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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기독교세계

기독교와 술 1

by 방가房家 2023. 5. 26.

예수님이 행한 첫 번째 기적은 무엇일까? 물론 복음서마다 다르다. 요한 복음을 따른다면,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은 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가 흔히 겪는 상황이다. 술자리가 한창인데, 술이 떨어지는 경우. 대부분 후배가 술심부름 갔다오게 되어 있다. 예수님이 그런 후배의 입장에 있게 되었을 때, 이 기적을 행한 것이다. 요한복음 2장의 앞대목이다.

사흘째 되는 날에 갈릴리 가나에 혼인 잔치가 있었다. 예수의 어머니가 거기에 계셨고, 예수와 그의 제자들도 그 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니,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말하기를 "포도주가 떨어졌다" 하였다. 예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그것이 나와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직도 내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 어머니가 일꾼들에게 이르기를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하였다. 그런데 유대 사람의 정결 예법을 따라, 거기에는 돌로 만든 물항아리 여섯이 놓여 있었는데, 그것은 물 두세 동이들이 항아리였다. 예수께서 일꾼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항아리에 물을 채워라." 그래서 그들은 항아리마다 물을 가득 채웠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제는 떠서, 잔치를 맡은 이에게 가져다 주어라" 하시니, 그들이 그대로 하였다. 잔치를 맡은 이는, 포도주로 변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으나, 물을 떠온 일꾼들은 알았다. 그래서 잔치를 맡은 이는 신랑을 불러서 그에게 말하기를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한 뒤에 덜 좋은 것을 내놓는데, 그대는 이렇게 좋은 포도주를 지금까지 남겨 두었구려!" 하였다

교회에서 얼마나 이 기적이 강조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수님의 참으로 인간적인 풍모를 느끼는, 유머러스한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일 것이다. 그 생각에 반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보다 의미를 더 캐 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 복음서의 저자 요한이라는 사람, 대단히 신경써서 이야기들을 배치하였고, 복음서 구석구석에 상징적인 의미들을 숨겨 놓았다. 이 이야기는 요한 복음의 7개의 기적(표징)의 첫번째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예수의 공생애 첫 장면에 주의깊게 배치되어 있다.
이 이야기에서 맹물이 예수의 손을 거쳐 술로 변화된다. 변화되기 이전의 맹물은 유대교를 나타내고, 변화되어 나타난 술은 기독교를 의미한다. 밋밋한 맹물과 활기가 넘치는 술을 대비함으로써, 이전의 전통과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종교 공동체가 나타났음을 이 이야기가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후반부의 최후의 만찬에서의 예수의 피와 연결된다.

기독교는 술로 상징되는 종교이다. 물론 지금도 술은 빵과 함께 성찬의 요소로, 기독교의 핵심 상징으로 유지되고 있다. 반면에 현재 한국에서 개신교는 술을 금지하는 종교이다. 종교사가 낳은 역설이다. 예수님은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벗이로구나”라고 비난을 받았다. 반면에 오늘날 개신교인은 술자리 분위기 깬다고 비난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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