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자료278 만남 이야기들 에는 한국인들과 기독교의 만남의 양상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들이 떼거지로 나온다. 이런 자료들을 찾아다니는 나로서는 감사할 노릇. 다만 이 책에서 견지하고 있는 신학적 관점에는 이론이 있다. 전통의 상징체계와 기독교 상징체계의 상호교섭을 일종의 난맥상으로 보고 이런 것을 고쳐 “기독교 정통”을 잘 배워야 한다는 일종의 계몽적인 태도가 은연중 드러난다. 관점의 차이야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내 입장에서 볼 때는 좀 아쉽다. 새로운 이론적 성찰의 조명을 받고, 기독교사를 서술하는 새로운 언어를 구성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좋은 자료들이기 때문이다. 하긴 내가 매달리고 있는 게 그런 작업인데, 나 역시 아직 그럴듯한 언어를 제공하지 못하는 마당에 남 작업에 아쉽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할 처지는 못된다. 이제 다 .. 2023. 4. 20. 수용과 만남 그렇다면 우리는 종교문화의 만남이란 본질적으로 하나의 상징/표상과 또 다른 상징/표상과의 만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그것을 종교문화의 ‘수용’이라고 언표한다면 그것은 다른 ‘우주론’과 ‘신화-논리’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수용’이라는 개념은 문화 현상의 기술에서는 그 적합성을 승인받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수용’에 대칭되는 ‘만남’의 개념이 지닌 함축을 고려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용이란 이미 사실 기술 개념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기독교를 한 사람의 삶 전체를 관장하는 우주론이라고 생각한다면, ‘기독교 수용’이라는 표현은 참 가볍다. 우주론은 다른 것과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지 전면적으로 교체될 수 있는 .. 2023. 4. 20. 구체적인 죄 개념 한국 기독교 수용의 핵심적인 부분인 죄 개념에 대해서 이처럼 구체적이고 명료한 분석을 본 적이 없다. 읽으면서 고마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찌 이것이 충남에 제한된 이야기겠는가. 우리 나름의 죄 개념 형성 과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의 신앙 양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충남의 기독교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중요한 종교적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 성원들이 죄를 충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죄에 대한 정서적 강박관념과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죄 개념은 정통 기독교의 원죄에 대한 강조나 인간의 철저한 한계에 대한 고백이 결여된 채 오로지 “행위의 죄” 또는 “도덕적인 죄”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고민하고 가슴 철렁 .. 2023. 4. 20. 초기 한국 기독교의 영광스러운 이미지 아직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참 좋은 시도이고 내가 찾던 책이라는 확신이 든다. 연구대상과의 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것이 한국에서 이루어진 대부분의 기독교사 연구의 문제들이고, 이것이 숨겨진 전제로 계승되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한 접근 방식의 장단점을 논하는 식으로 초점을 흐리고 싶지 않다. 그것은 학문으로 성립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 기독교 수용 과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결여된 접근방식이다. 한국의 초기 기독교인들은, 현재 한국 기독교에 편만해 있는 초기 선교사들과 한국기독교의 초창기에 대한 ‘영광스러운 이미지’에 묻혀 딴 나라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다. 즉 ‘가난하고 순박했던 그들은, 매우 온정적이었던 선교사들을 만나, 기독교의 정순한 복음을 훌륭하게 흡.. 2023. 4. 20. '바로 옆에 있는 타자' 개념 뒤집어보면, 남을 열나게 욕하는 것은 '우리'의 존재를 가능케 하기 위한 것이란 점, 타자 개념은 자아 개념을 확립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점에 대해, 조나단 스미스는 종교사의 사례들을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멀리 있는 타자보다는 인접해있는 타자가 더 위험하고 문제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멀리있는 다른 종교보다는 같은 교단 안의 적에 대해 이단이라고 소리치며 피터지는 싸움을 하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이다. 유사성과 정체성의 문제는 특히 종교의 담론이나 상상력에 널리 나타나는 것 같다. 