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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교리

초기 한국 기독교의 영광스러운 이미지

by 방가房家 2023. 4. 20.

아직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참 좋은 시도이고 내가 찾던 책이라는 확신이 든다. 연구대상과의 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것이 한국에서 이루어진 대부분의 기독교사 연구의 문제들이고, 이것이 숨겨진 전제로 계승되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한 접근 방식의 장단점을 논하는 식으로 초점을 흐리고 싶지 않다. 그것은 학문으로 성립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 기독교 수용 과정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결여된 접근방식이다. 한국의 초기 기독교인들은, 현재 한국 기독교에 편만해 있는 초기 선교사들과 한국기독교의 초창기에 대한 ‘영광스러운 이미지’에 묻혀 딴 나라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다. 즉 ‘가난하고 순박했던 그들은, 매우 온정적이었던 선교사들을 만나, 기독교의 정순한 복음을 훌륭하게 흡수 소화해낸’ 경이로운 집단으로 비취지고 있다. 또 그들은 ‘복음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수용자’이거나 ‘사회의 혁신자’라는 최상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런 시각들에는 이미 선교사들의 미국적 배경, 초기 한국 개신교 신자 집단이 처했던 사회 문화적 상황, 19세기말 한국에 전래되었던 개신교 종교의 독특성, 복음의 전파 과정에서 신자 개인의 내면세계에서 벌어졌던 갈등과 융합, 종교의 이면에 감추어진 개인의 야망 같은 것들이 모두 생략되어 있다. 그러한 관점은 인간의 삶이 지니고 있는 매우 복잡하고 총체적인 요소를 너무 단순화시켜, 사람들로 하여금 본질에 다가서지 못하도록 만든다. 지금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에는 이러한 잘못된 역사인식이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송현강, <<대전·충남지역 교회사 연구>>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2004), 15-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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