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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114

종교적인 것의 시대 아래는 최근 탈종교 상황을 개괄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쓴 글이다. 2020년 2월호에 기고한 글이다. 쉽게 쓰겠다던 애초 생각은 금방 헝클어져 여러 주제가 섞여 들어갔다. 방향이 여러 갈래이니 쉽게 읽히기는 글렀다. 아울러 한국의 무종교 인구에 관해 더 정리된 글을 써보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종교적인 것의 시대 필자는 수년간 대학에서 종교학 교양 수업을 강의하고 있다. 종교와 무관한 국공립대학의 학생들을 상대하다 보니 이들을 통해 종교에 대한 한국 사회 일반의 정서를 느끼게 된다. 2015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종교인구는 44% 정도이고, 20대의 종교인구는 35% 정도이다. 필자가 강의실에서 체감하는 바가 통계와 비슷하다. 요즘 대학생 중 종교가 있다고 말하는 학생은 열 명 중 세 명 정도이다. .. 2023. 6. 4.
인디언 기우제 “인디언 기우제”는 작년 말의 유행어이다. 유시민 작가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한 표현이다. 죄가 있어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죄가 있다고 믿고 뭔가가 나올 때까지 계속 수사를 들이미는 것을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라고 불렀다.(2019년 12월 3일 알릴레오) 이 표현은 호응을 얻어 인터넷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올해 초에는 진중권이 “비는 기우제를 드리자마자 주룩주룩 내렸다”라고 되받아치면서 뜻이 더 혼탁해졌다.) 여기서 인디언 기우제란 인디언들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 결국 비가 온다는 뜻이다. 나는 검찰에 대한 유시민의 비판에 동의하지만 이 표현에는 동의하기가 힘들다. 인디언을 무도한 검찰에 빗댄 것은 인디언의 명예훼손이고, 인디언이라는 한 무리의 사람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을 .. 2023. 6. 4.
선교사의 만남의 경험과 우상숭배 우상숭배라는 주제로 청탁 받은 글로, 11월호에 실렸다. 잡지에 실린 것과 동일한 원고는 아니다. 기고글에 분량 제한이 있기 때문에 찾아놓고 넣지 않은 자료들을 아래에는 대괄호 속에 삽입하였다. 대부분은 논지를 흐리거나 불필요해서 제외한 것이지만 아래엔 그냥 남겨두었다. 철저하게 선교사 용법에만 근거를 두고 정리한 우상숭배 개념이다. 선교사의 만남의 경험과 우상숭배0. 일반적인 여행과 마찬가지로 선교는 낯선 문화와의 만남의 경험을 동반한다. 그러한 만남의 순간에, 특히 종교적 만남의 순간에 선교사가 처음 접한 문화적 정황을 포착할 적절한 언어를 찾지 못하는 경우는 빈번하게 있으며, 새로운 용어를 찾기 전까지는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언어를 활용하여 타자를 묘사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된다. 선교사들이 언급하는.. 2023. 6. 4.
이야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 (책 광고) 내가 쓴 글이 포함된 책이 나왔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서 발간된 뉴스레터 내용을 골라 뽑아 만든 책 (모시는사람들, 2018). 이 책은 연구소 3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된 책으로, 이만큼 많은 종교 전문가가 이처럼 다채로운 주제들에 대해 발언해왔다는 연구소의 자부심이 담긴 책이다. 나는 37인의 저자 중 한 명이자 53편의 글 중 두 편으로 참여하였다. (책에 실린 글의 옛 형태는 이 블로그에도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일차적으로 연구소의 30년 생존에 대한 자축의 성격을 갖는다. 연구소를 소개하는 데 주로 할애된 머리말은 이를 보여준다. 연구소와 인연 있는 분들이 나눠 가진 것만으로도 재고가 상당히 충당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이 일반 독자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나도 그것이 궁.. 2023. 6. 4.
메리 더글러스 (책 광고) (커뮤니케이션북스, 2018) 책 한 권 번역한 것이 인연이 되어, 혹은 발목이 잡혀 인류학자 메리 더글러스의 이론을 소개하는 작은 책을 냈다. 종교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인류학자 해설서를 쓰다니, 이것은 본업에서 이탈한 것인 동시에 그만큼 더글러스가 종교학에서 중요한 이론가라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더글러스에 대해 종교학의 입장에서 쓴 편파해설서이다. 한편으로는 종교를 공부하면서 그에게서 배운 것에 고마워하며 주요 개념들을 정리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학문에서 종교는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궁금해하며 글을 썼다. 나는 더글러스의 개인사에 대해서 전혀 모른 상태에서 몇 년 전에 그의 책을 번역했는데, 이번에 그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고 이런 것도 모르고 번역을 한 게 .. 2023. 6. 4.