그리하여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자기들을 외부에서 온 사람들인 양 꾸며 정복자 신화를 창조해서, 자기 주변의 비슷한 사람들 (그 방법이 아니면 구분될 수 없는 사람들인) 가나안인들과 자기를 차별화한 것이다. 바울은 유대인이나 그리스 .. 2023. 4. 20. 주니페로의 기록 중에서 비슷한 고도에서 이방인(캘리포니아 원주민) 두 명이 다시 보였다. 우리 인디언들이 가서 도망가지 못하게 주의하면서 그녀석들을 잡아왔다. 한 녀석은 우리 손에서 빠져나갔으나 다른 한 녀석은 다시 잡혔다. 우리 인디언들은 그 녀석을 묶얶다. 이건 필요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 녀석은 자신을 데려갈 수 없다고 항변하면서 무릎과 다리가 까질 정도로 땅바닥에 세게 꼴아박았기 때문이다. 결국은 그 녀석을 내 앞에 데려왔다. 내 앞에 데려와서는 무릎을 꿇렸다. 나는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요한의 복음서를 낭송하였다. 성호를 긋고나서 풀어주었다. 그는 극단적으로 겁먹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를 정부 관리에게 데리고 가서 안정시키려고 노력하였다. (George Tinker, Missioanry Conquest, .. 2023. 4. 20. 혹정필담에서 “혹정필담” 편은 연암이 중국의 선비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것인데, 연암과 왕혹정이 천주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대목이 나온다. 둘 다 천주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왕혹정은 기독교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저 이른바 야소는 마치 중국말에 현인을 군자라 하는 것과 번속에 승려를 나마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야소는 정성을 다해 하느님을 공경하며 온세계에 교리를 전했으나, 나이 서른에 극형을 입었으므로 그 나라 사람들이 몹시 애모하여 야소회를 설립하고는 그의 신을 높여 천주라 하였답니다. 그리고 그 교에 들어간 자는 반드시 눈물지며 슬퍼하여 잊지 않는다고 합니다.” 성글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날카로운 맛이 있는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를 약자들의 원한 감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 2023. 4. 20. 첩을 버려야 함 복수(複數) 결혼의 사회 분위기에서 살아오던 개종자들은 유럽식 핵가족을 따라가기 위해 한 명이나 그 이상의 부인이나 남편을 버리도록 요구받았다. 오랫동안 표준이었던 결혼 제도 내에 살아가다가 갑자기 결혼 관계로부터 배제되어버리고 살아갈 방도도 막막했던 수많은 여성들과 그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을지를 물어본 역사가들은 거의 없었다. (George E. Tinker, Missionary Conquest, p.26.) 북미 인디언 선교 초기의 상황이다.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 기독교 선교 초기에 겹쳐지는 장면이 있다. 1895년 감리교회에서는 첩을 둔 교인을 제명시키며, '남녀를 막론하고 복혼 관계자는 감리교회에 입교하거나 재적할 수 없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장로교회에서도 1896년 이 문제를 놓.. 2023. 4. 20. 좋은 소식 오늘 아침에 어떤 성도에게 들은 소식입니다마는 제가 수년 전에 청량리 감리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하면서 당시에는 집 한 채가 1,000만원짜리 정도면 괜찮을 때인데 1,000만원짜리 집을 짓는 축복을 받고 살기를 바란다고 김은순 속장에게 축복했습니다. 이 축복을 믿음으로 받더니 200만원짜리 집에서 1,000만원짜리 집을 사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4년 전에 노량진 장로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할 때인데 교회로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께서 새로 산 집에 오셔서 기도 좀 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정중히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하는데 이 부인이 더운 날도 아닌데 땀을 흘리면서 기도를 받고 있었습니다. 3년이 다 못 되었는데 약한 교회를 도와줄려고 하는데 약한 교회 있으면 두서너 교회.. 2023. 4. 20. 군종제도의 창설 군종제도는 한국교회 내에서 1949년부터 논의되다가 1950년 9월 선교사로서 미군의 군종장교 역할을 맡고 있던 캐럴 신부와 감리교 선교사 쇼우 목사 등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한국군 군종제도의 창설을 건의함으로써 군종제도가 마련되었다. 한국군에게 군종제도가 시작될 때 그것은 다른 어느 군사제도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것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었다. 마침내 1951년 2월 대구의 군종학교에서 한 달 동안 훈련받은 39명의 감리교, 성결교, 장로교 그리고 천주교 소속 군종 장교들이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의 신분은 무보수 촉탁에서 1952년 6월에는 유급 문관으로 격상되고 1954년 12월에는 현역장교로 다시 격상되면서 군목제도는 기반을 잡아 나갔다. (김흥수, [한국전쟁과 기복신앙확산 연구], 87쪽.) 