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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90

땅꾼들의 교회(Snake Handlers)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요, 믿지 않는 사람은 정죄를 받을 것이다.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표징들이 따를 터인데, 곧 그들은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으로 말하며, 손으로 뱀을 집어들며, 독약을 마실지라도 절대로 해를 입지 않으며, 아픈 사람들에게 손을 얹으면 나을 것이다." (마가복음 16:17-18) 1908년 미국 테네시 주의 한 교회, 마가복음 16장에 대한 헨슬리 목사의 설교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한 상자의 방울뱀 무리가 그의 앞에 쏟아졌다. 손으로 뱀을 집어든다는 그 구절의 문자적 진실을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그 날의 인상적인 설교 이후, 구원을 얻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설교와 집회에서 독사를 사용하는 행위는 하나의 독특한 종교 의례로 정착하기 시작한다. 목사와 .. 2023. 5. 26.
그 많던 조상들은 어디로 갔나? 1. 고린토인들에게 보내는 바울의 편지는 고린토 교회 공동체의 여러 실질적인 문제들이 많이 다루어지는 서한이다. 이 편지의 15장 29절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간단치 않다. 예수님의 부활이 실제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바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죽은 사람들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 세례를 받는 사람들은 무엇 하려고 그런 일을 합니까? 죽은 사람이 정말로 살아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그들은 죽은 사람들을 위하여 세례를 받습니까? 그는 “죽은 사람을 위한 세례”를 언급하고 있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도 고린토 교인들은 예수 이전에 죽은, 그래서 회개하고 세례를 받지 못한 자기 조상들을 대신하여 세례를 행하였을 것이다. 이 대리 세례에 대한 언급은, 신약 성서 다른 .. 2023. 5. 26.
기독교와 술 3 보수적인 한국 개신교인에게, 금주는 기독교인이 되기 위한 불가침의 전제이다. 어찌하다가 그리되었을까? 그 역사적 과정을 되짚어 보아야 한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청교도의 유산을 지닌 미국 교회에서 강력한 금주 운동이 일어났고, 그 운동의 에토스를 지닌 사람들이 한국에 개신교를 세웠기 때문에 한국 개신교가 술 안먹는 종교가 된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미국 선교사들에게서, “기독교는 술 안 먹는 종교”라고 배웠고, 그 배움을 곧이곧대로 간직해왔다. 1차적으로는 한국에 온 선교사들이 술에 대해 엄격히 금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았고, 2차적으로는 일제시대 때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금주 운동이 있었다. 미국 종교사에서 금주 운동의 역사는 복잡하고, 또 그것이 한국 기독교사에서 어떤 식으로 수.. 2023. 5. 26.
기독교와 술 2 한국 개신교회와 금주(禁酒), 참으로 단단하게 밀착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많은 개신교인들이 술을 마신다. 그러나 술 마시는 교인들 중에서도 그걸 떳떳이 여기지 않는 이들이 많다. 적어도 “교회 다니는 사람은 술 마시지 말아야 한다.”라는 생각 자체는 비기독교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다. 금주는 한국 개신교인의 정체성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다음은 어느 게시판에서 읽은 글이다. 누가 썼는지도 모르겠고, 출처도 모르겠다. 어느 장로님의 글이 아닌가 싶다. 논리 정연한 글은 아니지만, 한국 개신교인의 술에 대한 입장이 솔직히 표현된 글이라고 생각된다. 제목부터가 눈을 사로잡는다. (다소 길지만 줄이기가 아까워 전문을 싣는다.) 술은 악마의 피다. 어느 교도소 벽에 낙서(落書)한 내용을.. 2023. 5. 26.
기독교와 술 1 예수님이 행한 첫 번째 기적은 무엇일까? 물론 복음서마다 다르다. 요한 복음을 따른다면,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은 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가 흔히 겪는 상황이다. 술자리가 한창인데, 술이 떨어지는 경우. 대부분 후배가 술심부름 갔다오게 되어 있다. 예수님이 그런 후배의 입장에 있게 되었을 때, 이 기적을 행한 것이다. 요한복음 2장의 앞대목이다. 사흘째 되는 날에 갈릴리 가나에 혼인 잔치가 있었다. 예수의 어머니가 거기에 계셨고, 예수와 그의 제자들도 그 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니,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말하기를 "포도주가 떨어졌다" 하였다. 예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그것이 나와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직도 내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 어머니가.. 2023. 5. 26.
