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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90

토테미즘과 프로야구: 롯데 갈매기 1. 토테미즘과 프로야구 팀 프로야구 팀들의 상징들이 기능하는 방식을 보면, 나는 토테미즘이라는 종교현상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토테미즘의 중요한 특성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다. 1)주변에서 볼 수 있는 성스러운 동물들을 이용하여 세계의 분류체계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한 부족을 이루고 있는 12씨족들에 각각 해당하는 동물을 지정한다. 2)동물을 부여받은 무리에 속한 성원들은 그 동물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말해진다. 예를 들어 곰 씨족의 사람들은 곰의 후손들이라고 불리며 곰의 성질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곰을 먹지 않는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씨족의 정체성을 갖는다. 현재 프로스포츠, 특히 프로야구 팀들의 마스코트가 작동하는 방식에는 이 토테미즘의 원리가 살아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야구의 세계는 .. 2023. 6. 2.
일제 사진을 통해 읽은 민속종교 큰 사진들을 사용하여 올린 발표용 포스트. 무라야마 지준의 사진을 모아 낸 책 의 서평으로 쓴 것인데, 내용이 다소 확대되어서 사진 자료를 통해서 한국 종교를 어떻게 읽을지에 대해서도 좀 건드리는(건드리고 싶어하는) 글이 되었다. 화면이 커서 글을 읽기엔 좀 산만하겠지만... 일제 사진을 통해 읽은 민속종교 무라야마 지준(사진), 노무라 신이치(해설), 고운기 옮김, (이회, 2003) 1. 사진으로 종교를 읽다 최근 종교학계에서는 시각 자료를 통해 종교를 읽어내려는 관심이 늘고 있다. 대표적 예로는 사진을 통해 미국 대공황기의 종교생활을 섬세하게 읽어낸 맥다널(Colleen McDannell)의 (Picturing Faith)를 들 수 있다.1) 그녀는 1930년대 말 미국 정부 주도로 수집된 사진 자.. 2023. 6. 2.
책이라는 물질과 학문 1. 내가 (푸른역사, 2007)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대목은 책이라는 물질적 존재가 학문을 일으키는 바탕이 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일깨우는 장면들이었다. 특히 한국 성리학의 발달이 책의 공급에 의해 좌우되었다는 (얼핏 보면 유물론적일 수도 있는) 필자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 상식으로는 고려 후반인 1300년경 성리학이 전래됐고, 성리학을 국가 이데올로기로 삼아 1392년 조선이 건국된 것으로 알고 있다. 성리학 전래로부터 약 100년 이후 성리학에 입각해 조선이 건국됐으니, 건국 당시 성리학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해다. 1300년경에서 1392년까지 전래된 성리학 서적은 , , 등 몇 종에 지나지 않았고, 그 이해의 수준도 낮았다.(87) 사정이 좀 나아.. 2023. 6. 2.
하비에르, 그 이름 한글의 발음 표기 능력이 우수한 탓이라고 생각되는데, 우리나라에서의 외국 인명 표기는 어떻게 보면 지조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하게 바뀐다. 발음 표기가 제한된 일본어나, 잘은 모르겠지만 중국에서도 그러리라 생각되는데, 외국인명이나 지명 표기가 한 번 정해지면, 그것이 아무리 원어 발음과 동떨어진다고 해도, 고집스레 처음 표기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수시로 바뀌면서 원래 발음에 다가가려고 한다. 한문의 제약이나, 가타카나의 제약에 비해 다양한 발음 표기가 가능한 한글을 사용하여 계속적인 수정이 이루어진다. “외국인 표기에 있어서는 그것을 받아들인 문화권의 관습의 역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늙은 학자들의 볼멘소리가 무색해진다. 나는 이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물론 한글로 다른 .. 2023. 6. 2.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있어 종교적 이미지로서의 기차 “기술 문명의 발달이 종교적 상상력과 어떻게 만나는가?”라는 물음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이 문제에 대하여 전에 살짝 운을 뗀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들의 종교적 상상력에서 기차라는 운송 수단이 어떻게 그려졌는가를 분석한 글을 읽게 되어 몇 가지 사례들을 간단히 정리해 놓는다. 다음 글에서 뽑은 내용이다. John M. Giggie, ""When Jesus Handed Me a Ticket": Images of Railroad Travel and Spiritual Transformations among African Americans, 1865-1917," David Morgan & Sally Promey (ed.), The Visual Culture of American Reli.. 2023. 6. 2.
