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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이라는 미국 명절 이전에 논문에서 한국의 추수감사절에 대해 쓴 적이 있었다. 그 때 나에겐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는 추수감사절이란 게 도대체 어떤 날인지를 알지 못했다는 것. 둘째는 지금 한국 교회에서 그 날이 어떻게 모셔지는지를 잘 몰랐다는 것. 두 번째 문제는 여전하지만, 미국에 온 후로 적어도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이 어떤 날인지에 대해서는 조금씩 감각을 얻어가고 있다. 그동안 내가 얻은 느낌을 요약해서 말하자면 추수감사절이야말로 가장 미국적인 날이라는 것이다. 내 자신이 개신교 의례의 일환으로 이 날을 서술했고, 우리나라에서 개신교회에 의해 이 날이 소개되고 지켜지기 때문에 이 날을 기독교의 맥락에서 생각하지만, 사실 이 날은 미국적 가치가 구현된 날이다. 이 날을 종교라는 맥락에서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기독.. 2023. 5. 28.
예수님, 이판사판 아닙니까 누가복음에 있는 마리아와 마르다의 이야기는 짧지만 묘미가 있어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이다. 그들이 길을 가다가, 예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다. 마르다라고 하는 여자가 예수를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이 여자에게 마리아라고 하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 곁에 앉아서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다는 여러 가지 접대하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마르다가 예수께 와서 말하였다. "주님,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십니까? 가서 거들어 주라고 내 동생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나 주님께서는 마르다에게 대답하셨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너는 많은 일로 염려하며 들떠 있다. 그러나 주님의 일은 많지 않거나 하나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택하였다. 그러니 아무도.. 2023. 5. 28.
그중에 으뜸은 사랑이라 오늘은 아름다운 성경 구절을 놓고 이야기해 보련다. 바울이 고린토인에게 보낸 서한은 주로 여러가지 복잡한 교회 문제들을 다룬다. 그런데 시시콜콜한 여러 논변들을 펼치다가 바울은 갑자기 눈에 띄는 아름다운 사랑의 시를 하나 선보인다. “내가 예언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또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겸손한 운을 떼고 바울이 들려주는 사랑 노래의 내용은 누구에게도 익숙할 것이다. 사랑은 오래 참고,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으며,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으며, 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 2023. 5. 28.
에티오피아는 곧 하느님을 향해 손을 뻗을 것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종교사에서 압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성서 구절이 있다. 시편 68장 31절이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이들이 자기 존재의 기원 아프리카에 대한 자긍심으로 갖도록 해준 성서 구절이다. Princes shall come out of Egypt; Ethiopia shall soon stretch out her hands unto God. (킹 제임스 버전) “이집트로부터 왕자가 나올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곧 하느님을 향해 손을 뻗을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 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이 구절은 희망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흑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기원이 저주받은 곳이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가 이루어지는 자랑스런 곳이라는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형성해주어 범아프리카주의(Pan-Afric.. 2023. 5. 28.
할로윈, 모든 성인 축일 전날 할로윈이 지나갔다. 할로윈은 기본적으로 어린이를 위한 날이고, 그냥 놀며 즐기는 날이지만 희미한 종교적 기원을 갖고 있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애들에게 할로윈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은 모른다고 대답한다. 기원을 모르고 또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 기원에 대한 지식 못지 않게 중요한 사실일 것이다. 그것이 이 종교현상의 중요한 측면이기 때문이다. 현상으로서의 이 날의 특징에 대해서는 경험이 좀더 쌓이면 정리하고 싶다. (이 포스트는 할로윈에서 비롯한 글이긴 하되, 할로윈에 대한 글은 아니다.) 나는 아직 이 날에 대해 그리 많이 알지 못한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내용에 더 보탤 것이 없다. http://blog.empas.com/kery89/4361455에 정리된 내용이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내용의 한.. 2023. 5. 27.
