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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교회의 입지 신도시 주변 개신교회 건축을 분석한 이정구의 글에서는 교회 입지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1) 최근 축조된 대부분의 대형 교회들은 외형이나 건축 재료, 규모 면에서 입지의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축조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교회들이 신도시가 형성되는 과정 중에 지가(地價)가 급등하기 전에 종교 부지 용도로 매입한 경우다. 이렇게 매입한 땅은 대부분 거주지보다 지가가 낮은 논과 산, 밭으로 거주지와는 일정한 거리에 있다. 2) 신도시에 건립한 몇몇 대형 교회는 거주 지역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기 때문에 그 지역사회 및 주민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지금은 거주 지역과 상업 지역이 확장도어 건립 당시보다는 주민들의 동선이 좁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주 지역과 먼.. 2023. 5. 30.
부산 헌책방의 "바가바드 기타" 그저께 ‘함석헌의 종교’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은 한국기독교가 낳은 예외적으로 풍성한 텍스트인 함석헌과 그에 대한 종교학적인 독해가 만난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날의 좋은 발표들을 듣던 중 내 마음을 찌릿하게 울린 대목은 예기치 못했던 세부적인 부분이었다. 함석헌은 의 주해를 통해 그 특유의 기독교 사상의 폭을 넓힌 것으로 유명한데, 그가 이러한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1950년 부산의 헌책방에서 를 구해 읽게 된 것”이었다고 한다. 발표문에의 해당 내용을 재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마음에는 항상 기억하면서 못 보고 있었는데, 6·25전쟁에 쫓겨 부산 가 있는 동안에 하루는 헌책집을 슬슬 돌아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어느 집 책 틈에 에브리맨스 문고판의 기타가 한 권 끼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의 나의.. 2023. 5. 30.
종교로서의 애니미즘에 대한 불만족 1910년 에든버러에서 열린 세계선교회의 보고서 제4권에는 애니미즘 종교를 다루는 장이 있다.(이 자료를 웹상에서 볼 수 있는 곳) 이 글에서 "종교로서의 애니미즘에 대한 불만족"이라는 소절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세계 각지에서 자신의 전통에 불만족을 갖고 있는 지식인 계층(전통적인 지식인이라기보다는 서구적 영향에 민감한 계층)의 이야기들을 모아놓고, 그것이 선교의 좋은 기회, 혹은 선교를 위한 자원이 됨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이 선교 보고서 내용들이 한국 상황과 오버랩되어 눈에 밟히는 것은 한두 곳이 아니다. 우선은 선교사들이 세계 각지의 다양한 전통들로부터 참 비슷한 내용들을 파악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다양한 전통이 '애니미즘'이라는 단일한 표제 하에 묶인 것이 예사롭지 않거니와, 그 '어리.. 2023. 5. 30.
감옥 안의 영들은 누구인가? “그[그리스도]는 영으로, 옥에 있는 영들에게도 가셔서 선포하였습니다.” (베드로전서 3: 19) 이것은 난해하기로 유명한 성서의 한 구절이다. 이 구절을 해석할 때 생기는 중요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맥락에서 이 텍스트의 기능은 무엇인가? 이 텍스트를 이해하게 해주는 종교 사상적 배경은 무엇인가? ‘spirit’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감옥 안의 영들’은 누구인가? 그리스도는 어디로 간 것인가? 그가 선포한 내용은 무엇인가?”(96) William J. Dalton, "1 Peter 3:19 Reconsidered," Bo Ivar Reicke, William C. Weinrich (eds.) (Mercer University Press, 1984) 이 구절의 해석을 다룬 대표적인 다음 .. 2023. 5. 29.
성모도 생리를 하셨을까? 이것은 중세 신학자들을 괴롭힌 난제였다. 이 문제에는 중세의 성에 대한 과학적 지식, 여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당시 유행했던 성모 신앙이 결부되어 있다. 다음 논문에 그 사정이 잘 정리되어 있다. 복잡한 내용을 개괄한 것이라서 간단히 정리하기 어려운 점들도 많지만, 내가 이해한대로 당시 논의의 추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Charles T. Wood, "The Doctor's Dilemma: Sin, Salvation, and the Menstrual Cycle in Medieval Thought," 56-4 (1981): 710-727. 1-1. 중세의 여성비하적인 인식은 잘 알려져 있다. 유명한 예로, 마녀 사냥의 교과서였던 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육욕(肉慾)이 강하기 때문에 여자 중에서 마녀가 .. 2023. 5. 29.