새로운 주술론, <비밀번호486> 종교를 설명하는 것과 연애를 설명하는 것에는 비교할 거리가 풍성하다. 그 비교가 위험에 빠지는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종교와 사랑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관점들을 많이 얻게 된다. (이런 논의는 학자들의 글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내가 최근에 본 것으로는 메소포타미아 종교에 대한 보테로의 글이 기억난다.) 기본적으로 종교와 연애는 삶(흔히 사소한 일상들)을 의미화하는 과정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기억이나 추억에 의해서 전에는 사소하던 어떤 장소나 때나 사물이 성스러운 것이 되는 과정에 대해서 할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의미화의 기본 구조는 종교나 연애나 동일하다. 미지의 타자에 다가서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둘의 공통된 양상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성(異性)을 완전히 파악.. 2023. 6. 2.
냄새 없는 종교 1. 감각의 문제에 관련된 종교사 연구를 많이 한 클라센은 에서 근대 문화에서 냄새가 본능의 영역으로 쫓겨나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 서구에서 냄새가 평가절하된 것은 18,9세기에 벌어졌던 감각에 대한 재평가 작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이 시기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은 이성과 문명을 주도하는 감각은 시각이며, 이와 반대로 후각은 광기와 야만의 감각이라고 규정했다. 다윈과 프로이트 등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후각은 뒤쳐지고 시각이 우선권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냄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현대인은 진화가 덜 된 야만인, 타락한 프롤레탈리아트이거나 변태, 미치광이, 천치 같은 비정상인이라고 간주되었다. 유럽의 지식 엘리트들에 의해 이루어진 냄새에 대한 이 같은 강력한 폄하는 후각의 지위에 오래도록 영.. 2023. 6. 2.
“성(聖)과 속(俗)”에서 “진(眞)과 속(俗)”으로 이 글은 원래 김형효의 에 대한 서평 과제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김형효는 원효나 불교 전공자도 아니고, ‘원효 책의 서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솔직한 목표를 위해 그 책을 썼고, 나는 그러한 목표에 맞게 김형효 덕분에 원효의 서문(述大意)을 다시 읽어보고 이해하고 그 구조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김형효 책에서 얻은 것은 거기까지였다.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김형효가 주장하는 존재론적 혁명과 같은 이야기들은 그의 장광설이라 생각하지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한 것을 비판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필요한 일도 아니다. 그런 것보다는 그를 통해 원효 텍스트에 대한 이해가 생긴 것에 고마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형효를 통해 원효를 읽자, 전에 가졌던 관심, 즉 .. 2023. 6. 2.
종교경험 언어들의 번역 사정 서양 사람들에게 동양의 종교 언어들이 가진 신비함은 다음과 같이 예기치 못했던 효과를 자아낸다. 1997년에 출판된 (영어) 책 명단에는 “Zen”(禪)이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197개의 제목들이 있었다. 그들 중 77개는 선(禪)을 생활의 어떤 분야에 적용한 지침서들이다. 이 중에는 , , 심지어는 도 있다. 같은 유형이 도교에 대한 대중 서적들에도 나타난다. , , 등. (Thomas Tweed & Stephen Prothero (eds.),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9), 339.) 그들은 선이나 도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말에 무언가가 있는 듯 싶어서 많이들 사용한다. 정체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무언가 대단한 것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2023. 6. 2.
종교의 짜장면 1. 내 입맛은 전형적인 한국식은 아니다. 매운 것 잘 못 먹고, 김치 많이 안 먹고, 특히 국이나 찌개에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 이런 입맛은 미국 가서 생활할 때 편하게 작용하였다. 예외적일 때를 제외하고는 국 없이 밥, 고기 반찬, 김치, 그리고 물(때로는 콜라!),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그래도 가끔 한국 음식을 그리워했다. 내가 그리워한 한국 음식은 된장찌개가 아니었다. 가장 생각났던 음식은 짜장면이었다. 나는 미국 있을 때 중국 식당에 참 많이 갔는데 물론 거기엔 짜장면은 없다. 그 다음 생각난 것은 돈까스였다. 돈까스가 포크 커틀릿(pork cutlet)의 변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왜인지 미국에서는 폭찹(pork chop)은 있어도 돈까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끔은 한국의.. 2023. 6. 1.
