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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만남

혹정필담에서

by 방가房家 2023. 4. 20.

<열하일기> “혹정필담” 편은 연암이 중국의 선비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것인데, 연암과 왕혹정이 천주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대목이 나온다. 둘 다 천주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왕혹정은 기독교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저 이른바 야소는 마치 중국말에 현인을 군자라 하는 것과 번속에 승려를 나마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야소는 정성을 다해 하느님을 공경하며 온세계에 교리를 전했으나, 나이 서른에 극형을 입었으므로 그 나라 사람들이 몹시 애모하여 야소회를 설립하고는 그의 신을 높여 천주라 하였답니다. 그리고 그 교에 들어간 자는 반드시 눈물지며 슬퍼하여 잊지 않는다고 합니다.”
성글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날카로운 맛이 있는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를 약자들의 원한 감정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았던 니체의 비판까지 떠오르게 한다. 그는 마테오 리치의 보유론적인 기독교를 언급하며 기독교를 유교보다 한끗 아래의 것으로 평가한다.
“중국 서적 중에서 상제(上帝)니 주재(主宰)니 하는 말들을 따서 우리 유학에 아부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본령인즉 애초부터 명물(名物)과 도수(度數)의 범위에 지나지 않는 만큼 이는 벌써 우리 유학에서의 ‘제2의’에 떨어지고 말았을 뿐이지요.”
연암 박지원은 중국 친구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다산과 동시대의 인물이었던 연암. 그러나 다산과 연암이 서학에 대해 보인 태도는 대조적이다.
“저들로서는 근본되는 학문의 이치를 찾아냈다고 자칭하고 있으나 뜻 먹는 것이 너무 고원하고 이론이 교묘한 데로 쏠리어 도리어 하늘을 빙자하여 사람을 속이는 죄를 범하고 있다.”
[고미숙,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그린비, 2004), 351-352쪽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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