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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공부

냄새 없는 종교

by 방가房家 2023. 6. 2.

1. 감각의 문제에 관련된 종교사 연구를 많이 한 클라센은 <<아로마: 냄새의 문화사>>에서 근대 문화에서 냄새가 본능의 영역으로 쫓겨나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 서구에서 냄새가 평가절하된 것은 18,9세기에 벌어졌던 감각에 대한 재평가 작업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이 시기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은 이성과 문명을 주도하는 감각은 시각이며, 이와 반대로 후각은 광기와 야만의 감각이라고 규정했다. 다윈과 프로이트 등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후각은 뒤쳐지고 시각이 우선권을 갖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냄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현대인은 진화가 덜 된 야만인, 타락한 프롤레탈리아트이거나 변태, 미치광이, 천치 같은 비정상인이라고 간주되었다.
유럽의 지식 엘리트들에 의해 이루어진 냄새에 대한 이 같은 강력한 폄하는 후각의 지위에 오래도록 영향을 끼쳐 왔다. 현대에 와서 냄새는 ‘침묵 당해’ 왔다. 드물게 냄새가 대중적 담론(예를 들어, 몇몇 현대소설 작품들)의 주제가 되는 경우조차도 도덕적, 정신적 타락과의 상투적인 연관 속에서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  (콘스탄스 클라센 외, 김진옥 옮김, <<아로마: 냄새의 문화사>> (현실문화연구, 2002), 13.)
계속해서 저자는 쥐스킨트의 <<향수>>에서 냄새가 비정상적인 존재로 취급당하는 예를 든다. 이 작품의 성공에서 대중들이 냄새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근대에 후각은 시각에 비해 이차적인 감각으로 취급된다.

2. 개신교는 이러한 ‘근대성’을 지닌 종교이다. 기본적으로 냄새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지닌 종교이다. 절에는 절의 향기가 있고, 성당에는 성당의 향기가 있지만 개신교회에는 냄새가 없다. (한 신자와 이 얘기를 해보았는데, 그는 교회에 가면 퀴퀴한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를 했다. --;;) 개신교는 ‘냄새 없음’의 종교이다.

종교 개혁 시절에, 개신교 논자들은 성당의 향기를 비난하였다. 그것은 이교도의 냄새라는 것이었다. 다음은 미들턴(Conyers Middleton)이라는 영국 신학자가 가톨릭 성사에 참여하고 난 뒤 거기에 이교도의 잔재가 남아있다고 비판한 내용이다. 자료는 1729년 런던에서 출간된 <<A letter from Rome, shewing an exact conformity between Popery and paganism: or, the religion of the present Romans to be derived entirely from that of their heathen ancestors>>이라는 책이다. 이런 식으로 이교도의 냄새를 제거한 후에, 개신교는 냄새를 다른 냄새로 대체하기 보다는 추방했다고 생각된다.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


3.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한국에 온 개신교 선교사들 기록에서 한국의 냄새에 대한 언급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것은 한국의 불결함과 짝을 이루어 서술된다. 한국의 전통들이 풍기는 각종 악취들은 몰아내야 할 영역에 속해 있었다. 자료들을 찾아본다면, ‘냄새 없음’의 근대적 종교로서의 개신교의 모습을 한국 개신교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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