산상수훈, 마태의 이야기와 누가의 이야기 산상수훈이라고 불리는 예수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각각 실려 있다. 그런데 그 가르침의 내용과 분량이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산상수훈은 주로 마태복음에실려 있는 내용이다. 다음과 같다. (표준새번역개정판, 마태복음 5:1-12)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그에게 나아왔다. 예수께서 입을 열어서 그들을 가르치셨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위로하실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땅을 차지할 것이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배부를 것이다. 자비한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비롭게 대하실 것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복이 있다... 2023. 5. 27.
투산 교구가 파산하다니! 우리 동네 유력 일간지 "The Arizona Republic"의 9월 21일자의 탑으로 오른 기사가 “투산 교구 파산하다”(Diocese files for bankruptcy)였다. (투산 교구는 피닉스, 갤럽 교구와 함께 애리조나의 3개의 교구 중 하나이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교구이다. 옆의 지도 참조.) 아니, 가톨릭 교회가 파산하다니? 어이가 없어서 내 영어 독해를 의심해 보았지만, 정말 말 그대로 파산하였다는 기사였다. 교구 재산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파산 신고와 그 갱생의 경제적 절차가 어찌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이해도 안 가고 모르겠다. 내가 눈여겨 본 것은 파산하게 된 이유였다. 그 이유가 파산이라는 사실 자체보다 더 놀랍다. 투산 교구는 신부들의 신자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 2023. 5. 27.
Debate against Jesus 성경의 복음서 중에 “시로페니키아 여자의 믿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마가 7:24-30; 마태 15:21-28) 예수께서 거기에서 일어나셔서, 두로 지역으로 가셨다. 그리고 어떤 집에 들어가셨는데, 아무도 그것을 모르기를 바라셨으나, 숨어 계실 수가 없었다. 악한 귀신 들린 딸을 둔 여자가 곧바로 예수의 소문을 듣고 와서, 그의 발 앞에 엎드렸다. 그 여자는 그리스 사람으로서, 시로페니키아 출생인데, 자기 딸에게서 귀신을 쫓아내 달라고 예수께 간청하였다.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을 빵을 집어서 개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그 여자가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개들도 자녀들이 흘리는 부스러기는 얻어먹습니.. 2023. 5. 27.
인디언 성녀, 카테리 테카크위타 카테리 테카크위타(Kateri Tekakwitha) 북미 원주민의 기독교에 관한 책을 읽다가 낯선 성인 하나를 만나 그 내용을 정리해 본다. 인디언 전통과 천주교 전통이 어떻게 결합하였는가라는 쟁점이 흥미롭고, 한 명의 인디언 성인을 배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부분도 흥미롭다. 결국에는 북미 원주민에 대한 바티칸의 정치적 배려에 의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북미 지역을 방문하기 몇 년 전에 복녀로 인정받게 된다. 1650년대 예수회는 이로쿼이 인 선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1667년 테카크위타라는 이름의 소녀에게 세례를 주게 된다. 이 인디언 이름은 다양하게 해석된다. “그녀는 손으로 민다,” “길을 더듬어 걷는 이,” “열심히 일하는 여자,” “가지런히 정리하는 이,” 등. 이 소녀는 세.. 2023. 5. 27.
휴런 인들에게 기독교는 처음에... 유럽인들이 처음 북미 대륙에 진출한 17세기, 예수회 선교사들의 기록에서 몇몇 에피소드를 발췌해본다. 옛날에 “뉴 프랑스”라고 불리던 지역, 지금의 캐나다 온타리오, 퀘벡, 미국의 메인 주에 해당하는 북아메리카 북동쪽 지역에서 활동한 기록이다. 정치적으로 프랑스가 지배하던 지역이었는데, 예수회가 그 지역 원주민(휴런족, 이로쿼이족, 알곤킨족, 몬태냐족 등)에게 선교하는 과정에서 남긴 기록들이다. 휴런 인들은 예수회 주거지에서 우연히 본 똑딱시계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시계의 기계적인 움직임과 소리 때문에 그들은 시계를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하루의 대장”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신부들은 시계의 기계적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진한 원주민에 대해 점잔을 빼며 우월감을 표현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 2023. 5. 27.