빼빼로 먹으며 요즘은 빼빼로가 제철이라 싱싱하고 가격도 싸다. 우리 동네 슈퍼에서는 여섯 봉다리가 든 빼빼로 큰 통을 2200원에 판다. 만족스러운 가격이라 몇 통 사와서 책장에 빼빼로를 가득 꽂아놓고 먹고 있는 중이다. 나에게는 성스러운 날 대접을 못 받고 있지만, 이 날이 의미가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내가 대충 봐 온 것에 따르면, 일시적 유행처럼 보였던 이 날이 해가 갈수록 사그라지기는커녕 점점 힘이 붙어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된 날로 인정받는 분위기이다. 이제 거의 십년이 된 것 같다. 이 날의 경과에 대한 한 기사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빼빼로데이의 유래는 1994년 부산에 있는 여중고생들이 1의 숫자가 네번 겹치는 11월 11일 친구끼리 우정을 전하며 '키 크고 날씬하게 예뻐지자'는 의미에서 빼빼로.. 2023. 6. 1.
카치나, 뭉게구름 카치나(Kachina)는 북미 원주민 주니족, 호피족에서 영적인 존재를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는 호피족의 예를 통해서 내가 이해한 것을 대강 정리해본다. 카치나는 호피족의 생활을 돌보아주는 영적인 존재들인데, 기본적으로 카치나를 이루는 것은 돌아가신 조상의 영이다. 조상들 중 훌륭한 분들은 하늘로 올라가서는 서쪽으로 이동한다. 그리하여 조상들의 기운은 호피족의 신성한 산인 샌프란시스코 봉(San Francisco Peaks)에 모여들어 거기서 구름을 형성한다. (샌프란시스코 봉은 플래그스탭 바로 북쪽에 위치한, 애리조나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Snowbowl"이라는 스키장이 있는 이 산은 호피 보호구역으로부터는 꽤 떨어진 곳이지만 여전히 그들의 성스러운 순례지이다.) 애리조나 북동부 건조한 고산지대에 .. 2023. 6. 1.
종교가 답해주는 물음 곡식 창고가 무너져 깔려죽은 사람 이야기는 아잔데인의 주술에 대한 에반스 프리차드의 설명에서 등장하는데, 내가 참 좋아하는 부분이다. “종교가 답해주는 물음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주제에 대해서 구체적이면서도 명징한 깨우침을 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종교학자들 사이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로, 언젠가 어느 개론 책에서도 보았던 것 같다. 더글러스 책에서 만난 이 부분을, 꽤 길지만 그냥 죽 옮겨보았다. (에반스 프라차드의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글러스 책에서 옮김.) 낡고 썩은 곡식 창고가 무너져내려 그 그늘에 앉아있는 사람을 죽게 했을 때, 그 사건은 마법의 탓이 된다. 아잔데 사람들은 낡고 썩은 창고가 무너지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사람이 몇 시간씩 그 그늘 아래 앉아 있다보면 날이 흐.. 2023. 6. 1.
페티시즘(fetishism) 페티시즘(fetishism), 혹은 주물숭배는 종교 현상에서 유래한 말이되 종교 현상을 기술하는 용어는 못 된다. '주물숭배'라는 종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특정 사물에 대한 경배, 그럴듯해 보이지만 오해에서 비롯한 서술이다. 묵주 기도를 하는 천주교인이나, 탑돌이를 하는 불교인들도 이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렇게 기술될 수 있는 것이다. 페티시즘은 1700년대 유럽인이 아프리카인들의 종교 생활을 서술하면서 쓰이기 시작한 용어이다. 주목할만한 것은 페티시즘이 아프리카인들의 종교를 서술하는 용어가 아니라 “종교 없음”을 서술하기 위한 용어였다는 것이다. (David Chidester, Savage System, p.13.) 유럽인 여행자 로이어(Godefrey Loyer)의 1714년의 기록에 보.. 2023. 6. 1.
불교-비불교 논쟁 라는 불교 언론에서 한국SGI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한국SGI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벌인다는 기사였다. 한국SGI가 그 동안의 탄탄한 성장을 바탕으로 활동을 개진하고 있는데, 일본 이미지가 최악인 지금 상황에 적응하여 독도 망언 규탄대회를 여는 등 왜색 종교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현명함도 엿보이면서 석탄일을 잘 치룬 모습이다. (*최근 SGI의 활동은 종교계 전반에서도 주목받는 흐름인 것 같다. 의 다음 기사 참조. 한국SGI, 대중화 시동거나 ) 그런데 의 시선이 삐딱하다. 신문의 논조는 한국SGI가 불교로 취급되어도 되는가라는 문제제기이다. 기독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단 시비가 불교판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기사 마지막 부분의 내용이다. 불교계가 우려하는 부분도 바로 이런 점이다. 한국불교와는 상.. 2023.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