민과 좀 다를 수 있는 것 같다. 다수의 신자들은 일반 국민과 별로 다르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어느 신자들은 김선일씨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는 점에 중점을 두어 생각하기도 한다. 한 대한민국 국민인 동시에 목사를 희망했던 독실한 개신교인의 죽음이기에 그의 죽음에 대한 신학적 의미화가 뒤따르게 된다. 뉴스앤조이(http://www.newsnjoy.co.kr/)를 읽다가 이 죽음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다양한 반응들을 읽게 되었다. 정제된 반응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반응들도 만나게 된다. 이 반응들을 통해서 한국 개신교회의 단면들이 드러나 보인다. 예를 들어, 어느 신자는 김선일씨의 빈소에 “제사상”이 차려진 것을 지적하기도 .. 2023. 5. 27.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지금 내가 논하고 있는 캐롤의 정식 제목은 “산타할아버지 우리 마을에 오시네”이다. 좀 어색하지 않은가? 우리 인식 속에 이 노래의 제목은 “울면 안돼”이다. 살펴 보겠지만, 사실상 노래의 내용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 출시된 개그콘서트 캐롤 앨범을 보면 아예 제목이 “울면 안돼”로 되어 있다. 어째서 제목에 이런 혼선이 생겼을까? 귀찮지만 영어와 우리말 가사를 한 번 비교해보자. 똑순이 버전과 머라이어 캐리 버전도 비교해보고... (똑순이 앨범은 1984년에, 머라이어 캐리 앨범은 1995년도에 발표되었다.) 산타 할아버지 우리마을에 오시네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산타 할아버지 우리마을에 오시네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울면 안돼 울.. 2023. 5. 26.
땅꾼들의 교회(Snake Handlers)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요, 믿지 않는 사람은 정죄를 받을 것이다.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표징들이 따를 터인데, 곧 그들은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으로 말하며, 손으로 뱀을 집어들며, 독약을 마실지라도 절대로 해를 입지 않으며, 아픈 사람들에게 손을 얹으면 나을 것이다." (마가복음 16:17-18) 1908년 미국 테네시 주의 한 교회, 마가복음 16장에 대한 헨슬리 목사의 설교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한 상자의 방울뱀 무리가 그의 앞에 쏟아졌다. 손으로 뱀을 집어든다는 그 구절의 문자적 진실을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그 날의 인상적인 설교 이후, 구원을 얻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설교와 집회에서 독사를 사용하는 행위는 하나의 독특한 종교 의례로 정착하기 시작한다. 목사와 .. 2023. 5. 26.
그 많던 조상들은 어디로 갔나? 1. 고린토인들에게 보내는 바울의 편지는 고린토 교회 공동체의 여러 실질적인 문제들이 많이 다루어지는 서한이다. 이 편지의 15장 29절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다. 예수님의 부활이 실제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바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죽은 사람들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 세례를 받는 사람들은 무엇 하려고 그런 일을 합니까? 죽은 사람이 정말로 살아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그들은 죽은 사람들을 위하여 세례를 받습니까? 그는 “죽은 사람을 위한 세례”를 언급하고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도 고린토 교인들은 예수 이전에 죽은, 그래서 회개하고 세례를 받지 못한 자기 조상들을 대신하여 세례를 행하였을 것이다. 이 대리 세례에 대한 언급은, 신약 성서 다른 .. 2023. 5. 26.
기독교와 술 3 보수적인 한국 개신교인에게, 금주는 기독교인이 되기 위한 불가침의 전제이다. 어찌하다가 그리되었을까? 그 역사적 과정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청교도의 유산을 지닌 미국 교회에서 강력한 금주 운동이 일어났고, 그 운동의 에토스를 지닌 사람들이 한국에 개신교를 세웠기 때문에 한국 개신교가 술 안먹는 종교가 된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미국 선교사들에게서, “기독교는 술 안 먹는 종교”라고 배웠고, 그 배움을 곧이곧대로 간직해왔다. 1차적으로는 한국에 온 선교사들이 술에 대해 엄격히 금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았고, 2차적으로는 일제시대 때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금주 운동이 있었다. 미국 종교사에서 금주 운동의 역사는 복잡하고, 또 그것이 한국 기독교사에서 어떤 식으로 수.. 2023. 5. 26.
기독교와 술 2 한국 개신교회와 금주(禁酒), 참으로 단단하게 밀착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많은 개신교인들이 술을 마신다. 그러나 술 마시는 교인들 중에서도 그걸 떳떳이 여기지 않는 이들이 많다. 적어도 “교회 다니는 사람은 술 마시지 말아야 한다.”라는 생각 자체는 비기독교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다. 금주는 한국 개신교인의 정체성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다음은 어느 게시판에서 읽은 글이다. 누가 썼는지도 모르겠고, 출처도 모르겠다. 어느 장로님의 글이 아닌가 싶다. 논리 정연한 글은 아니지만, 한국 개신교인의 술에 대한 입장이 솔직히 표현된 글이라고 생각된다. 제목부터가 눈을 사로잡는다. (다소 길지만 줄이기가 아까워 전문을 싣는다.) 술은 악마의 피다. 어느 교도소 벽에 낙서(落書)한 내용을.. 2023. 5. 26.
