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978

종교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종교신문”에서 무려 “차세대 종교학자와의 대담”이라는 거창한 표제 하에 내 이야기로 한 면을 채워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기자가 달아준 제목은 약간 부끄럽지만 종교인이 대부분인 독자층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다. 내 사진은 부담스럽지만 생긴 대로 찍힌 것이기에 더 욕심을 낼 여지는 없다. 기사 내용 대부분은 내가 말한 내용들이 거의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만족스럽다. 내용상 약간 축약된 부분과 부드럽게 처리된 부분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배려로 이해된다. 제도권에 들어왔다고 보기 힘든 나를 신문 지면에 초대해 준 계기는 블로그였다. 그래서 마지막에 내 블로그를 언급해준 것도 의미가 있다. 순전히 블로그를 읽고 이런 인터뷰를 제안해준 기자에게 감사드린다. 종교학은 편협한 생각의 틀을 깨는 혜안의 지혜를 알려.. 2023. 6. 3.
피케이가 본 종교 올 가을에 아주 잠시 개봉했던 인도 영화 (2014)는 지구에 온 외계인 피케이가 종교를 관찰하고 연구한다는 내용이다. 종교학의 입장에서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종교를 묘사한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1. 종교현상학적 상황[51:30-1:16:40] 우주선 리모컨을 되찾아야 하는 피케이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신에게 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도 자신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신을 찾아 나선다. 종교에 대한 관찰이 시작된다. 이것은 종교학이 꿈꾸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무런 문화적 전제가 없는 관찰자의 눈에 종교라는 현상은 어떻게 묘사될 수 있을까? 영화적 상상력에 의해 내가 완벽한 ‘종교현상학적 상황’이라고 부르고 싶은 상황이 설정되었다. 외부인인 학자가 종교를 연구하는 상황과 크게 .. 2023. 6. 3.
빅데이터와 종교 연구 두 달 전 쯤 연구모임 소식지에 쓴 간단한 글이다. 거창한 제목에 이런 저런 말을 했지만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종교연구자들이여 가끔 엔그램 하고 놀자.” 1. 요즘 유행하는 ‘빅데이터’라는 것이 혹시 내 공부와도 연결될 수 있을까 궁금해서 책을 조금 뒤적거려 보았다. (세종서적, 2014)에는 빅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여러 사례들이 나온다. 누군가는 쇼핑카트로부터 정보를 수집하여 구매 패턴과 브랜드 충성도를 분석한다. 누군가는 블로그 글들을 수집하여 성향에 따라 인간군을 선별한다. 선별된 인간 유형은 마케팅, 선거 전략, 수사, 연애 사업 등에 활용된다. 이전 같으면 별 쓸모가 없는 잡스러운 정보들이 ‘많음’을 바탕으로 새로운 쓸모를 찾아나가는 방식이 흥미롭다. 하지만 돈을 벌거나 실제적.. 2023. 6. 3.
종교와 동물 1년이 넘도록 학술적인 글을 생산하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내 글이 실린 출판물이 나왔다. 논문 모은 책 치고는 편집에 신경 써준 듯하여 고마운 마음. 재작년에 쓴 논문을 보완해 출판한 것이긴 하지만 양적으로는 한 편의 글이 나온 셈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올해는 글이 쏟아져 나오기를 희망한다! 멋들어지게 쓴 글은 아니지만, 논문 형식의 답답함을 벗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내용으로는 애정이 좀 있는 글이다. 짧은 미국 생활 동안 '북미원주민'에 대해 배운 내용이 반영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배운 성찰을 잘 발달시키지는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시간이 없을 것 같지만, 배울 당시의 풋풋한 느낌이 추억처럼 이 글에 남아 있는 듯 하다. 박상언 엮음, (모시는 사람들, 2014). 2023. 6. 3.
20분에 전달되는 한 종교의 모습 오랜만에 올리는 글인데, 새로운 내용은 아니고 전에 올린 내용을 가공해 기고한 글. 사우스파크, "몰몬교에 대한 모든 것”을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짧게 재구성하였다. 짧은 분량의 글이라 서술이 충분치 못한 부분이 있다. 이 글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 (모시는사람들, 2018)에 수록되었다. “몰몬교인의 모든 것” 최근에 3년 남짓 이런저런 종교학 강의를 해오면서, 나에게 발달한 부분이 있다면 영상물을 사용하여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법일 것이다. 조금 생뚱맞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에서 소개하고 싶은 것은 내가 매우 수업 시간에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영상물인 시즌7 제12회 “몰몬교인에 대한 모든 것All About Mormons”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22분 정도이기 때문에 다른 영.. 2023. 6. 3.