복음을 전하는 것, 죄를 심는 것 다음은 미국에서 백인들이 아메리카 토박이들에게 선교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흔히 미국 인디언 선교 과정은 “문명화”로 요약되어 설명된다. 서구 성적 윤리의 주입은 그 문명화의 일환이었다. 평화롭게 살아가던 이들에게 백인의 성적 윤리를 강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별 탈 없던 삶이 사실은 악에 가득찬 삶이었다는 인식을 갖게 하고 죄를 고백하도록 하였다는 것은 참으로 주목해야할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시민법에 의해서 일부다처, 혼인한 사람들의 간음, 독신자의 간통이 불법으로 규정되었다. 이 중에서 독신자의 간통 문제가 지역 토착 문화의 가장 거센 저항을 받았다. 뉴 잉글랜드 정착자들(다시 말해, 백인)은 (원주민들의) 혼외 정사 뿐만 아니라 은폐되지 않은 성 행위에 대해서도 불쾌해 했다. 그래서,.. 2023. 5. 26.
성서로 노예제 정당화하기 성서가 악용된 사례는 무수하게 많다. 성서는 사실 워낙 다양한 목소리들을 담고 있는 텍스트인데, 다수의 사람들은 단일한 목소리를 갖는다고 믿고 있는 텍스트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로 성서보다 좋은 재료가 어디 있겠는가? 사실 맘 먹고 이용해 먹으려 든다면 어떤 주장에든 사용될 수 있는 게 성서이다. 사실 그 짓이 수천년 동안 글 꽤나 하는 종교인들이 해온 것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남북으로 갈라져 노예 제도에 대한 논쟁을 할 때, 성서는 양편에서 모두 널리 인용되었다. 이 중에서 남부의 목사님들이 사용한 성서 구절들을 살펴보자. 사실 성서에서 노예제를 옹호하기 위해 인용될 수 있는 부분은 지천으로 깔렸다. 유명한 몇 개 사례를 보자. 1. 황금률(The Golden Rule)이라는.. 2023. 5. 26.
우리나라의 "기독교"라는 언어 기독교(Christianity)라는 말은 세 전통을 아우르는 말이다. 개신교(Protestantism), 천주교(Catholicism), 그리고 정교회(Orthodox Church). 하지만 절대 다수의 한국어 용법에서 기독교는 그런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다. “무슨 종교 믿니?” / “기독교요.” “종교를 믿습니까?” / “기독교인이에요.” 이런 대화가 오고갔을 때, 기독교는 통상적으로 개신교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기독교 안에는 가톨릭이 포함되지 않는다. 기독교라는 말을 개신교가 독점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어의 심각한 현실이다. 미국 이야기를 잠시 들먹여야겠다. 미국에서 가톨릭 교회는 기독교의 한 교파(denomination)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단으로 인식되는 몰몬 교회(Mor.. 2023. 5. 26.
vision (환시幻視) 1. 종교적인 맥락에서 ‘비전vision’은 영적인 존재나 절대자를 만나 계시를 받거나 가르침을 받는 신비경험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영한사전의 뜻풀이에서 이 종교적 맥락을 알기는 쉽지 않다. 동아프라임(네이트 제공)의 풀이는 다음과 같다. vi·sion ━ n. 1 시력(sight), 시각; 시야; 관찰 2 [관사 없이] (시인·정치가 등의) 상상력, 직감력, 통찰력; 미래상, 비전; 선견지명 3 환상, 환영, 몽상; 환각, 환시 in a vision 허깨비로 have a vision 환영이 나타나다 4 보이는 것, 눈에 비치는 것, 모양, 광경 종교적 맥락의 의미는 3번에 해당한다. 사전에서는 부정적인 맥락을 강조한다는 점이 아쉽고, 종교의 전문용어로 사용된다는 설명을 누락한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2023. 5. 16.
굿판의 언어들 몇 해 전 어느 민속학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분 하시는 말씀이 한국 민속 종교에서 사용되는 어휘들을 잘 다듬는다면 종교학 학술 용어를 풍성하고 아름답게 할 수 있다는 거였다.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분이 든 몇몇 아름다운 예들은 아쉽게도 기억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서구 학계에서 학술용어를 만드는 방식은 일상 언어에서 길어올리는 것이다. “discourse”나 "power"와 같이 흔히 쓰이는 단어들에 새로운 의미를 담아낸다. 반면에 학술용어를 빚어내기보다는 받아들이기에 바쁜 우리 학계에서 학술용어를 만드는 방식은 주로 한자어 조어(造語)를 통해 알맞은 번역어를 찾는 것이다. 서양의 학술 용어가 일상에 밀착된 언어들로 구성된다면, 우리의 용어들은 갑자기 뚝 떨어진 외계어와도 같다... 2023. 4. 19.