미국 사람들의 종말론적 인식 종말론적인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뉴스는 그저 뉴스가 아니다. 뉴스는 온갖 종류의 불길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교통 사고, 살인 사건, 이전엔 듣지 못했던 엽기 행각, 이라크에서 들려오는 암울한 이야기와 세계 곳곳의 폭력, 불안한 경제, 그리고 기상 이변. 세계가 종국을 향한 방향을 지니고 가고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이런 사건들은 징조(sign)들로 읽힌다. 사건 하나하나가 종말이라는 커다란 드라마를 구성하는 텍스트로 읽힌다. 종말론은 역사의 격변기에 세계를 설명하는 유력한 틀로 사랑받아 왔다. 현대 역시 종말론이 사랑받는 시기이다. 뉴스가 종말론의 재료들을 너무나 충분히 제공하고 있기에. 사람들이 종말론을 통해 역사를 어떻게 의미화하였는가에 대해서는 끝도 없는 사례들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2023. 5. 27.
인도네시아의 기독교 인도네시아의 자바섬 사람의 4%가 기독교로 개종하였다고 한다. 이 수치는 주목할만하다. 4%가 뭐 그리 대수로운 숫자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정도 규모의 개종은 이슬람 국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토막 상식: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는? 인구 2억의 인도네시아이다.) 4%의 개종에 얽힌 사연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Robert Hefner, "Christian Conversion in Muslim Java," Conversion to Christianity) 사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라고 쉽게 규정지을 수 없는, 다양한 층위의 문화들이 공존하는 나라이다. 이 점을 잘 규명해 준 사람이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이다. “자바의 종교”라는 책에서 기어츠는, 인도네시아의 공식 종교는.. 2023. 5. 27.
카푸친회, 카푸치노 책을 읽다가 "Capuchin"이라는 단어가 나와 찾아보았다. 카푸친회라고 불리는, 프란체스코회의 일파이다. 내가 잘 몰랐던 수도회의 이름이다. 네이트닷컴 백과사전에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카푸친회 (-會 Ordo Fratrum, Minorum Capuccinorum)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만든 가톨릭수도회 작은 형제회(O.F.M)의 독립적 분파 중 하나. 1525년 이탈리아 사제 M. 바시오가 개혁운동의 하나로 시작하여 28년 독립하였다. 프란치스코가 정한 회칙을 엄격히 지키려 하였으며 기도와 선교를 위주로 하였다. 바시오는 29년 카프친수도회 회의에서 초대 총장으로 선출되었고, 수도회는 교황 클레멘스 7세의 대칙서(Religionis zelus, 1528)에 이어, 36년 교황 바오로 3 세.. 2023. 5. 27.
2%의 기독교와 26%의 기독교 다음은 1922년 2월 15일자 기독신보에 실려 있는 교회 통계이다. 조선기독교회통계표 -신도 총계와 교역자 총계 1921년 선교사연합회에서 작성한 통게표 장로교 및 감리교인 총계 24만명(1920년보다 3600명 증가) 천주교인 8만명, 조합교인 만명, 성공회 교인 만명, 동양선교회 구세군 칠일안식교인 합하여 약 만명 합하면 조선인 기독교신자만 실로 35만명. 1920년 인구조사표 조선 전인구 1964만 8천명 조선인 56명중 1인은 기독교신자. 조선내 사역 외국선교사 장감양교회 472명(장로교측 305명 / 감리교측 167명) 기타교회선교사 165명 총637명(남자 163명, 혼인한 부인 150명, 미혼여자159명 / 1년 평균 백명 가량은 귀국 휴양중에 있음) 조선인목사 313명(장로교측 218명 .. 2023. 5. 27.
한국이라는 악몽 어제 저녁 우연히 NBC 방송에서 “Losing Faith"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신종교에 속했다가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한 다큐멘터리이다. 제목에서 강력하게 암시되듯이, 이 프로그램의 시각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기독교의) 신앙을 잃고 신종교의 ”미혹“에 빠진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정상적인 삶에 복귀하게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논조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꽤 공정하게, 있는 이야기만을 찍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장이나 비난을 배제하고 인터뷰에 주로 의존하여 그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흥미롭게 보았다. 어제 방송에서는 세 신종교의 탈퇴 신도(ex-member)를 보여주었다. 한국에 섹스교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2023.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