원시종교 강의를 시작하며 소위 세계종교 지도라는 것을 보면 그 자의성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한국은 중국종교를 의미하는 갈색으로 칠해져 있다. 물론 엉터리다. 그렇다고 딱히 다른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지도에는 불교 색으로, 어떤 지도에는 기독교 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그 어느 것도 한국인의 종교적 삶을 일방적으로 단순화한 것에 불과하다.) 많은 신자를 보유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전파된 주요 종교인 세계종교. 그러나 지도에는 그것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세계종교를 헤아리고 남은 공간을 채워주는 ‘기타 등등’의 종교가 있다. 옛날 표현으로는 원시primitive 종교, 요즘 순화된 표현으로는 기초primal 종교, 부족 종교, 토착indigenous 종교 등으로 불리는 종교들이다. ‘원시종교’는 세계종교의 잔여 범.. 2023. 6. 3.
학문적 강의와 종교적 청중 팔만대장경에 대한 KBS 다큐 (2011) 제1편의 한 장면. 이 다큐는 오랜 세월 팔만대장경을 연구한 미국인 학자 랭커스터 교수의 강연 내용을 중심으로 제작되었다. 아래의 장면은 랭커스터 교수가 승가대에서 승려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 모습이다. 나는 그의 강연을 한 번 들은 적이 있어 내용을 대강 알고 있다. 승가대의 강연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 짐작된다. 강의 내용은 불교 경전이 담겨온 매체의 발달사, 그 중에서도 획기적인 성취를 이룬 팔만대장경, 앞으로의 매체의 발달과 새로운 개념의 불경에 대한 전망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위의 영상에서도 랭커스터 교수는 승가대 학생들 앞에서 그런 내용을 강의하고 통역을 통해 전달된다. 학생 스님들은 눈을 반짝이며 강의를 듣는다. 긴장감이 충만하다.. 2023. 6. 3.
종교학의 테크 트리 종교학과의 첫 만남을 만들어주는 1학년 전공과목을 준비하다 보니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다. 그중에서도 학생들이 이 학문을 배우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는지에 대해 반성할 부분이 많이 눈에 띈다. 얼마 전 한 선생님께 종교학도 테크 트리를 제대로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투정을 부린 적이 있었다. 무엇이 준비 단계이고 무엇이 고급 단계인지 온통 헝클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과목들의 체계 문제라기보다는 그 체계를 운영하는 현실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일단 내가 아는 몇몇 체계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내가 나가고 있는 한 종교학과의 과목 체계. 단순한 편의 구성이다. 큰 줄기는 이론 분야와 전통 분야이다. 이 두 계열의 각 분야들이 고루 섞여 있고 그것이 1,3,4학년에 배치되어 있다. 이 체계는 좀 고.. 2023. 6. 3.
종교학의 자리와 김구라 종교학은 종교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비평적 역할을 하는 학문이다. 흔히 메타meta 학문이라고 부른다. 종교학이 무엇인지를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찾다가 최근에 내가 빠져 있는 프로그램 에서 재료를 찾아보았다. 다소 무리는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종교학의 이미지가 솔직히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나는 요즘 아이돌의 언어를 들으면 종교인의 언어를 듣는 느낌을 받는다. 언제나 ‘팬분’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간다는 그네들의 말의 진실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언어는 기획사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진 제한된 문법 안에서 제작된 언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만약 그네들의 공식적 발언만이 그들에 대한 유일한 정보라면 얼마나 답답할까? 종교적 언어(종교인들의 고백적 언어)만으로 종교를 알려고 하는 것은 .. 2023. 6. 3.
두드림으로 통하다 1848년 미국 뉴욕의 폭스 자매의 집에서 들렸던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를 죽은 영혼의 메시지로 해석했던 것이 심령술Spiritualism 운동의 시작이 되었다고 흔히 이야기한다.(앤 테이브스의 경우에는 앤드류 잭슨 데이비스의 활동에 의해 1843년부터 운동의 바탕이 마련되었다고 지적한다.) 심령술 유행의 핵심적인 행위는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를 통하여 영적 존재와 소통하는 것이다. 이 행위를 ‘rapping’이라고 부르는데 영한사전에서는 “(영매와 영 사이의) 톡톡 두드리는 소리에 의한 교신”이라고 적절하게 풀이하고 있지만 번역어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우리 문화에서 그런 현상이 개념화된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두드림’이라고 번역하기로 한다.심령술은 1850, 60년대에 미국에.. 2023. 6. 3.