치아와 종교 이번에 한국종교문화 연구소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에 실린 글이다. 내가 일하는 곳의 여건 때문에 애정을 갖게 된 종교 현상들을 간단히 언급했다. 언젠가 논문으로 쓰려고 눈독 들인 현상들. 치아와 종교 치의학대학원에서 강의를 한 지 일 년이 되었다. 이 분야에서 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시작한 일이었다. 의료의 목적은 단순한 통증의 경감이 아니라 인간이 느끼는 고통의 감소이다. 환자를 단순한 물리적 치료 대상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만나야 한다는 각성이 의학계를 바꾸고 있다. 따라서 의료 교육에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적 접근은 중요하며 종교학은 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오늘날 좋은 의료 교육기관이 되기 위해 인문학 교육은 필수이며, 치의학대학원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새.. 2023. 6. 4.
연애와 종교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에 개제된 칼럼. 오래 전에 습작한 글 “새로운 주술론, ” 이후에 발전된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잘 되지는 못했다. 좀 더 현실감 있는 이야기와 엮을 생각도 있었는데 분량이 다 되어 책 메모로만 끝났다. 미리 기고했다가 연구소 사정으로 한 달 묵혀둔 글인데, 그 사이 시국이 급변하는 바람에 세상 분위기와는 매우 다른 생뚱맞은 글이 되었다. [이 글은 수정, 보완하여 다음 책에 수록되었다.한국종교문화연구소, (모시는사람들, 2018).] 연애와 종교  사랑은 종교를 비유하여 설명하는 가장 오래된 방식 중 하나이다. 당장 떠오르는 아가서와 각종 신비주의 문헌들을 비롯해 종교사 전반에 걸쳐 논할 자료들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내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그중에서도 현대인의.. 2023. 6. 4.
종교혐오 시대에 종교 가르치기 거의 몇 년 만에 대학신문을 펴보았다. 내 글이 실렸기 때문이다.(마음에 들지 않는 내 얼굴 사진이 작게 나오도록 찍었음.) 강사들이 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 코너에 원고 청탁을 받았다. 코너 성격상 꼰대 스타일의 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각이다. 안 그러려고 종교학 강의 홍보 쪽으로 쓰긴 했지만 훈계조는 어쩔 수 없다. 아래에 비슷한 제목으로 올린 메모(종교혐오 시대에 종교 공부하기)에 좀 저 말랑말랑한 소재를 집어넣고 제법 교훈적인 마무리를 덧붙여 완성한 글이다. 종교혐오 시대에 종교 가르치기 “종교가 없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연애 관련 팟캐스트 '불금쇼'의 한 출연자가 연애 상대의 조건으로 한 말이다. 종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하는 말이었다. 여기서 출연자가 언.. 2023. 6. 4.
종교는 무엇에 담겨 전달되는가? #1 미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한 무슬림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올렸다. “쿠란의 디지털 파일을 삭제하면 신성모독인가요?” 쿠란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규율을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도 적용해야 하느냐는 이 질문에 대해 채택된 답글은, 불경한 의도를 갖지 않고 즉 공경하는 마음을 가진 채 파일을 삭제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부가적인 반응으로는 화면에 디스플레이된 상태의 쿠란은 신성하지만 파일 상태는 그렇지 않으므로 삭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2 몇 년 전에 한국종교문화연구소 홈페이지를 활성화하기 위한 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한창 블로그에 빠져 있던 나는 홈페이지를 연구자들의 팀블로그 형식으로 운영해보자는 의견을 냈다. 내 의견에 대해 한 선생님이 게시판에 올릴 같은 내용을 .. 2023. 6. 3.
종교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종교신문”에서 무려 “차세대 종교학자와의 대담”이라는 거창한 표제 하에 내 이야기로 한 면을 채워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기자가 달아준 제목은 약간 부끄럽지만 종교인이 대부분인 독자층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다. 내 사진은 부담스럽지만 생긴 대로 찍힌 것이기에 더 욕심을 낼 여지는 없다. 기사 내용 대부분은 내가 말한 내용들이 거의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만족스럽다. 내용상 약간 축약된 부분과 부드럽게 처리된 부분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배려로 이해된다. 제도권에 들어왔다고 보기 힘든 나를 신문 지면에 초대해 준 계기는 블로그였다. 그래서 마지막에 내 블로그를 언급해준 것도 의미가 있다. 순전히 블로그를 읽고 이런 인터뷰를 제안해준 기자에게 감사드린다. 종교학은 편협한 생각의 틀을 깨는 혜안의 지혜를 알려.. 2023. 6. 3.