개신교회의 약광고(1920년대) 188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언론에서 가장 활발한 광고주가 되었던 것은 제약업자들이었다. 학질에 신효(神效)한 ‘보화단’, 콜레라를 쫓는 약을 광고한 ‘북해산인’의 광고, 종기치료제 ‘이명래고약’ 등의 약 광고들이 개화기 신문에 등장했다. ‘팔보단’을 파는 이응선의 화평당약방, 이경봉의 남대문 제생당약방이 주요 광고주였다.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활명수’를 동화약방에서 내놓은 것은 1897년이었다.(동화약국의 활명수 정보) 부채표를 로고로 사용한 것은 1912년경부터였다. (마정미, (개마고원, 2004), 25-34 참조.) “한국광고 100년”이라는 글에도 구한말과 일제시대의 광고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다. 다른 종교들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약은 기독교의 전통적인 은유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서 1.. 2023. 5. 29.
바울의 아레오바고 법정 연설 조너선 스미스는 기독교와 다른 전통의 만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텍스트는 신약성서 중에서 누가의 아레오바고 법정 이야기(사도행전 17:16-34)와 고린도전서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19세기 선교사들의 자료들을 검토하면서, 나는 그 지적이 타당한 것임을 여러 번 느끼고 있다. 오늘 음미하고 싶은 것은 사도행전 17장이다.(고린도전서에 대한 스미스의 글에 대해서는 이글을 참고할 것)바울은 아테네에 선교 여행을 갔을 때 “온 도시가 우상으로 가득차 있는 것을 보고 격분”하였지만, 아레오바고 법정에 서서는 다음과 같이 차분히 연설을 시작한다. 바울이 아레오바고 법정 가운데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내가 보기에, 여러분은 모든 면에서 종교심이 많습니다. 내가 다니면서, 여러분.. 2023. 5. 29.
트롤로프의 한국 불교 이해 우리나라 성공회 주교를 역임했던 트롤로프는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선교사였다. 그의 다음 글은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글이지만 이해의 깊이는 충분히 느껴진다. 1914년 글으로, 그전의 한국 불교에 대한 서양인의 논의에 비하면 한국 불교에 대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학문적인 글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훗날 클락(Clark)이 평가했듯이(, 12), 한동안 중요한 학문적 기여를 한 글로 남아있게 된다. M. N. Trollope, "Introduction to the Study of Buddhism in Corea," 8 (1917): 1-40. 불교에 대한 일반적인 서양인의 이해의 잘못을 잡아주는 글의 도입부나, 삼귀의(三歸依)를 하나하나 설명함으로써 붓다 개념, 불교 교의, 승가 집단을 차.. 2023. 5. 29.
중국인의 절에 대한 개신교 선교사들의 태도 우리나라 개신교계에서 절하는 것은 이단적인 행위로 취급된다. 몇 해 전 강남대학교 교양학부 이찬수 교수가 해임된 것은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절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되어서였다고 알고 있다. 종교 상징 앞에서 절하는 행위를 예의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우상숭배 행위라는 일컫는 공고한 담론이 형성되어 있다. 문상(問喪)에서도 개신교인의 절은 금지된다. 사자의 영정은 우상으로 해석되기에 절하는 대신 국화꽃을 사용하는 관행이 정착되었으리라. “절하기=우상숭배”라는 신학은 한국적 상황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양 선교사들의 중국 이미지를 분석한 책을 보면서 그것이 중국 선교 상황에서 발생한 담론임을 알 수 있었다. 라인더스(Eric Reinders)의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2023. 5. 29.
선교사 언더우드와 게일의 한국 종교 서술 이번에 두 개신교 선교사 언더우드와 게일의 한국 종교 서술을 정리해 발표한 것이다. 게일의 경우에는 전에 조사한 것을 참고한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새로 구성된 내용이다. 언더우드는 잘 정돈된 연구자라고는 하기 힘들다. 독창적이지 못한 부류의 연구자는 그가 무엇을 읽고 들었는가에 따라서 주장이 확확 바뀌는데, 그런 연구자를 통해 당대의 담론의 흐름을 파악하기는 더 좋은 점이 있다. 언더우드의 관점은 “개신교적인 편견”이라고 요약될 수 있는데, 그의 서술에는 오늘날 한국 개신교인들에게서 발견되는 편견들을 담고 있는 것이 많다. 그 편견들 중에는 언더우드에 의해 형성된 것들도 꽤 있을 것이다. 이번에 언더우드의 를 읽으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그의 '신학적인 종교 이론', 특히 자기의 하느님 관념에 꿰.. 2023. 5. 29.