마젤란이 파타고니아에서 만난 '귀신' 파타고니아는 남아메리카 남부를 일컫는 지명으로 아르헨티나와 칠레 남부 지역이다(브리태니커 항목). 얼마 전 ‘신데렐라 언니’가 스페인어를 배워서 가고 싶어 했던(제3회, 극중에서는 우수아이아라는 그 지역 도시 이름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지역이기도 하다. 1519년 스페인에서 출발한 마젤란 선단船團은 대서양을 거쳐 남미 남단을 돌아 태평양으로 가게 된다. 이 때 남미 남단을 돌아가는 것이 이 항해의 첫 고비였다. 그전까지 남미의 ‘남쪽 끝’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 그전의 배들은 긴 남미 대륙을 더듬다 중간쯤에서 포기하고 되돌아가곤 했다. 마젤란 선단 역시 마젤란 해협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느라 남미 남부 지역에서 몇 달간 머무른다. 그 동안 그 지역 사람들과 접촉하였는데, .. 2023. 6. 3.
감염된 언어, 감염된 종교 고종석의 를 읽으면서 내가 느낀 저항감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워낙 깔끔한 문체와 유려한 논리로 쓰인 책이기 때문에 그런 점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비슷한 전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한국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은 내가 종교 영역에서 혼합현상(syncretism)에 대한 논문을 썼을 때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그땐 내게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무척이나 힘겨웠다.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풀어내는 것은 고도의 글쓰기 능력이다. 그때 이 분의 글을 읽었다면 흉내라도 낼 수 있었을 것을. 나는 종교학(사실상 신학)에서 ‘혼합주의’에 쏟아지는 욕설을 막아보려고 했다. 그래서 이름도 ‘혼합현상’으로 고쳐 짓기도 했다. 그러면서 언어학에서 크레올화(-化, cr.. 2023. 6. 3.
종교 개념의 세번째 영역 얼마 전에 피터 바이어(Peter Beyer) 교수의 강연을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다. 서구적인 종교 개념이 비서구사회에 적용된 과정을 개괄하는 강연이었는데 나에게 너무 익숙한 내용이어서 그런지 다소 실망했던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그가 청중들의 수준을 다소 낮게 설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차돌같이 단단한 논의 전개는 인상적이었지만, 내용은 다소 평범해서, 도대체 그의 대표적인 이론 작업인 지구화(globalization)에 대한 논의가 종교에 대한 이론적 논의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회의만 느낀 채 강연장을 떠났었다. 오늘 종교 개념에 대한 다음 논문을 읽고서 그의 학자로서의 저력을 느끼게 되었다. 최근 종교학자들의 종교개념 논쟁을 깊이 있게 정리하고 자신의 대안도 설득력 있게 제시한 글이다. 그의 대표.. 2023. 6. 3.
종교학이 신화학을 말하다 최근에 신화를 다루는 중요한 종교학 서적들의 번역이 쏟아져 나왔다. 이 기쁨을 나누기 위해 서평을 하나 써서 기고하였는데, 방대한 폭의 책들을 한데 모아 이야기하느라 애를 많이 썼다. 솔직히 말하면 상당히 거친 글이 되었다. 하지만 신화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머리속에 든 것을 박박 긁어서 쓴 글이기 때문에 새로 제대로 써보라고 해도 더 나은 글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애초에 쓰기로 했던 것 자체가 무리했던 것. 글은 신통치 않아도 공부는 많이 되었다. 다루어진 책들은 (이학사, 2008), (이학사, 2009), (청년사, 2007)이다. 막스 뮐러로부터 비롯해서 종교학사 내내 신화는 종교 연구의 중심적인 주제였다. 그래서 종교학 연구자에게 신화를 종교현상의 일부로 연구하는 것은 당연.. 2023. 6. 3.
종교학사에서 구조적인 선행이라는 논리 뒤르켐은 의 논의를 시작하면서 이른바 ‘원시종교’를 다루는 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원시의 추구가 새로운 맥락에서 이루어짐을 밝힌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원시, 그리고 기원의 문제가 연대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라는 접근방식의 전환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내가 하고 있는 연구는 종교의 기원이라는 낡은 문제를 다시 제시하되 새로운 조건 아래 제시하는 것이다. 만약 기원적인 것이 절대적인 최초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이 문제는 절대 과학적인 것이 아니게 되겠지만, 이 점은 반드시 배제되어야 한다. 종교가 존재하기 시작한 절대적인 순간은 있을 수 없으며, 그 지점은 마음속으로 우리를 그곳에 갖다놓는 우회적인 방법으로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다른 모든 인류의 제도들처럼, 종교는 어디.. 2023.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