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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의가 되었던 탐험가, 카베사 카베사 데 바카(Alvar Núñez Cabeza de Vaca)는 스페인 원정대의 일원으로 아메리카 탐험에 참여하였다가 1528년 지금의 플로리다 지역에 난파당한 사람이다. 그 이후 8년 동안 그는 북미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그는 북미 원주민들의 무리의 도움을 받아 생존할 수 있었으며, 그들과 어울려 지금의 뉴멕시코 지역까지 걸어서 이동하였고, 결국 멕시코 지역에서 스페인 원정대를 만나 돌아오게 된다.(그가 여행한 지역에 대해서는 아래의 지도를 클릭해서 확인해볼 것) 그는 거의 원주민 사회의 일원이 되다시피 생활하면서 경험한 일을 후에 책(Naugragios)으로 출판하는데, 이 책은 유럽에서 여행기로 인기를 끌어왔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당시의 문화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로 가치를 갖는다... 2023. 6. 1.
종교의 짜장면 1. 내 입맛은 전형적인 한국식은 아니다. 매운 것 잘 못 먹고, 김치 많이 안 먹고, 특히 국이나 찌개에 거의 손을 대지 않는다. 이런 입맛은 미국 가서 생활할 때 편하게 작용하였다. 예외적일 때를 제외하고는 국 없이 밥, 고기 반찬, 김치, 그리고 물(때로는 콜라!),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그래도 가끔 한국 음식을 그리워했다. 내가 그리워한 한국 음식은 된장찌개가 아니었다. 가장 생각났던 음식은 짜장면이었다. 나는 미국 있을 때 중국 식당에 참 많이 갔는데 물론 거기엔 짜장면은 없다. 그 다음 생각난 것은 돈까스였다. 돈까스가 포크 커틀릿(pork cutlet)의 변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왜인지 미국에서는 폭찹(pork chop)은 있어도 돈까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끔은 한국의.. 2023. 6. 1.
빼빼로 먹으며 요즘은 빼빼로가 제철이라 싱싱하고 가격도 싸다. 우리 동네 슈퍼에서는 여섯 봉다리가 든 빼빼로 큰 통을 2200원에 판다. 만족스러운 가격이라 몇 통 사와서 책장에 빼빼로를 가득 꽂아놓고 먹고 있는 중이다. 나에게는 성스러운 날 대접을 못 받고 있지만, 이 날이 의미가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내가 대충 봐 온 것에 따르면, 일시적 유행처럼 보였던 이 날이 해가 갈수록 사그라지기는커녕 점점 힘이 붙어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된 날로 인정받는 분위기이다. 이제 거의 십년이 된 것 같다. 이 날의 경과에 대한 한 기사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빼빼로데이의 유래는 1994년 부산에 있는 여중고생들이 1의 숫자가 네번 겹치는 11월 11일 친구끼리 우정을 전하며 '키 크고 날씬하게 예뻐지자'는 의미에서 빼빼로.. 2023. 6. 1.
카치나, 뭉게구름 카치나(Kachina)는 북미 원주민 주니족, 호피족에서 영적인 존재를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는 호피족의 예를 통해서 내가 이해한 것을 대강 정리해본다. 카치나는 호피족의 생활을 돌보아주는 영적인 존재들인데, 기본적으로 카치나를 이루는 것은 돌아가신 조상의 영이다. 조상들 중 훌륭한 분들은 하늘로 올라가서는 서쪽으로 이동한다. 그리하여 조상들의 기운은 호피족의 신성한 산인 샌프란시스코 봉(San Francisco Peaks)에 모여들어 거기서 구름을 형성한다. (샌프란시스코 봉은 플래그스탭 바로 북쪽에 위치한, 애리조나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Snowbowl"이라는 스키장이 있는 이 산은 호피 보호구역으로부터는 꽤 떨어진 곳이지만 여전히 그들의 성스러운 순례지이다.) 애리조나 북동부 건조한 고산지대에 .. 2023. 6. 1.
종교가 답해주는 물음 곡식 창고가 무너져 깔려죽은 사람 이야기는 아잔데인의 주술에 대한 에반스 프리차드의 설명에서 등장하는데, 내가 참 좋아하는 부분이다. “종교가 답해주는 물음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주제에 대해서 구체적이면서도 명징한 깨우침을 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종교학자들 사이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야기로, 언젠가 어느 개론 책에서도 보았던 것 같다. 더글러스 책에서 만난 이 부분을, 꽤 길지만 그냥 죽 옮겨보았다. (에반스 프라차드의 책에서 직접 확인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글러스 책에서 옮김.) 낡고 썩은 곡식 창고가 무너져내려 그 그늘에 앉아있는 사람을 죽게 했을 때, 그 사건은 마법의 탓이 된다. 아잔데 사람들은 낡고 썩은 창고가 무너지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사람이 몇 시간씩 그 그늘 아래 앉아 있다보면 날이 흐.. 2023. 6. 1.