빅데이터와 종교 연구 두 달 전 쯤 연구모임 소식지에 쓴 간단한 글이다. 거창한 제목에 이런 저런 말을 했지만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종교연구자들이여 가끔 엔그램 하고 놀자.” 1. 요즘 유행하는 ‘빅데이터’라는 것이 혹시 내 공부와도 연결될 수 있을까 궁금해서 책을 조금 뒤적거려 보았다. (세종서적, 2014)에는 빅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여러 사례들이 나온다. 누군가는 쇼핑카트로부터 정보를 수집하여 구매 패턴과 브랜드 충성도를 분석한다. 누군가는 블로그 글들을 수집하여 성향에 따라 인간군을 선별한다. 선별된 인간 유형은 마케팅, 선거 전략, 수사, 연애 사업 등에 활용된다. 이전 같으면 별 쓸모가 없는 잡스러운 정보들이 ‘많음’을 바탕으로 새로운 쓸모를 찾아나가는 방식이 흥미롭다. 하지만 돈을 벌거나 실제적.. 2023. 6. 3.
종교와 동물 1년이 넘도록 학술적인 글을 생산하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내 글이 실린 출판물이 나왔다. 논문 모은 책 치고는 편집에 신경 써준 듯하여 고마운 마음. 재작년에 쓴 논문을 보완해 출판한 것이긴 하지만 양적으로는 한 편의 글이 나온 셈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올해는 글이 쏟아져 나오기를 희망한다! 멋들어지게 쓴 글은 아니지만, 논문 형식의 답답함을 벗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내용으로는 애정이 좀 있는 글이다. 짧은 미국 생활 동안 '북미원주민'에 대해 배운 내용이 반영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배운 성찰을 잘 발달시키지는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지만, 배울 당시의 풋풋한 느낌이 추억처럼 이 글에 남아 있는 듯 하다. 박상언 엮음, (모시는 사람들, 2014). 2023. 6. 3.
20분에 전달되는 한 종교의 모습 오랜만에 올리는 글인데, 새로운 내용은 아니고 전에 올린 내용을 가공해 기고한 글. 사우스파크, "몰몬교에 대한 모든 것”을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짧게 재구성하였다. 짧은 분량의 글이라 서술이 충분치 못한 부분이 있다. 이 글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모시는사람들, 2018)에 수록되었다. “몰몬교인의 모든 것” 최근에 3년 남짓 이런저런 종교학 강의를 해오면서, 나에게 발달한 부분이 있다면 영상물을 사용하여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법일 것이다. 조금 생뚱맞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에서 소개하고 싶은 것은 내가 매우 수업 시간에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영상물인 시즌7 제12회 “몰몬교인에 대한 모든 것All About Mormons”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22분 정도이기 때문에 다른 영.. 2023. 6. 3.
원시종교 강의를 시작하며 소위 세계종교 지도라는 것을 보면 그 자의성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한국은 중국종교를 의미하는 갈색으로 칠해져 있다. 물론 엉터리다. 그렇다고 딱히 다른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지도에는 불교 색으로, 어떤 지도에는 기독교 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그 어느 것도 한국인의 종교적 삶을 일방적으로 단순화한 것에 불과하다.) 많은 신자를 보유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전파된 주요 종교인 세계종교. 그러나 지도에는 그것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세계종교를 헤아리고 남은 공간을 채워주는 ‘기타 등등’의 종교가 있다. 옛날 표현으로는 원시primitive 종교, 요즘 순화된 표현으로는 기초primal 종교, 부족 종교, 토착indigenous 종교 등으로 불리는 종교들이다. ‘원시종교’는 세계종교의 잔여 범.. 2023. 6. 3.
종교학의 테크 트리 종교학과의 첫 만남을 만들어주는 1학년 전공과목을 준비하다 보니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다. 그중에서도 학생들이 이 학문을 배우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는지에 대해 반성할 부분이 많이 눈에 띈다. 얼마 전 한 선생님께 종교학도 테크 트리를 제대로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투정을 부린 적이 있었다. 무엇이 준비 단계이고 무엇이 고급 단계인지 온통 헝클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목들의 체계 문제라기보다는 그 체계를 운영하는 현실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일단 내가 아는 몇몇 체계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내가 나가고 있는 한 종교학과의 과목 체계. 단순한 편의 구성이다. 큰 줄기는 이론 분야와 전통 분야이다. 이 두 계열의 각 분야들이 고루 섞여 있고 그것이 1,3,4학년에 배치되어 있다. 이 체계는 좀 고.. 2023.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