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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교리

구체적인 죄 개념

by 방가房家 2023. 4. 20.

한국 기독교 수용의 핵심적인 부분인 죄 개념에 대해서 이처럼 구체적이고 명료한 분석을 본 적이 없다. 읽으면서 고마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찌 이것이 충남에 제한된 이야기겠는가. 우리 나름의 죄 개념 형성 과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의 신앙 양태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충남의 기독교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중요한 종교적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 성원들이 죄를 충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죄에 대한 정서적 강박관념과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죄 개념은 정통 기독교의 원죄에 대한 강조나 인간의 철저한 한계에 대한 고백이 결여된 채 오로지 “행위의 죄” 또는 “도덕적인 죄”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고민하고 가슴 철렁 애통해했던 ‘죄’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지은 범죄였다. 그들의 사고에는 원죄나 인간의 전적 부패로 인한 정죄의 개념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들이 인간 본성 자체의 문제를 가지고 고민한 흔적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이 죄로부터 벗어났다고 할 때 그것은 질적인 면에서 어떤 근본적인 인간관의 변화를 수반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한국인들은 마땅히 자신들의 도덕적 판단과 감성을 가지고 스스로 알아서 자신들의 죄를 규정해 나갔다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충남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의 ‘죄’란 주로 외형적인 행위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것을 자복하는 용기만 있다면 그 다음에는 거의 전면적인 사면이 일어났다. 즉, 외형적이고 구체적인 몇 가지의 죄를 표적으로 그것이 해결되면(또는 해결되었다고 느끼면) 나머지 것들(구체적으로 적시할 수 없거나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죄)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면죄부가 주어졌다.
(송현강, <<대전·충남지역 교회사 연구>>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2004), 253-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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