창세기 창조이야기의 여성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의 역사 극단적으로 폭이 넓은 주제를 건드린 글이다. 창세기라는 구약의 일부의 해석이지만 그 해석의 다양성은 기독교, 그리고 유대교 등 서구 유일신교의 주요한 테마가 되었다. 갑작스럽게 준비하게 된 글이었다. 논문의 꼴을 갖출 생각은 애초에 없었고, 차라리 이런 것을 연구하겠다는 공부의 계획을 써놓은 글이라고나 할까. 이 글을 큰 줄기삼아 한 권의 책을 써도 좋다고 생각될 정도였는데, 그러니까 창세기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담긴 자료들을 충실히 설명하며 소개하는 책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을 하는데, 그것은 고전어에 대한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창세기 창조이야기의 여성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의 역사 -한국 교인들의 해석과 관련하여 한국에서 개신교가 신문명의 상징이었던 1897년 12월 31일 오후 3.. 2023. 5. 29.
어디에나 있는 그 분 얼굴 우리에게 예수님은 어떤 모습일까? 신학적인 질문을 던지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예수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상상하는가를 묻는 것이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흔한 답은 아마 다음 그림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만나왔던 예수님 얼굴이다. 교회나 교회 단체들은 물론이고 기독교인 가정에서, 그리고 각종 기독교 용품이나 서적에 널리 이용되어온 도상이다. 도대체 이 그림은 누가 언제 그린 것일까? 별로 유명한 화가는 아니다. 이 그림은 미국 시카고에서 활동했던 워너 살만(Warner Sallman, 1892-1968)이 1941년 그린 (The Head of Christ)이다. 살만은 20세기 중엽에 활동한 일러스트 제작가로 이 작품이 인기를 끄는 바람에 비슷한 이미지의 작품을 더 만들었다. 이후에 제작된 라든지 .. 2023. 5. 29.
기독교 교육과 좋은 학벌 미국인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권리가 있다. 자녀를 교육 기관에 보내지 않고 대신 부모가 직접 아이들 교육을 맡아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교육을 홈스쿨링(Homeschooling)이라고 부르는데, ‘가정교육’이라고 번역하면 의미 전달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영어 표현을 그대로 쓰도록 하겠다. 홈스쿨링하는 부모의 대부분은 매우 보수적인 개신교인들이다. 그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학교가 너무 세속적인 악으로 가득찬 곳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안전한 가정에서 기독교 교리와 결합된 지식(예를 들어, 노아 홍수 이야기와 지질학을 연결시키는 식의)을 가르친다. 이 운동을 소개하는 한글 웹페이지를 보면 유용한 정보(운동의 역사에 관한)도 포함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운동을 바라보는 “교육학적 .. 2023. 5. 29.
은혜사 책갈피 책갈피가 동이 나면, 나는 기독교 서점을 찾는다. 다 못 읽은 책이 있으면 책갈피를 그대로 꽂아두기 때문에 내게는 책갈피가 소모품 개념에 속한다. 그래서 책갈피를 두둑하게 쌓아두고 있어야 총알 넉넉히 준비해 둔 느낌으로 독서에 임할 수 있다. 내가 선호하는 책갈피는 하나에 백원 정도하는, 플라스틱 코팅으로 만든 것들인데 요즘 문구점에서는 이런 제품을 구하기가 힘들다. 요즘의 고급화된 책갈피들은, 가격 때문에도 살 생각이 안 들지만, 무엇보다도 크기가 마음에 안 든다. 너무 커서, 그리고 재질에 따라서는 너무 무거워서, 꽂아두면 책이 힘들어하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든다. 내가 선호하는 고풍스러운(80년대식의) 책갈피들은 아직 기독교 서점에 가면 많이 살 수 있다. 이번에 생명의 말씀사에서 산 제품은.. 2023. 5. 29.
사도신경 아는 분께 요즘 사도신경에 변화가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진척이 없나보다. 작년에 한기총과 KNCC에서 공동으로 새 번역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각 교단 총회에서 인준을 받지 못하여 해를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흐지부지 될 모양인갑다. 새 번역 중에 주기도문에 대한 저항이 더 심한 편이다. 요즘 여성신학계에서는 주기도문의 하느님에서 아버지라는 부성(父性)을 제거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개신교회에서는 이것을 철저하게 거부하려고 작정을 했는지, 번역 작업에는 여성 신학자를 한 명도 끼워주지 않더니, 급기야는 원문에 두 번밖에 안 나오는 아버지가 다섯 번 나오도록 하는 유래없이 마초적인 주기도문 번역을 내놓았다. (이 글 참조) 이에 대한 반발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사도신경으로 다시 돌아가서.. 2023.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