기독교와 술 1 예수님이 행한 첫 번째 기적은 무엇일까? 물론 복음서마다 다르다. 요한 복음을 따른다면,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은 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가 흔히 겪는 상황이다. 술자리가 한창인데, 술이 떨어지는 경우. 대부분 후배가 술심부름 갔다오게 되어 있다. 예수님이 그런 후배의 입장에 있게 되었을 때, 이 기적을 행한 것이다. 요한복음 2장의 앞대목이다. 사흘째 되는 날에 갈릴리 가나에 혼인 잔치가 있었다. 예수의 어머니가 거기에 계셨고, 예수와 그의 제자들도 그 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니,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말하기를 "포도주가 떨어졌다" 하였다. 예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그것이 나와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직도 내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 어머니가.. 2023. 5. 26.
복음을 전하는 것, 죄를 심는 것 다음은 미국에서 백인들이 아메리카 토박이들에게 선교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흔히 미국 인디언 선교 과정은 “문명화”로 요약되어 설명된다. 서구 성적 윤리의 주입은 그 문명화의 일환이었다. 평화롭게 살아가던 이들에게 백인의 성적 윤리를 강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별 탈 없던 삶이 사실은 악에 가득찬 삶이었다는 인식을 갖게 하고 죄를 고백하도록 하였다는 것은 참으로 주목해야할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시민법에 의해서 일부다처, 혼인한 사람들의 간음, 독신자의 간통이 불법으로 규정되었다. 이 중에서 독신자의 간통 문제가 지역 토착 문화의 가장 거센 저항을 받았다. 뉴 잉글랜드 정착자들(다시 말해, 백인)은 (원주민들의) 혼외 정사 뿐만 아니라 은폐되지 않은 성 행위에 대해서도 불쾌해 했다. 그래서,.. 2023. 5. 26.
성서로 노예제 정당화하기 성서가 악용된 사례는 무수하게 많다. 성서는 사실 워낙 다양한 목소리들을 담고 있는 텍스트인데, 다수의 사람들은 단일한 목소리를 갖는다고 믿고 있는 텍스트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로 성서보다 좋은 재료가 어디 있겠는가? 사실 맘 먹고 이용해 먹으려 든다면 어떤 주장에든 사용될 수 있는 게 성서이다. 사실 그 짓이 수천년 동안 글 꽤나 하는 종교인들이 해온 것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남북으로 갈라져 노예 제도에 대한 논쟁을 할 때, 성서는 양편에서 모두 널리 인용되었다. 이 중에서 남부의 목사님들이 사용한 성서 구절들을 살펴보자. 사실 성서에서 노예제를 옹호하기 위해 인용될 수 있는 부분은 지천으로 깔렸다. 유명한 몇 개 사례를 보자. 1. 황금률(The Golden Rule)이라는.. 2023. 5. 26.
우리나라의 "기독교"라는 언어 기독교(Christianity)라는 말은 세 전통을 아우르는 말이다. 개신교(Protestantism), 천주교(Catholicism), 그리고 정교회(Orthodox Church). 하지만 절대 다수의 한국어 용법에서 기독교는 그런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다. “무슨 종교 믿니?” / “기독교요.” “종교를 믿습니까?” / “기독교인이에요.” 이런 대화가 오고갔을 때, 기독교는 통상적으로 개신교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기독교 안에는 가톨릭이 포함되지 않는다. 기독교라는 말을 개신교가 독점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어의 심각한 현실이다. 미국 이야기를 잠시 들먹여야겠다. 미국에서 가톨릭 교회는 기독교의 한 교파(denomination)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단으로 인식되는 몰몬 교회(Mor.. 2023. 5. 26.
책꽂이 한 칸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 나의 꿈은 꼭 필요한 내용의 글만 적게 쓰는 학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도서관을 전전하다가 제목만 그럴듯하고 내용은 이런저런 논문을 엮어 만든, 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책들에 물렸던 터였다. 보석 같은 책 몇 권만 남긴 학자가 그렇게 멋져 보였다. 그래서 나는 불필요한 책으로 종이 낭비를 하는 학자가 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2021년 나의 현실은 이와 정반대였다. 재작년부터 나는 학술적 글을 생산하는 공장 안에 들어와 있다. 길게 설명할 것 없이 지금 우리 학계는 논문의 생산을 강요하는 체제이다. 학자는 논문의 생산량으로 평가받는다. 나 역시 연간 논문 편수를 계약 조건으로 하는 연구직에 있다 보니, 내 학문적 관심은 오직 적당한 크기로 잘라 논문을 만들 재료를 찾는 일.. 2023.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