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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배움/출판물

메리 더글러스

by 방가房家 2023. 6. 4.
(책 광고)
<메리 더글러스> (커뮤니케이션북스, 2018)

책 한 권 번역한 것이 인연이 되어, 혹은 발목이 잡혀 인류학자 메리 더글러스의 이론을 소개하는 작은 책을 냈다. 종교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인류학자 해설서를 쓰다니, 이것은 본업에서 이탈한 것인 동시에 그만큼 더글러스가 종교학에서 중요한 이론가라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더글러스에 대해 종교학의 입장에서 쓴 편파해설서이다. 한편으로는 종교를 공부하면서 그에게서 배운 것에 고마워하며 주요 개념들을 정리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학문에서 종교는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궁금해하며 글을 썼다. 나는 더글러스의 개인사에 대해서 전혀 모른 상태에서 몇 년 전에 그의 책을 번역했는데, 이번에 그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고 이런 것도 모르고 번역을 한 게 미안해지기도 했다.
무책임할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소화한 만큼만 썼다. 그래서 더글러스의 학문 세계의 극히 일부만 담긴 소개서가 되었다. 인류학 입장에서 조명하는 책은 언젠가 나오겠지... 나는 더글러스의 책을 읽고 번역할 때 참 어려운 적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통찰력은 많이 언급되지만, 그의 저서가 실제로 읽히는 것은 많이 못 보았다. 그래서 내가 최대한 노력한 것은 더글러스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위험은 있다. 대가의 이론을 내 수준에서 쉽게 표현하다 보면 그저 그런 이야기로 전락할 수는 있다. 내 ‘번역’의 미숙함 때문에 그런 걱정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최대한 우리 이야기 속에 더글러스 이론을 담고 부드럽게 하고 싶었다. 이런 책은 자체로 가치를 갖기보다는, <자연 상징>을 포함한 더글러스의 원저에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들이는 데 가치가 있는 거니까.
 
(*컴북스이론총서는 내노라하는 이론가들을 다룬다. 그러다보니 책 표지의 인물사진들이 볼만하다. 하나같이 날카로운 시선과 고뇌에 찬 관상들. 그 사이에 더글러스는 맘씨 좋은 아주머니 얼굴을 하고 있다. 해상도가 높지 않은 사진을 써서 후덕한 인상을 더해준다.
**오늘 검색해보니 뛰어난 지식인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한 <오리지널 마인드>라는 책이 번역되어 출판되었고, 경계를 뛰어넘는 지식인 중 한 명으로 메리 더글러스에 대한 인터뷰도 실려 있었다. 그가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의 한 명으로 포함되었다는 것은 내 책의 홍보 요인이 되는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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