기독교가 .. 2023. 4. 20. 한국전쟁 때 북한 교회 한국 전쟁 때 북한 교회의 활동이 흥미로웠다. 사실 읽기 전에는 북한에 교회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공산주의와 기독교는 상극이라는 우리 사회의 상식에 눌려서였을거다. 김익두 목사의 북한에서의 활동도 흥미롭다. 유럽 세계대전 때 독일과 영국의 교회가 각자 하느님께 자기 군대의 승리를 빌었던 상황이 제한적이나마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음을 보게 된다. 북한 교회들이 북한 정권에 협조한 일은 기독교 본류에서 벗어난 일이며 살아남기 위한 마지못한 행위였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북한을 조국으로 살아가는 기독교인이 택할 수 있는 노선의 하나이며 무엇을 ‘의로움’으로 판단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문제이다. 전쟁에 대해 평화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기독교로서 하나 가능한 노선이긴.. 2023. 4. 20. 정약종의 <주교요지> 정약종, 하성래 감수, (성황석두루가서원, 1986). 를 읽어보면 18세기말 한국 가톨릭 교인의 기독교 이해의 수준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다. 정약용의 형인 정약종은 평생 자신의 신앙을 지킨 인물이었다. 그가 쓴 는 신자들에게 널리 읽혔던 책으로 한국에 가톨릭을 전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었다. 양반 집안 출신의 그가 기독교를 이해한 것은, 마테오 리치의 에 소개된 보유론적인 방식이었다. 즉, 유교의 이상을 완성시켜주는 종교로 기독교를 이해한 것이었다. 마테오 리치의 책이 기독교 이해의 주된 원천이었기에, 는 의 내용들을 나름대로 풀이해서 간략하게 서술한 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는 데 이 책의 매력이 있다. 기독교 교리 소개의 사이사이에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문장들이 알.. 2023. 4. 20. 큰 신이 우세하다니까 성당으로 가는 수밖에 언젠가 읽은 종교인류학 책에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었다. 어느 부족에서 현지조사를 하는 인류학자가 있었다. 그는 그 부족의 전통 의학, 다시 말해 무의(巫醫)의 치병의 효과를 굳게 믿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가 열병에 걸렸다. 며칠을 앓고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는 부족의 무당을 만나서 부족 전통의 치병 의례를 치루어야 한다고 우겼다. 그는 겨우겨우 무당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를 본 무당은 뜻밖에도 대번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빨리 자동차 불러서 도시에 있는 병원으로 가라고... 그렇게 해서 인류학자는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이다. 언뜻 들으면 허무 개그처럼 들리겠지만, 나에겐 묘한 감동을 준 이야기였다. 자신이 연구하는 전통에 대한 미련할 정도의 신뢰가 일단 감동적이다. 종교인류학 교과서.. 2023. 4. 20. [문서]외우는 기독교 옛날 한국인들에게 기독교를 믿는다는 것은 외우는 것이었다. 기독교를 “가르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일단은 교리문답을 외우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음은 프랑스 신부의 보고서 내용이다. 우리는 교리문답을 글자 그대로 외우게 합니다... 많은 교우들이 처음 공부할 때 알아듣지 못한 의미를 뒤늦게, 특히 교리반 강론이나 교리 강의에서 알아듣게 됩니다... 따라서 서울 교구에서는 비록 어린이들과 예비자들에게 필요한 정식(定式)을 제공하는 데 그칠지라도 계속 교리문답 외는 것을 요구할 것입니다. (“1929년 보고서,” [서울교구연보 2], pp. 239-240.) 외우도록 시킨 것은 선교사이지만, 그걸 신나서(?) 열심히 외운 것은 한국 신자였다. 이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 신자들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 2023. 4. 19. 백발천사, 도포자락 휘날리며 흔히 쓰는 과장법 중의 하나가 “누구 할아버지가 와도”이다. 잠시 검색해봐도 많은 용례들이 나온다. IMF가 아니라 IMF 할아버지가 와도 펠레가 아니라 펠레 할아버지가 와도 박근혜가 아니라 박근혜 할아버지가 와도 이 때의 할아버지는 단순히 혈연적인 관계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고유한 한국인의 종교 체험에는 할아버지와의 만남이 많다. 산신령, 신선, 옥황상제, 단군 할아버지, 천지신명, 그리고 한울님으로 불리는 이까지, 할아버지들이다. 할아버지는 우리의 전통적인 보호신격의 모습이다. 그래서 내 생각에 누구의 할아버지라는 표현은 누구의 보호신령이라는 의미를 함축하는 듯 싶다. 그래서 다음 사례에서 기독교 천사의 이미지가 어느 한국인에게는 할아버지의 이미지로 나타나는 것은 인상적이다. 나는 기독교 천사 .. 2023. 4. 19. 이전 1 ··· 3 4 5 6 7 8 9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