페티시즘(fetishism) 페티시즘(fetishism), 혹은 주물숭배는 종교 현상에서 유래한 말이되 종교 현상을 기술하는 용어는 못 된다. '주물숭배'라는 종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특정 사물에 대한 경배, 그럴듯해 보이지만 오해에서 비롯한 서술이다. 묵주 기도를 하는 천주교인이나, 탑돌이를 하는 불교인들도 이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렇게 기술될 수 있는 것이다. 페티시즘은 1700년대 유럽인이 아프리카인들의 종교 생활을 서술하면서 쓰이기 시작한 용어이다. 주목할만한 것은 페티시즘이 아프리카인들의 종교를 서술하는 용어가 아니라 “종교 없음”을 서술하기 위한 용어였다는 것이다. (David Chidester, Savage System, p.13.) 유럽인 여행자 로이어(Godefrey Loyer)의 1714년의 기록에 보.. 2023. 6. 1.
불교-비불교 논쟁 라는 불교 언론에서 한국SGI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한국SGI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벌인다는 기사였다. 한국SGI가 그 동안의 탄탄한 성장을 바탕으로 활동을 개진하고 있는데, 일본 이미지가 최악인 지금 상황에 적응하여 독도 망언 규탄대회를 여는 등 왜색 종교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현명함도 엿보이면서 석탄일을 잘 치룬 모습이다. (*최근 SGI의 활동은 종교계 전반에서도 주목받는 흐름인 것 같다. 의 다음 기사 참조. 한국SGI, 대중화 시동거나 ) 그런데 의 시선이 삐딱하다. 신문의 논조는 한국SGI가 불교로 취급되어도 되는가라는 문제제기이다. 기독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단 시비가 불교판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기사 마지막 부분의 내용이다. 불교계가 우려하는 부분도 바로 이런 점이다. 한국불교와는 상.. 2023. 6. 1.
사람 사람이 무엇인가를 먼저 알아야 했다. 미국 인류학자들이 북미 원주민들의 삶을 “기록”할 때, 그들은 원주민들의 “사람”이라는 범주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스 사상이었든, 성서에 바탕을 둔 것이었든, 서양 문화에서는 인간에 특권적 지위를 부여해서 인간이 자연계의 다른 존재들과 구별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에 추호의 의심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북미 원주민들의 세계관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은 호모 사피엔스 종만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었다.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에서는 동물들이나 식물, 그리고 바위와 같은 자연물까지 “사람”이라는 범주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자연의 사물들이 사람의 범주 안에 들어있다는 것들은 그들과 인간들과 다름없는 “관계맺음”--상호존중을 포함해서 의사소통, 선물 교환 등의 관계--을 가진.. 2023. 5. 31.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0.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는 에이스 침대의 광고가 나온 것이 1993년이니 1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광고의 인상은 또렷하다. 당시 초등학생들이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이라는 질문에 침대를 골랐다는 일화도 여전히 생각난다. 위치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기존 범주를 교란하는 것은 상당히 유효한 전략이다. (이 글 참조) 종교라는 언어의 쓰임새를 정리하는 중이다. 내 연구의 입장에서, 종교는 담론(discourse)이다. 이 말은 종교라는 말에 어떤 본질이 내재해 있는 게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의 정치적 입장에서 따라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언어라는 것을 의미한다. 종교라는 말을 놓고 여러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해에 따라.. 2023. 5. 31.
젠장맞을 삼단논법 프라이스(Robert Price)라는 신학자의 "Damnable Syllogism"이라는 재미있는 글을 읽다가 든 몇 가지 생각. 1 이 글의 제목은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켄트웰 스미스의 다음 문장에서 비롯한다. “몇몇 사람들에게나 설득력 있는 이런 논리를 갖고서, 대다수의 인류의 삶이 전적으로 무의미하다고, 또는 지옥에나 갈 것이라고 유죄판결을 내리는 것은 너무 무대뽀이다. 내 이웃을 정죄(damnation)하는 것은 삼단논법(syllogism)에 의존하기에는 너무 중차대한 문제인 것이다.” 정죄의 삼단논법(damnable syllogism), 이렇게밖에 번역하지 못하는 내 어학 실력을 용서해주길 바란다. (종교를 전공으로 하긴 하지만, 종교와 관련된 미국의 일상 언어는 너무 어렵다. 미국인들의 무의식.. 2023. 5. 31.
