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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자료/만남

휴런 인들에게 기독교는 처음에...

by 방가房家 2023. 5. 27.

유럽인들이 처음 북미 대륙에 진출한 17세기, 예수회 선교사들의 기록에서 몇몇 에피소드를 발췌해본다. 옛날에 “뉴 프랑스”라고 불리던 지역, 지금의 캐나다 온타리오, 퀘벡, 미국의 메인 주에 해당하는 북아메리카 북동쪽 지역에서 활동한 기록이다. 정치적으로 프랑스가 지배하던 지역이었는데, 예수회가 그 지역 원주민(휴런족, 이로쿼이족, 알곤킨족, 몬태냐족 등)에게 선교하는 과정에서 남긴 기록들이다.


휴런 인들은 예수회 주거지에서 우연히 본 똑딱시계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시계의 기계적인 움직임과 소리 때문에 그들은 시계를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하루의 대장”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신부들은 시계의 기계적 움직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진한 원주민에 대해 점잔을 빼며 우월감을 표현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휴런 인들은 시계가 기계라는 사실 못지않게 기계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행동에도 놀랐다. 이 외국인들은 그들의 기계 “대장”이 일어나거나, 먹거나, 기도하라고 명할 때, 그 명령에 복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Christopher Vecsey, The Paths of Kateri's Kin, p.30)
* 시계와의 조우.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사회에 자명종이 큰 반향을 일으켰듯이, 시계는 유럽 신문명의 상징이다. 그런데 이 만남에서 원주민들은 자본주의의 본질을 간파해낸다.


어떤 인디언들은 침례를 받기 전에 망설였다. 왜냐하면 그들이 "프랑스인의 내세"에 가게 되어, 인디언 친척들과 떨어지게 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 입장에서는, 천국에 가고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나는 거기에 아는 사람들도 없고, 거기 있는 프랑스인들은 내게 먹을 것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Christopher Vecsey, The Paths of Kateri's Kin, p.30)
** 하늘나라가 유럽인의 것이라는 생각. 기독교 안 믿은 조상들은 지옥갔다고 가르치는 한, 하늘나라에 백인들이 득시글댄다고 생각하는 것은 합당한 추론이다. 기독교 수용으로 인해 전통적인 공동체와 단절되는 아픔이 배어있는 진술이다.


기독교에 반대하는 인디언 중에는 이 신앙의 가르침이 그들의 재난과 관련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바르텔레미 비몽 신부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말하기 이전에는 이런 엄청난 재난들이 일어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말했는지... 어떤 사람은 울부짖으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하느님이 선함으로 가득 차있다고 말했지. 그런데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니까 하느님은 우리를 학살하고 있군.’”
(Christopher Vecsey, The Paths of Kateri's Kin, p.31.)
*** 역사적으로 맞는 이야기이다. 서구인들의 진출과 함께 엄청난 전염병이 퍼져 숱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죽어나갔으니... (선교사들은 그 질병 역시 하느님의 섭리라고 생각하였다.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한 징벌이라고.) 복음은 그들에게 재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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