기적의 종류 이승환의 노래 중에 "덩크 슛"이란 게 있다.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 내 평생 단 한 번만이라도..." 이승환처럼 키가 작은 한 소년이 덩크슛 해봤으면 하는 소망을 말하는 것이 노래의 내용이다. 그리고 노래의 말미에서 덩크슛의 소원은 이루어진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지만, 들릴 듯 말듯한 라디오 중계 방송 소리로 슛 장면이 중계된다. 그것은 한 현대 도시인의 꿈이다. 그것이 이루어진 것을 하나의 "기적" 이라고 표현한다면 깜찍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소망의 이루어짐을 기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수사법을 넘어서는 경우를 우리는 종교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흔히 기적은 초자연적인 신의 개입이라고 이야기된다. 예수의 부활에서 볼 수 있듯이 불가능함을 이루는 정도야 종교사에서 기적이라고.. 2023. 4. 18.
넷플릭스의 훌륭한 신종교 연구 작년 말에 쓴 포스팅을 다듬고 양념을 쳐서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로 기고하였다. https://crrc.tistory.com/2502 565호-넷플릭스의 훌륭한 신종교 연구 넷플릭스의 훌륭한 신종교 연구 news letter No.565 2019/3/12 인상적으로 본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Wild Wild Country)다. 이 다큐는 오쇼 라즈니쉬가 1980년대에 미국에 공 crrc.tistory.com 써놓고 보니 넷플릭스 광고처럼 되어버렸다. 연구자들도 넷플릭스 정도는 봐주어야 한다는 이상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글이 마무리되었기 때문이다. 순간적인 느낌이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관심 대상이 된다면) 이 자본력 앞에서 학문의 판도도 확 바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 2023. 4. 17.
하느님의 올바름을 묻는 요즘 영화들 하느님의 올바름을 묻는 요즘 영화들 543호-하느님의 올바름을 묻는 요즘 영화들 하느님의 올바름을 묻는 요즘 영화들 news letter No.543 2018/10/9 세상이 이 모양인데 하느님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건가? 서구 유일신 전통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일들을 겪을 때마다 세계관에 대한 crrc.tistory.com 위의 링크는 이번에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뉴스레터에 실은 글이다. 요즘 새로 공부한 내용이 없다보니 평소 강의 때 하던 이야기를 글로 풀어 썼다. 짧은 분량의 글이라 몇 편의 영화만 그것도 해당 장면만 불친절하게 언급해서 줄거리를 모르는 독자는 좀 안 와닿을 수도 있다. 더 다룰만한 영화도 많은데 분량 때문에 생략했다. 깊이 있게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신정론 주제를 건드리는 영화가 많다.. 2023. 4. 17.
세계 종교 수업 시간에... 며칠 전 “세계의 종교” 수업 시간의 칠판을 그대로 옮겨 본다. 이 수업은 일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문 강의로, 난 조교로서 이 수업에 참관한다. 보시다시피 동아시아 종교를 다루는 대목이다. Taoism cosmic harmony / social harmony Chuang-Tuz, Holiness=Simplicity, power=relation to Tao Tao Te Ching, yin/yang, Wu-Wei Reality: process, dynamic flow human being: essentially good Confucianism Confucius, Chun-Tzu=superior man Li = principle of Harmony, Yi = internalization Jen(Ren).. 2023. 4. 16.
삶을 문자화한다는 것 “삶을 문자화 한다는 것, 그것은 문화적인 폭력일 수 있다.” 다소 거칠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주제가 요즘 학계에서 자주 제기되는 문제의식 중 하나인 것 같다. 아사드(Talal Asad)의 (The Genealogies of religion) 5장은 번역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국 인류학자들의 글을 분석하면서, 그는 인류학자들, 특히 상징을 다루는 학자들의 작업에는 “상징은 언어적 의미로 완전히 이해가능하며, 따라서 우리의 언어로 번역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얼핏 보면 당연하게 보이는 전제이다. “그들”을 이해하는 것은 그들의 상징 체계, “상징들이 의미하는 바”를 캐내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 번역이라는 것, 일종의 문화적 호완성을 만드는 것이다... 2023.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