중심의 상징, 그리고 권력 “중심의 상징”이라는 개념은 엘리아데의 이야기 중에서 아마 가장 잘 알려진 이론일 것이다. 엘리아데는 [우주와 역사], [종교사개론], [이미지와 상징]과 같은 주저서들에서 중심의 상징을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인간은 물리적인, 균질적인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세계의 중심을 설정하고 공간을 의미화한다. 중심의 상징을 통해 혼돈의 공간을 질서의 공간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인간 실존의 기본적인 양태이다. 그래서 종교 전통들은 중심을 이야기한다. 세계의 중심은 하늘과 인간을 소통시켜주고, 한편으로는 지하세계와 맞닿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간은 성스러운 나무, 성스러운 산, 그리고 성스러운 도시들을 통해 중심의 상징을 구축해 왔다. 고대 서남아시아의 지구라트와 바빌론, 이슬람의 메카, 중세 .. 2023. 5. 31.
종교 개념에 관련된 책들 오늘은 내가 요즘 공부하는 과정을 살짝 스케치해 본다. 내 지도교수는 켄 모리슨(Kenneth Morrison)이라는 할아버지이다. 그는 북미 원주민 종교 전공자인데, 특히 북미 원주민과 백인 문화의 만남(encounter)의 양상에 관심이 많다. (북미 인디언 종교를 공부하지도 않는) 내가 그를 지도교수로 삼은 것은 그가 혼합현상(syncret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그 만남을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 기독교를 기술하면서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 바로 이 ‘만남’에 관한 것이어서, 그에게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그는 요즘 약간 다른 관점의 연구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것은 서구의 개념들, 이를 테면 종교라든지 자연/초자연의 이분법의 적용으로 인해 북민 인디언 종교의 서술이 전반적.. 2023. 5. 31.
신정론이라는 물음과 해답 신정론(神正論, theodicy)이라는 신학 용어가 있다.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신정-론(神正論) [--논] 명[철학] 신은 악이나 화를 좋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신은 바르고 의로운 것이라는 이론. 이 세상에 악이나 화가 존재한다는 이유를 들어 신의 존재를 부인하려는 이론에 대응하여 생긴 것이다. 종교 전통에서 이것은 참 고전적인 물음이다. 자기 주변에서 착한 사람이 고난을 받고 못된 인간들이 떵떵거리고 잘 사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거의 보편적인(?) 경험에 속한다. 그럴 때마다 과연 이 세상의 법칙성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이 세계를 주재하는 신은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솟구쳐 오르게 된다. 이 세계의 본질을 고통으로 규정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치는.. 2023. 5. 31.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아프리카 유산 미국의 인류학자 헤르스코비츠(Herskovits)는 1941년에 (The Myth of the Negro Past)라는 책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역사적 유산에 대한 다섯 가지 신화(허구)가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학계에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하나하나 논박하였다. 다섯 가지 신화는 다음과 같다. 1. 흑인들은 천성적으로 어린애같은 성격이라, 불만족스러운 사회 상황에도 쉽게 적응하여 그것을 기꺼이, 심지어는 기쁘게 받아들인다. 이는 노예보다는 차라리 소멸을 선택했던 아메리카 인디언들과는 반대된다. 2. 아프리카에서 보다 열등한 부류가 노예가 되었다. 아프리카에서 더 지적인 부류는 습격당했을 때 노예 상인의 덫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했기 때문에 화를 면했을 것이다. 3. 흑인들은 아프리카 전 대륙.. 2023. 5. 31.
얼굴과 이름은 다를지라도 여전히 당신을 믿고 있습니다 캐리비언 베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카리브 만에 있는 서인도 제도에 있는 나라들은 한국 사람들에게 그리 익숙한 이름들이 아닐 것이다. 바로 이 지역에 혼합현상(Syncretism)의 중요한 사례들이 있다. 이 지역은 노예 무역을 통해 아프리카 사람들이 강제로 이주된 곳이다. 아프라키에서 온 노예들은 전통 문화를 몰수당하고 기독교를 강요받았다. 예를 들어 1685년의 아이티 흑인법에 따르면, 노예들은 도착한 지 8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기독교로 개종하고 세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전통 신앙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이런 기막힌 상황에서 아프리카인들은 기독교의 외피 안에 전통 신앙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행태의 종교를 발전시켜 나갔다. 그들은 가톨릭 성인들에 아프리카 신들을 겹쳐 놓고 숭배하였다... 2023.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